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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미공학자 Mar 17. 2016

#10. 생각과는 다른 새로운 시장

10년 차 공돌이의 카페 경영


나는 공대를 졸업하고 공돌이의 직업인 엔지니어로 6년간 일했다. 공대 4년 그리고 엔지니어 6년, 공돌이로서 10년을 살았다. 그 후 나는 카페 사장이 되었다. 전업은 따로 있어 부업으로 카페 경영을 하고 있다. 전업만큼 완전하게 하기 어렵지만 그 경험만큼은 기록으로 남기고 싶고 글로 써서 나누고 싶다. 경험은 분명히 훗날 나에게 감사한 추억으로 돌아오리라 믿는다. 10년 차 공돌이의 카페 경영은 어떨지 살펴보자. 




생각과는 다른 새로운 시장

큰 돈을 벌고 싶은 욕심은 아니었다. 대학원에 다니며 경제적인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사업을 하고 싶었다. 경영대학원에 다니며 실전경영을 할 수 있고, 내가 배우는 코칭 그리고 강연까지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써도 카페는 최고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운영되고 있는 카페를 인수했다. 처음해 보는 사업에 나의 경험과 역량을 총동원했다. 기준을 재정립하고 프로세스를 명확하게 하고 운영이 되도록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리고 6개월 만에 2호점을 열기 위한 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발품을 팔고 힘겨운 협상 끝에 전통시장 입구에 카페 자리를 확보했다. 처음 해보는 시도였지만 카페를 하나 더 열 준비는 어렵지 않았다. 기준과 프로세스를 만들어 놓은 덕분이다. 물론 새롭게 부딪히는 문제가 있었다. 경험이라고 생각하며 해결하고 개선했다. 그리고 드디어 카페 2호점을 오픈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시장 입구라 기대가 컸다.

사실 어떤 사업이든 기대가 앞서지 않을까. 철저한 시장분석과 준비를 차치하고서라도 마음이 설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유동인구가 많은 시장 입구라 더욱 그랬다. 결과는 어땠을까? 나 역시 또 성공적이었다고 말하고 싶지만 처음부터 그렇진 않았다. 처음 3개월 매출은 목표 매출 대비 47% 밖에 나오지 않았다. 주위에서는 말했다. “자리를 잡으려면 시간이 필요해.”, “어떤 사람은 개업하고 하루에 몇 만원도 못 파는데 그것보단 낫잖아.” 나도 내 마음을 그렇게 격려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불안한 마음이 커졌다. 분명히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3개월 사이에 아르바이트생의 건강문제로 인력운영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자리를 잡으려면 시간이 필요해.”
“어떤 사람은 개업하고 하루에 몇 만원도 못 파는데 그것보단 낫잖아.”

나는 3개월을 돌아보며 분석했다. 가격 경쟁력을 위해 오픈하며 적용한 전략이 ‘테이크아웃 500원 할인’이었다. 500원 할인은 꽤 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할인 가격이 문제가 아니었다. 고객은 그것을 어려워했다. 다른 한 가지는 시장 입구라서 유동인구가 많은 것은 그저 사실 중 하나일 뿐이었다. 한 손님이 카페에 오셔서 푸념하시듯 말씀하셨다. “오만원 들고 왔는데 몇 개 사니 다 없어졌네요.” 그렇다. 시장에 한 푼이라도 깎으러 오는데 커피 가격이 비싸게 느껴진 것이다.


나는 4개월째부터 가격을 조정했다. 큰 결정이었다. 아메리카노 가격을 파격적으로 인하했다. 요즘 많이 생겨나는 저가 커피전문점만큼은 아니지만 한 눈에 싸다는 느낌이 들도록 가격을 내렸다. 저렴한 가격은 확실하게 인식되어야 각인된다는 생각이었다. 어설프게 내린 건 효과가 미흡하다. 2015년, 2016년에 걸쳐 나타나는 트렌드 중 하나는 '가성비'의 약진이다. 나는 내가 판매하는 커피 맛을 가성비의 약진으로 드러내고 싶었다. 즉 가격 대비 맛이 괜찮다는 것에 자신이 있었다. 카페의 원두는 두 종류의 원두를 내가 직접 블렌딩 한다. 대중적으로 맞춰지고 이미 1호점에서 검증된 맛이기 때문에 가성비 측면에서는 자신 있었다. 때문에 가격을 내리면서 고객층을 확보하면 재방문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생과일주스 가격도 많이 내렸다. 시장에서 과일 가격이 눈에 보이는 상황이 구입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한 잔당 수익은 이전 대비 줄어들기 때문에 많이 팔아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선점해 놓으면 성수기에 박리다매 효과를 분명히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과일은 내가 조금 더 부지런히 과일 도매시장에서 박스로 구입해오면 된다. 새벽에 몇 번만 더 일찍 일어나면 된다. 한편 아메리카노와 생과일주스가 저렴하기 때문에 여러 잔을 주문하는 경우, 조금 더 비싼 음료를 한 잔, 두 잔 추가하길 기대했다. 그리고 1호점에서 효과를 확인한 전략인 One more thing(*오레오 쿠키와 캐러멜 비스킷 제공)을 2호점에도 적용했다. 자영업 매출 발생의 핵심인 ‘재방문’을 위한 조치였다.


