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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미공학자 Mar 18. 2016

#12.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

10년 차 공돌이의 카페 경영


나는 공대를 졸업하고 공돌이의 직업인 엔지니어로 6년간 일했다. 공대 4년 그리고 엔지니어 6년, 공돌이로서 10년을 살았다. 그 후 나는 카페 사장이 되었다. 전업은 따로 있어 부업으로 카페 경영을 하고 있다. 전업만큼 완전하게 하기 어렵지만 그 경험만큼은 기록으로 남기고 싶고 글로 써서 나누고 싶다. 경험은 분명히 훗날 나에게 감사한 추억으로 돌아오리라 믿는다. 10년 차 공돌이의 카페 경영은 어떨지 살펴보자. 




카페에는 작은 성금 모금함이 있다. 춘천에 있는 밀알재활원에 기부하기 위한 모금함이다. 사실 정말 작은 돈이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따뜻한 마음이다. 동전 몇 개를 모금함에 넣는 누군가도 나와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나는 카페에 오는 고객이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와서 기분 좋고 뿌듯하게 나가길 바란다. 마음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측면에서도 그렇고, 사실 영업 측면에서도 그래야 '재방문'한다.  


내가 밀알재활원과 인연을 맺은 것은 4년 전 직장생활을 할 때 봉사활동을 통해서다.



2012년 4월 28일  


나는 오늘.
봉사활동을 여러 번 다녀왔지만 그리고 사실 오늘 봉사활동도 승진하기 위한 봉사시간을 위해 간 것이지만 느낀 점이 많아서 짧은 글로 남겨본다. 지적장애인을 위한 봉사활동은 처음이다. 춘천의 밀알재활원에서 오시고 우리는 가평의 아침고요 수목원에서 만났다. 만나자마자 손을 잡고 다니며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예쁜 꽃을 보며 마냥 좋아하는 모습에 나도 웃음이 절로 나왔다.


같은 조였던 오북용씨(사진가운데)는 지적장애 3급이지만 말도 잘하고 유머감각이 뛰어나다. 그리고 귀여우시다. 아버지가 해병대를 나오시고 2남 2녀 중 막내란다. 야구선수 이병규를 좋아하며 트로트를 좋아해서 오늘 산책하는 종종 수줍어하면서도 노래를 여러 곡 들려주었다. 오늘 나의 짝꿍이었던 이말숙 씨는 언어장애까지 있어서 말은 못 하지만 내가 하는 말은 잘 알아들어 주었다. 오늘 함께 있는 내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최고라고 연신 웃었다. 낮에는 날씨가 더워서 손을 잡고 가다가 손에 땀 이나니 자신의 옷에 손바닥 땀을 닦고 씨익 웃었다. 중간중간에 내 손과 목 안마도 해주었다. 헤어질 때는 다음에 또 만나자고 하니 새끼손가락을 나의 새끼손가락에 걸었다. 끝까지 웃어 주며 아쉬운 인사를 했다.


사실 오늘은 덕분에 내가 더 많이 웃은 것 같다. 많이 웃었다 오늘. 그리고 재활원에서 오신 수녀님도 함께 만났다. 태어나서 수녀님 하고는 처음 이야기해보았다. TV나 영화에서만 보고 직접 이야기는 처음이었다. 지적장애인들에 대해 이야기해 주시며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분이셨다. 사회복지 사분들도 참 대단하신 것 같다. 오늘은 두 분의 사회복지사가 오셨는데 어려운 일을 웃으며 즐겁게 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나는 오늘. 오북용씨 그리고 이말숙 씨와 함께.




2014년 8월 18일   


휴가를 맞아 2년 전에 한 약속을 지키러 갔다. 나 살기 힘들다고 잊고 있던 약속이 생각났고 이번 휴가에는 의미 있는 일들을 해보고 싶었다. 2년 전 봄, 봉사활동 때 만났던 오북용씨와 이말숙 씨가 보고 싶어 춘천 밀알재활원에 전화를 해보니 잘 지내고 있다고 복지사 선생님께서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오북용씨는 요즘 재활원에서 운영하는 Tea house에서 일을 한다고 해서 우선 북용씨를 만나러 갔다. 북용씨는 자신을 카페에서 서비스(서빙)를 맡고 있다고 소개를 하셨고, 내가 2년 전 사진을 보여주니 기억이 난다고 하셨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북용씨에 대해 이야기를 하니 기억이 더 잘 난다며 활짝 웃어 주셨다. 커피를 한 잔 주문해서 마시고 있는데 북용씨가 아이스크림을 사주신단다. 나는 괜찮다고 한사코 거절했으나 찾아와 줘서 고맙다며 쭈쭈바 하나를 사가지고 오셨다. 내가 오히려 또 감동을 받았다. 올해 마흔네 살인 북용씨가 나에게 몇 살이고 무슨 띠냐며 물었다. 대답을 하며 내가 그랬다.


 "형님이에요, 난 동생이고 형님 해줘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활짝 웃어 주셨다.


