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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미공학자 Mar 07. 2016

#1. 퇴사 후 카페를 인수하다

10년 차 공돌이의 카페 경영


나는 공대를 졸업하고 공돌이의 직업인 엔지니어로 6년간 일했다. 공대 4년 그리고 엔지니어 6년, 공돌이로서 10년을 살았다. 그 후 나는 카페 사장이 되었다. 전업은 따로 있어 부업으로 카페 경영을 하고 있다. 전업만큼 완전하게 하기 어렵지만 그 경험만큼은 기록으로 남기고 싶고 글로 써서 나누고 싶다. 경험은 분명히 훗날 나에게 감사한 추억으로 돌아오리라 믿는다. 10년 차 공돌이의 카페 경영은 어떨지 살펴보자. 




서른넷이 다 되어 퇴사했다. 사실 요즘 퇴사 이야기는 흔하다. 잘 다니던 대기업을 박차고 나온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중에 하나다. 퇴사의 시점도 다양하다. 어떤 젊은이는 1,2년 다니다 그만두고, 어떤 중년은 10년 이상 다니다가 부장에 오르지 못하고 퇴사한다. 나는 6년 다니고 회사에서 나왔다. 보통 3년 이상 직장생활을 한 직장인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직장생활에 염증을 느끼며 늘 고민하는 사람, 고민 끝에 이직하거나 퇴사하는 사람, 결혼을 해서 직장을 그만둘 수 없는 사람이다. 이렇게 보면 결혼이라는 것이 크게 작용하는 요소이긴 하다. 나 역시 결혼을 했으면 어찌 됐든 회사에는 붙어있었을 것이다.


퇴사 후 1년이 흘렀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퇴사 후 1년, 내가 부딪히며 느끼고 얻은 것들에 관해서이다. 인터넷 기사에 나오는 퇴사 후 대단한 모험을 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내 주위의 분들은 퇴사 결정, 그리고 그 이후의 도전들 역시 대단하다고 나를 응원해 준다.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도전이라며 응원해 준다. 나 역시 의미 있는 과정의 연속으로 생각한다. 지금 이 글은 이러한 급진적이지 않은 점진적인 변화의 과정을 남기는 것이다. 드라마틱한 퇴사 후 성공스토리가 아닌 한 번쯤은 생각한 것들이 여기에 있다.


"퇴사 후, 훌쩍 1년이 흘렀다.
나는 무엇을 얻었을까"


먼저 퇴사 경험을 한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밖은 춥다.'였다. 그렇다. 밖은 추웠다. 미생에는 이런 대사가 나왔다. '회사가 전쟁터면 밖은 지옥이다.' 나도 두려웠다. 직장생활을 하며 겪은 소위 거지 같은 일들, 번-아웃(Burn-Out) 경험, 관계적인 어려움, 지독하게 안 풀리는 고질적인 업무 등을 머릿속에 쏟아내며 사직서를 썼다. 그래도 두려웠다. 왜 두려울까? 생각해봤다. 내 안에서도 밖에서도 나오는 공통의 질문은 '그래서 그만두고 뭐 할 건데?'였다. 두려움을 없애는 방법 중 하나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이 계획으로 의식의 변화를 일으키면 두려움이 잠시 밀려난다. 보다 큰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의식을 바꾸기 위한 큰 생각을 달리해야 한다.


"그래서 그만두고 뭐 할 건데?"


나는 그만두고 해야 할 일 자체에 대한 부담을 우선 내려놓고 싶었다. 그 당시에는 그만큼 지쳤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후회 없을 정도로 열심히 해서 그런지 얼른 퇴사하고 싶었다. 부담을 내려놓기 위해 2년 후 다시 조직으로 돌아갈 생각을 했다. 2년의 방학을 내가 만들고 나에게 선물한다고 생각했다. 퇴사 시점에서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 '내 인생의 주인은 과연 누구인가?' 가 아닐까. 이끌려 가는 삶에 대해 부정하고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라는 강렬한 자각이 솟구친다. 나는 직장생활 6년의 경험을 통해 얻은 보물을 2년의 방학에 투자할 계획을 세웠다. 보물은 바로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에 대한 발견이었다. 그것들을 더 알아보고 더 발전시키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고 싶은 공부였다. 큰 생각을 달리 하니 의식이 바뀌었다. 두려움은 내가 만든 방학이라는 안식으로 변화되었다.


