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의미공학자 Mar 14. 2016

#7. 프랜차이즈의 습격과 나의 반격

10년 차 공돌이의 카페 경영


나는 공대를 졸업하고 공돌이의 직업인 엔지니어로 6년간 일했다. 공대 4년 그리고 엔지니어 6년, 공돌이로서 10년을 살았다. 그 후 나는 카페 사장이 되었다. 전업은 따로 있어 부업으로 카페 경영을 하고 있다. 전업만큼 완전하게 하기 어렵지만 그 경험만큼은 기록으로 남기고 싶고 글로 써서 나누고 싶다. 경험은 분명히 훗날 나에게 감사한 추억으로 돌아오리라 믿는다. 10년 차 공돌이의 카페 경영은 어떨지 살펴보자. 




저가 커피 대형 프랜차이즈의 습격

다시 카페 1호점 이야기다. 인수 후 7개월 째인 2015년 7월, 30m 거리에 저가 커피 대형 프랜차이즈인 •••커피가 들어섰다. 그것도 1,2층으로 크게 말이다. 이 프랜차이즈는 내가 운영하는 카페 양쪽으로 있는 지하철 역에도 각각 한 점포씩 있다. 두 지하철 역 중간 위치인 이곳에 또 같은 프랜차이즈가 들어선다는 게 쉽게 납득되지 않았다. 큰 상권이 아니고 유동인구의 변화가 크지 않은 곳에 같은 업종이 들어선다는 것은 결국 나눠먹기다. 치킨 게임을 하자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점을 허락한 본사의 의도 역시 이해는 되지 않았다. 안타까운 추측으로 투자자로부터 정해진 비용과 이익을 남기기만 하겠다는 의도로만 해석된다. 큰 변화 없는 유동 인구의 상권에서 대로변의 2층짜리 건물의 임대료와 인건비를 큰 돈을 벌지는 못하는 카페로 메꾸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유동인구의 변화가 크지 않은 곳에 같은 업종이 들어선다는 것은 결국 나눠먹기다.
치킨 게임을 하자는 것이다.
"경쟁이 없을 순 없다. 시장이다."

그래도 어쩌겠나. 시장은 시장이고 경쟁이 없을 순 없는 걸. 신규 오픈 소식을 접하고 고민했다. 이 상황에서 '경영자로서 어떤 전략을 내놓아야 할까'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가격을 조정하기엔 리스크가 크고 신메뉴 역시 특별한 게 없었다. 직원들과 상의하고 우선 우리가 가진 기본에 충실하고 지켜보기로 했다. 우리의 기본은 동네 카페의 친절함과 직접 서빙을 해주는 것이다. 경쟁 업체가 신규 오픈하고 추이를 지켜보았다. 오고 가며 손님수와 분위기도 살폈다. 매출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예상한 결과다. 소위 오픈빨이라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봤다. 변화는 데이터가 말해준다. 매출이 그것이다. 7월이 가고 1개월을 종합했다. 전월 대비 매출이 약 200만 원 줄었다. 하루 평균 약 7만 원가량 감소했다.


나의 반격 : One more thing

한 달이 지났다. 추이도 파악했고 결과도 나왔다. 어떤 경영전략을 세워야 할까? 먼저 매출 감소의 주 요인은 무엇인가가 중요하다. 이 부분에 대한 데이터 집계는 어렵다. 현상에 답이 있다. 관찰한 현상은 단체 손님의 이동이다. 단골손님은 유지됐지만 단체 손님이 경쟁업체로 가 있었다. 사실 인원이 많으면 더 넓고 쾌적한 곳을 선호한다. 나여도 그럴 것이다. 15평의 카페보다는 2층짜리 새 카페가 나을 것이다. 현상 분석을 통한 원인 파악을 마쳤다. 개선안이 필요하다. 단체 손님을 위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 고민 끝에 '아메리카노 3잔 주문 시 1잔 무료'라는 안을 택했다. 4명 손님들의 경우 한 잔 무료는 큰 혜택이다. 카페 입장에서도 상대적으로 작업성이 좋고 수익률이 높은 아메리카노는 괜찮은 메뉴다. 4명 또는 그 이상 인원수의 단체 손님을 잡자는 것이다. 입소문을 타고 "저기 가면 세 잔 시키면 한 잔 공짜래, 우리 4명이니까 저기로 가자"라며 손님이 오시길 기대했다.  


