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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미공학자 Mar 18. 2016

(+) 카페경영 에피소드 1

10년 차 공돌이의 카페 경영


나는 공대를 졸업하고 공돌이의 직업인 엔지니어로 6년간 일했다. 공대 4년 그리고 엔지니어 6년, 공돌이로서 10년을 살았다. 그 후 나는 카페 사장이 되었다. 전업은 따로 있어 부업으로 카페 경영을 하고 있다. 전업만큼 완전하게 하기 어렵지만 그 경험만큼은 기록으로 남기고 싶고 글로 써서 나누고 싶다. 경험은 분명히 훗날 나에게 감사한 추억으로 돌아오리라 믿는다. 10년 차 공돌이의 카페 경영은 어떨지 살펴보자. 




취객의 추억

작년 10월 어느 날이었다. 그날은 커피 머신을 교체하는 날이었다. 카페 인수와 함께 사용하던 커피 머신이 너무 오래돼서 버티고 버티다 교체를 하는 날이었다. 커피 머신 업체에서 머신을 교체하고 있었다. 나는 설치되는 머신을 보며 동시에 밖을 힐끔 바라보았다. 아침부터 계속 눈에 거슬렸던 건너편 술집 앞에서 풍경 때문이었다. 취객이 상의를 탈의한 채 잠들어있었다. 시간은 12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한편으로 저 취객이 언제 일어날까라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다.


10분쯤 지났을까. 취객이 일어났다. 상의를 탈의한 모습으로 갑자기 스트레칭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리 전날 과음을 했어도 정오가 되었으니 술이 다 깼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착각을 하고 있었다. 한참 머신 설치를 하고 있는데 그 취객이 카페로 들어왔다. 맨발에 상의는 탈의한 모습이었다. 나는 오늘 오전에는 설비 문제로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못 알아들은 듯 보였다. 나는 재차 말했다. 취객은 갑자기 나에게 쌍욕을 했다.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커피 머신을 설치하는 기사 분들은 나에게 무시하라는 걱정의 눈빛을 보내주었다. 나는 영업장에서 이러시면 경찰을 부르겠다고 했다. 취객은 계속 쌍욕을 했다.


나는 취객에게 다시 정중하게 말했다. 취객은 다시 나에게 쌍욕을 했다. 기분이 좀 상했다. 나는 취객에게 시원한 물을 한잔 드렸다. 다행히 취객은 물을 마시고 말없이 나갔다. 그러나 쌍욕을 연달아 들으니 나의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오후 5시 쯤되어 아르바이트생과 교대할 시간이 되었다. 카페 창밖으로 그 취객이 다시 보였다. 정오 때 보다 더 취해 있었다. 다른 사람과 싸우고 있었다. 상대에게 쌍욕을 하며 어퍼컷을 날릴 액션을 취하다 말았다. 다시 로우킥을 시도할 액션을 취하다 말았다. 서로 실랑이를 벌였다. 잠시 후 주변 사람들이 말렸다. 10분쯤 지났을까. 경찰차 두 대가 왔다. 경찰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런데 취객은 여전히 인사불성이었다. 경찰차 앞에 승용차가 한 대 있었는데 취객이 플라스틱으로 된 호프집 의자로 그 차를 내리찍고 있었다. 경찰 바로 앞에서. 잠시 후 취객은 수갑이 채워진 채 경찰차에 탑승되었다.


며 칠 후, 카페에 젊은 남성이 찾아왔다. 강력계 형사였다. 나는 태어나서 강력계 형사를 드라마가 아닌 일상에서 직접 처음 만났다. 그는 얼마 전에 있었던 취객에 대해 물었다. 나는 있는 그대로 말했다. 직접적으로 피해를 본 것은 아니지만 있는 그대로 말했다. 사건이 있던 그날 나뿐만 아니라 주변 상가에 많은 피해가 있었다고 형사는 말했다. 심지어 근처 휴대폰 가게의 점원에게 폭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알고 보니 그 취객은 소위 '주폭'이라는 동네 음주 폭력배라고 했다. 그 기간 즈음에 주변 상인들 다수가 피해를 입었단다.


다음날 카페 앞에 기자와 카메라가 왔다. 기자는 여기저기를 움직이며 카메라와 함께 바쁘게 움직였다. 그날 저녁 종합편성 채널 뉴스에 '주폭의 횡포'라는 기사가 나왔다. 시간이 지나 취객의 선처를 호소하는 지인이 주변을 돌아다녔다. 원래 착한 사람인데 술을 마시면 그렇게 된다는 말을 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취객은 전과가 있어 이번에 형을 좀 살다 나올 것이라고 형사는 말했다. 다시 나오더라도 술은 마시지 않았으면 한다. 취객의 지인이 선처를 바라며 했던 노고를 그 취객이 알아주길 나는 바란다.  


[공돌이의 카페경영 스토리]

#1. 퇴사 후 카페를 인수하다

#2. 왜 카페를 인수했나

#3. 카페 인수 이야기

#4. 경영평가의 1순위, 수익성

#5. 커피시장의 경쟁, 나만의 경영을 시작하다

#6. 카페 인수 8개월 만에 2호점을 열다

#7. 프랜차이즈의 습격과 나의 역습

#8. 카페 2호점을 설계하다

#9. 가장 어려운 인력관리: 관리를 넘어 리딩으로

(+) 카페경영 에피소드1

#10. 생각과는 다른 새로운 시장

#11. 카페 비수기를 극복한 나의 경영 전략

(+) 카페경영 에피소드2

#12.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

#13. 알바생의 취업을 돕는 사장

#14. 버티는 자영업자, 망하는 자영업자

#15. 카페 신메뉴, 어떻게 개발할까

#16. 강연과 코칭 카페

#17. 카페경영 경험을 나누다 

#18. 카페 2호점 이야기 

#19. 카페 2호점, 양도 후 1년

#20. 인터뷰 : 카페 경영 FAQ 

#21. 가격을 상향할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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