"2년 후, 나는 다시 조직으로 돌아간다.
지금은 내가 만든 방학이다."


그래도 그 두려움의 본질은 한 번 살펴보고 넘어가자. 퇴사해보지 않은 사람은 경험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나 역시 퇴사 전의 막연한 두려움이 실제로 무엇인지 퇴사 후에 알게 되었다. 그 두려움은 사실 생각한 것과 다른 것이었다. 내 경우에는 그랬다. 생각했던 두려움은 먹고사는 문제였다. 그런데 나는 방학이라는 선물을 내가 마련했기 때문에 그 두려움을 내가 통제하고 있었다. 그보다 저절로 나에게 오는 두려움이 있었는데, 바로 소속감의 욕구 부재였다. 생각해보니 나는 퇴사 전까지 늘 어디에 속해있었다. 학교에, 동아리에, 지역모임에, 군대에, 회사에 계속해서 속해 있었다. 물론 삶은 우물 안을 계속해서 벗어나는 것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었음에도 실제 느끼는 것은 달랐다. 많은 프리랜서 분들께서 이런 나의 경험과 느낌을 보며 피식 웃을 것 같다. 이 두려움을 직접 온전히 느꼈다. 이런 생각을 했다. 4,50대에 퇴직해서 느끼는 그 공허함을 감히 이와 비교할 수 없겠지만, 나는 일찍 그 두려움을 맛보기라도 한 것에 괜히 만족했다. 일종의 내성이 생긴 것 같아 뿌듯했다.


소속감의 부재, 이 두려움과는 반대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은 '자유'다. 내 인생의 진정한 주인이 된 기분이 만족감을 높이 끌어올려 주었다. 내가 이런 감정을 느낀 것은 내가 흔히 가는, 퇴사 후 세계여행을 가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리고 퇴사 후 1년이라는 시간도 흘렀다. 나는 퇴사한 다음 달부터 새로운 일을 했다. 여행은 조금 미루었다. 대신 그 일은 내가 직접 계획한 일이었기 때문에 내가 주인이 되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자로유롭게 일을 즐기며 여전히 만족스럽다.


"내 인생의 주인은 나라는 강렬한 자각"


퇴사 후 나는 카페를 인수했다. 먹고살기 위해서였다. 퇴사 후 경영대학원에 진학해서 학업을 한다는 핑계는 있었다. 그러나 최소한 내가 만든 방학 기간 중 서른이 넘어 집에서 용돈을 받을 수는 없었다. 6년간 직장생활을 통해 번 돈으로 동네 카페를 인수했다. 여기에 개인연구소를 설립하고 1인 기업을 시작했다. 직장생활 6년을 통해 얻은 '나'를 새롭게 브랜딩 했다. 그리고 새로운 환경에 나를 던졌다. 내가 주인이라는 강렬한 자각 덕분에 내가 원하는 삶을 설계했다. 낯선 것들이 점차 새로움의 기쁨으로 다가왔고, 세상의 변화와 함께 나는 굉장히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직장생활에서도 여러 가지 경험을 하게 되지만 회사 밖의 경험은 더 다채롭고 신비롭다. 모두 의미 있는 과정이다.


[공돌이의 카페경영 스토리]

#1. 퇴사 후 카페를 인수하다

#2. 왜 카페를 인수했나

#3. 카페 인수 이야기

#4. 경영평가의 1순위, 수익성

#5. 커피시장의 경쟁, 나만의 경영을 시작하다

#6. 카페 인수 8개월 만에 2호점을 열다

#7. 프랜차이즈의 습격과 나의 역습

#8. 카페 2호점을 설계하다

#9. 가장 어려운 인력관리: 관리를 넘어 리딩으로

(+) 카페경영 에피소드1

#10. 생각과는 다른 새로운 시장

#11. 카페 비수기를 극복한 나의 경영 전략

(+) 카페경영 에피소드2

#12.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

#13. 알바생의 취업을 돕는 사장

#14. 버티는 자영업자, 망하는 자영업자

#15. 카페 신메뉴, 어떻게 개발할까

#16. 강연과 코칭 카페

#17. 카페경영 경험을 나누다 

#18. 카페 2호점 이야기 

#19. 카페 2호점, 양도 후 1년

#20. 인터뷰 : 카페 경영 FAQ 

#21. 가격을 상향할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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