오픈 후 목표 매출 대비 47%였던 일 매출은 82%로 상승을 확인했다.


가격 조정을 시작한 달의 월 통계에서, 오픈 후 목표 매출 대비 47%였던 일 매출은 82%로 상승을 확인했다. 오픈하고 자리를 잡고 있는 기간이고 비수기인 점을 감안하면 괜찮다. 추이도 좋고, 단골손님도 늘었다. 봄이 오고 성수기로 가는 길목인 3월 현재, 목표 매출의 90%를 찍고 있다. 정량적인 현재 매출 추이와 확보한 단골 고객, 신규 고객의 증가 추이로 볼 때, 본격적인 성수기로 접어들면 목표 매출의 130%를 달성할 것으로 나는 예상한다. 내가 말하는 목표 매출은 카페 수익으로만 먹고살만한 수준이다. 물론 주관적이긴 하지만 그 정도면 큰 욕심 없이 만족한다. 시장은 생각과는 달랐다. 이미 형성되어 있는 시장이었지만 나에게는 새로운 시장이었다. 나의 생각과는 다른 새로운 시장이었다.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값진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 배웠다. 사실 그 짧은 기간 사이, 지난해 여름에 대박을 친 생과일주스 전문 프랜차이즈가 들어서겠다며 카페를 팔라고 했다. 권리금을 줄 테니 팔라고 권유했다. 몇 천 만원의 수익이 당장 발생할 조건이었다. 그러나 나는 팔지 않았다. 카페를 지켰다.


나는 2호점 오픈에 나의 모든 역량을 동원했다. 그리고 카페를 지켰다. 내가 카페를 한 개 더 오픈한 목적과 그 의미가 명확하기 때문에 나는 열심히 했다. 2호점은 다가올 4월부터 나의 누나에게 양도한다. 처음부터 계획은 그랬다. 나의 열정을 무리라고 보고 나의 욕심으로 보았던 사람도 있었다. 나에게 뭐라고 말한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하고 싶다. 그렇다고 누나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나오는 욕먹는 시누이 같은 사람은 아니다. 어떤 값비싼 교육을 받지 않았음에도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고 뛰어난 인품을 지닌 나의 누나이다. 어려운 가정환경에 누나는 나에게 많이 양보했다. 때로는 희생도 했을 것이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 이후로 단 한 번도 누나와 싸우지 않았다. 모두 누나 덕분이다. 그런 누나에게 카페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냥 줄 수도 없었다. 목표 매출을 달성해서 줘야 한다. 그래서 열심히 했다. 큰 우여곡절을 많이 겪은 누나에게 나는 선물하고 싶다. 다른 욕심은 없다. 오히려 창업과정에서 내가 얻은 값진 것들이 더 많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이 그 첫 번째다. 두 번째는 그 과정에서 얻은 배움을 이렇게 글로 남기는 보물이다. 세 번째는 이 과정을 통한 나의 성장이다. 이제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지금처럼 다시 가던 길을 갈 것이다. 늘 나를 믿어주고 용기를 주고 힘을 내도록 함께 있어주는 가족, 나의 어머니 그리고 나의 누나에게 고맙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도 흡족하게 바라보며 미소 지으실 것 같다.


오는 4월부터 2호점을 누나에게 양도하면 나에게 시간적 여유가 많이 생긴다. 그래서 나는 카페 경영과 관련된 나의 역할을 하나 더 추가할 예정이다. 카페 경영자로서 실전경영을 이어나갈 것이고, 카페 디렉터 역할을 새롭게 더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 카페를 다니며 기행문을 쓰고 싶다. 커피에 대한 공부도 더 하고, 카페라는 공간에 대한 공부도 직접 걸으며 하고 싶다. 기행문은 여기에 계속해서 글로 남길 것이다. 경험과 지식과 역량이 어느 정도 쌓이면 카페 디렉터로서 실전 컨설팅도 도전할 것이다. 퇴사 후 직업이 하나 더 생겼다.

[공돌이의 카페경영 스토리]

#1. 퇴사 후 카페를 인수하다

#2. 왜 카페를 인수했나

#3. 카페 인수 이야기

#4. 경영평가의 1순위, 수익성

#5. 커피시장의 경쟁, 나만의 경영을 시작하다

#6. 카페 인수 8개월 만에 2호점을 열다

#7. 프랜차이즈의 습격과 나의 역습

#8. 카페 2호점을 설계하다

#9. 가장 어려운 인력관리: 관리를 넘어 리딩으로

(+) 카페경영 에피소드1

#10. 생각과는 다른 새로운 시장

#11. 카페 비수기를 극복한 나의 경영 전략

(+) 카페경영 에피소드2

#12.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

#13. 알바생의 취업을 돕는 사장

#14. 버티는 자영업자, 망하는 자영업자

#15. 카페 신메뉴, 어떻게 개발할까

#16. 강연과 코칭 카페

#17. 카페경영 경험을 나누다 

#18. 카페 2호점 이야기 

#19. 카페 2호점, 양도 후 1년

#20. 인터뷰 : 카페 경영 FAQ 

#21. 가격을 상향할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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