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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미공학자 Mar 15. 2016

#8. 카페 2호점을 설계하다

10년 차 공돌이의 카페 경영


나는 공대를 졸업하고 공돌이의 직업인 엔지니어로 6년간 일했다. 공대 4년 그리고 엔지니어 6년, 공돌이로서 10년을 살았다. 그 후 나는 카페 사장이 되었다. 전업은 따로 있어 부업으로 카페 경영을 하고 있다. 전업만큼 완전하게 하기 어렵지만 그 경험만큼은 기록으로 남기고 싶고 글로 써서 나누고 싶다. 경험은 분명히 훗날 나에게 감사한 추억으로 돌아오리라 믿는다. 10년 차 공돌이의 카페 경영은 어떨지 살펴보자. 




권리금 지급과 임대차 계약

상가 부동산 계약은 기존 점포주에게 권리금을 지급하고 임대차 계약을 한다. 새로 지은 건물의 경우 권리금이 없다. 하지만 이미 상권 안에서 영업 중이었던 점포는 권리금을 지급해야 한다. 권리금은 크게 바닥 권리금과 시설 권리금으로 나눌 수 있다. 내가 카페 1호점을 인수한 것처럼 동일 업종을 그대로 이어간다면 바닥 권리금과 시설 권리금을 합해 지불하면 된다. 반면 새로운 업종으로 시작하는 경우에는 바닥 권리금만 있다. 사실 이것도 어찌 보면 이해가 쉽게 가지 않는 부분인데, 쉽게 말하자면 자릿값이다. 내가 계약한 2호점의 점포는 한때 유아복 판매점이었다. 그러나 사정상 폐업을 하고 꽤 오랫동안 단기 임대로 순환되고 있었다. 소위 '깔세'라는 것인데, 짧게는 며 칠, 길게는 몇 달을 사용하고 이용료를 지불한다. 이렇게 운영되고 있던 자리였기 때문에 내가 승부를 볼 생각을 했다.


기존 점포주를 설득 과정이 있었다. 나에게 점포를 팔라는 것과 권리금의 조정 협의이다. 부동산을 통해 약속을 잡고 전 사장님을 만났다. 나는 카페를 한 개 운영하고 있다는 점과 이 동네에 오래 산 점, 상대의 아드님이 나와 비슷한 또래라는 점 등등 좋은 말은 다 갖다 붙였다. 약간의 권리금 협상을 거쳐 나는 점포를 넘겨받았다. 임대차 계약은 한 차례 경험이 있어 순조롭게 진행했다. 보증금을 지불하고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했다. 나는 운 좋게도 마음씨 좋은 건물주를 만나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다는데, 내가 만난 건물주 분들은 따뜻한 분들이다. 1호점의 건물주 분께서는 본인과 계약한 사람들 모두가 잘 됐다며 장사가 잘 되길 기도해주셨다. 2호점 건물주 분은 대전에 거주하시고(대전에도 큰 건물이 있다고 하신다) 서울에는 계약 건이나 볼 일이 있을 때만 오신다. 때문에 별도 관리인을 두고 큰 관여는 하지 않으신다. 가끔 뉴스에서 보는 건물주의 횡보를 보며 나는 대비 만족을 느낀다. 감사한 것들이 참 많다.


2호점을 설계하다

먼저 기존 점포 철거작업에 들어갔다. 철거는 전문업체를 통해 진행할 수 있고 면적과 폐기될 양을 고려해서 비용이 산정된다. 철거 후에는 인테리어 작업을 하면 된다. 인테리어 콘셉트는 1호점과 동일하다. 그래서 내가 콘셉트를 명확하게 해서 업체에 전달해야 했다. 더 주도적인 카페 공사를 위해 내가 직접 살펴봐야 할 부분이 많았다. 2호점은 1호점 대비 공간이 넓지 않다. 따라서 설계와 배치가 중요했다. 나는 컴퓨터 설계 프로그램 같은 것을 다룰 줄 모른다. 대신 나에겐 직장생활 6년간 단련된 파워포인트 실력이 있다. 그래서 나는 파워포인트로 도면을 작성했다. 인테리어 업체 사장님이 대단하다고 칭찬해주셨다. 공돌이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어 기뻤다.


[철거 전 점포의 모습] 양쪽 벽이 대부분 진열용 선반으로 막혀 있고 안쪽에는 간이 주방으로 사용된 공간이 있다.
파워포인트로 만든 설계 도면


2호점은 긴 점포 형태인데, 가장 중요한 점은 화장실이다. 1호점은 화장실이 밖에 있어 손님의 불편이 많다. 커피를 마시면 생기는 이뇨작용 덕분에 화장실을 자주 이용하게 된다. 화장실은 반드시 안에 있어야 했다. 내부 공간을 줄어들지만 중요한 부분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설계에 포함시켰다.

한 쪽 벽을 서점의 책장처럼 해보고 싶었다. 벽에 불용 공간도 사용하고 디자인 측면에서도 괜찮을 것 같아서 설계에 포함시켰다. 이렇게 기본적인 콘셉트를 인테리어 업체에 넘겼다. 인테리어 비용은 보통 평당 가격으로 책정되는데, 중간에 추가되는 비용이 발생한다. 사실 나도 2호점 설계를 시작할 때, 서점에서 카페 셀프 인테리어 책을 봤다. 하지만 내 실력으로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기본적인 콘셉트만 잘 설계해서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과정에서 카페 관련 참고 서적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설계 전체는 내가 총괄했기 때문에 이제 나는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2호점이 탄생하길 기대하면 됐다. 다행히 내가 원한 그림으로 2호점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점포를 계약하고 한 달 정도의 기간이 소요됐다. 그렇게 카페 인수 후 8개월 만에 2호점을 열었다.





[공돌이의 카페경영 스토리]

#1. 퇴사 후 카페를 인수하다

#2. 왜 카페를 인수했나

#3. 카페 인수 이야기

#4. 경영평가의 1순위, 수익성

#5. 커피시장의 경쟁, 나만의 경영을 시작하다

#6. 카페 인수 8개월 만에 2호점을 열다

#7. 프랜차이즈의 습격과 나의 역습

#8. 카페 2호점을 설계하다

#9. 가장 어려운 인력관리: 관리를 넘어 리딩으로

(+) 카페경영 에피소드1

#10. 생각과는 다른 새로운 시장

#11. 카페 비수기를 극복한 나의 경영 전략

(+) 카페경영 에피소드2

#12.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

#13. 알바생의 취업을 돕는 사장

#14. 버티는 자영업자, 망하는 자영업자

#15. 카페 신메뉴, 어떻게 개발할까

#16. 강연과 코칭 카페

#17. 카페경영 경험을 나누다 

#18. 카페 2호점 이야기 

#19. 카페 2호점, 양도 후 1년

#20. 인터뷰 : 카페 경영 FAQ 

#21. 가격을 상향할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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