"어떤 경영전략을 세워야 할까? "



아메리카노 단체 주문이 늘었다. 덕분에 아메리카노 테이크아웃 주문도 증가했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반전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역시 한 가지 대안으로는 부족했다. 추가 대책이 절실했다. 무엇을 해야 할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어느 관점에서 생각하느냐를 보았다. 경영자의 입장 반대의 고객 입장을 보았다. ‘내가 고객이라면’이라는 생각을 먼저 해봤다. 그 생각의 연장선은 ‘내가 고객이라도 넓고 쾌적한 경쟁업체로 가겠다.’라는 발걸음으로 이어졌다. 다른 생각을 해야 했다. 다시 경영자의 입장에서 고객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경영자와 고객을 다시 연결했다. ‘경쟁사 대비 차별화’라는 큰 그림을 ‘경영자와 고객의 연결’을 통해 바라보았다. 또한 대학원 수업 중 신제구 교수님의 21세기 경영학 세미나에서 배운 'One more thing'을 생각했다. 그러자 괜찮은 생각으로 이어졌다. ‘고객을 위해 무엇을 더 해줄 수 있을까’를 고민할 수 있었다. 고객에게 오레오 쿠키와 작은 비스킷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가격을 하향하는 것보다 우선적으로 실험할 수 있는 조건이다. 쿠키와 비스킷을 대량 구매할 경우, 원가는 두 개를 합쳐 100원 정도이다. 가격 하향보다 적은 Cost로 고객에게 더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것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카페 비수기인 동절기로 들어서며 감소해야 할 매출이 오히려 증가했다. 음료와 함께 쿠키, 비스킷이 나오자 놀라는 손님이 있었다. 그리고 예전에는 커피나 음료를 마시고 가시며 “수고하세요.”라는 말이 대부분이었지만, “잘 먹고 갑니다.”라고 하시는 손님이 늘었다. 특히 4,50대, 60대 고객 분들께서 좋아하셨다. 보통 쓴 커피라고 생각하시는 어른들은 달달한 커피를 선호하신다. 여기에 입이 심심하지 않게 또한 추가적인 달달함을 제공하니 만족해하셨다. 커피가 더 맛있게 느껴진다. 한편 젊은 고객층은 세계 판매 1위 쿠키인 오레오를 좋아했다. 머그잔과 함께 나오는 쿠키는 예쁘기까지 해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고객 입장에서 무언가 더 받은 느낌이 든 것 같다. 고객에게는 'One more thing'인데 이것이 효과적이었다.  


예전에는 커피나 음료를 마시고 가시며 “수고하세요.”라는 말이 대부분이었지만,
“잘 먹고 갑니다.”라고 하시는 손님이 늘었다.


퇴사 후 잠시 카페 경영을 경험하고 있다. 사업 규모가 큰 것도 아니고 사업장이 넓지도 않다. 작은 카페지만 경영자로서 많은 고민과 실험 그리고 값진 경험을 하고 있다. 고객을 직접 만나보고, 영업을 해보고, 내가 원하는 대로 전략을 적용해보고, 누군가의 급여를 책임지고, 언제 또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으로 배우고 있다. 경영대학원을 다니며 경영을 경험하는 것 역시 나에게는 정말 감사한 일이다. 경영의 본질은 무엇일까. 이건희 회장은 경영이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말이 표현하는 바와 같이 경영은 굉장히 어렵다. 어려움의 깊이만큼 얻는 것도 많고 나의 성장에 큰 배움이 되리라 믿는다.


[공돌이의 카페경영 스토리]

#1. 퇴사 후 카페를 인수하다

#2. 왜 카페를 인수했나

#3. 카페 인수 이야기

#4. 경영평가의 1순위, 수익성

#5. 커피시장의 경쟁, 나만의 경영을 시작하다

#6. 카페 인수 8개월 만에 2호점을 열다

#7. 프랜차이즈의 습격과 나의 역습

#8. 카페 2호점을 설계하다

#9. 가장 어려운 인력관리: 관리를 넘어 리딩으로

(+) 카페경영 에피소드1

#10. 생각과는 다른 새로운 시장

#11. 카페 비수기를 극복한 나의 경영 전략

(+) 카페경영 에피소드2

#12.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

#13. 알바생의 취업을 돕는 사장

#14. 버티는 자영업자, 망하는 자영업자

#15. 카페 신메뉴, 어떻게 개발할까

#16. 강연과 코칭 카페

#17. 카페경영 경험을 나누다 

#18. 카페 2호점 이야기 

#19. 카페 2호점, 양도 후 1년

#20. 인터뷰 : 카페 경영 FAQ 

#21. 가격을 상향할 시점




매거진의 이전글 #6. 카페 인수 8개월 만에 2호점을 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