북용 형님과 즐거운 만남을 갖고 재활원으로 가서 봉사활동을 마치고 말숙 씨를 만났다. 지적장애와 언어장애가 있는 말숙 씨는 신기하게도 나를 바로 알아봐주었다. 자신의 검지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가리키며 기억난다고 표현했고 2년 전처럼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웃었다. 건강하게 잘 지내줘서 고맙다고 손을 잡아 주었다. 다른 친구들과도 사진을 찍고 다음에 찍은 사진을 우편으로 보내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북용 형님이 일을 마치고 재활원으로 돌아와서 말숙 씨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오늘도 오히려 내가 마음의 선물을 받고 간다. 사람 때문에 힘든 경우가 많다. 사실 사람 때문에 가장 힘이 드는 '곳'은 우리의 마음이다. "그 사람은 왜" "그 사람 때문에" 등등 마음이 요동을 치게 만드는 것이 그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계속 마음과 머릿속을 혼란스럽고 힘들게 한다. 사람 덕분에 행복해지기도 한다. 생각지도 못한 배려와 사랑으로 그렇기도 하지만, 우리의 마음을 살펴보면 그보다 많은 경우는 그 사람을 괜찮은 사람으로 규정지어 놓은 경우들이다. 괜찮은 사람, 고마운 사람이라고 규정지어 놓으면 마음이 더 편안하고 따뜻해진다. 그렇다면 사람 때문에 힘든 경우에도 '그 사람은 괜찮은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단지 역할이 그렇고 자리가 그래서 그래' '서로 다르니 그럴 수도 있지' '나도 완벽하진 않잖아'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덜 힘들다. 물론 말이 쉽지만 그래도 좀 낫다. 그러면 그때의 마음이 예전보다는 넓어져 같은 외부 요동에도 흔들림이 작을 것이기 때문이다.




2016년 2월 20일


춘천 밀알재활원에 다녀왔다. 카페바닐라의 밀알재활원 후원 모금함 성금으로 음료와 과자를 전달했다.

내가 무료 코칭을 해드리고 작은 성의로 받은 성금을 포함해서 1년 동안 모은 금액으로, 정말 작은 돈이지만 따뜻한 마음 잘 전달하고 왔다. 도움 주신 분들께 정말 고맙다.


작년에는 설 연휴에 갔었는데 재활원생 대부분 가족을 만나러 집으로 가서 성금만 전달하고 왔다. 오늘은 설 연휴도 지난 여유로운 토요일인 덕분에 잘 만났다. 2년 만에 만나는 북용이 형이 내 이름을 먼저 불러줬다. 그때 서로 의형제를 맺었는데, 사실 너무 오랜만에 만나면 내가 누구에게 말을 놓았었는 조차도 헷갈리는데 그걸 기억하고 있어서 놀랐다. 또 내 이름을 잊지 않고 불러주니 오히려 내가 또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사실 2년 전에도 2년 만에 만났음에도 제 얼굴을 기억해줘서 고마웠는데 이번에도 감동을 준다.


자주는 못 가고 1년에 한 번이지만 갈 때마다 인간애 그리고 사람의 순수함을 맑게 느끼고 온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 자체가 기쁘고 마음이 깨끗하게 정화되는 기분이다. 힘도 더 난다. 독감에 걸려 오늘 만나지 못한 말숙 씨의 쾌유를 빌며 짧은 기록을 남깁니다.


오늘은 어머니와 누나도 함께 갔다. 재활원 친구들과 함께 담소를 나누며 제가 느낀 따뜻함을 느낀 듯해서 뿌듯하다. 오는 길에 소양강댐도 구경하고(아, 현장에서 어머니가 부르신 '소양강 처녀' 노래도 직접 들었다) 춘천 닭갈비도 맛있게 먹고 기분 좋게 다녀왔다. 기분이 참 좋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내가 밀알재활원을 찾아간 날 북용 씨와 말숙 씨를 찾아갔을 때 두 분은 정말 행복해 보였다. 얼굴 표정이 말해 주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다른 어떤 조건 없이 느끼는 순수한 만남의 기쁨이다. 나는 이들의 행복에서 나의 행복도 발견했다.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인 프랑수아 를로르의 책 <꾸뻬 씨의 행복 여행>에서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정신과 의사 꾸뻬 씨는 행복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행복을 위한 배움을 이어가던 중 이런 내용이 나온다.


배움 23. 행복은 다른 사람의 행복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이 배움을 내 삶에서 온전히 느끼고 있는 나는 행복하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도 행복하다. 이 말은 다시 말하면 다른 사람의 행복에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 관심은 나의 행복이 될 것이다. 때때로 누군가는 누군가를 질투하고 시기한다. 이런 것이 느껴질 때 나는 슬프다. 온전한 마음으로 상대의 행복을 응원해주며 함께 기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꾸뻬 씨는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여행에서 첫 번째 배움으로 이런 말을 했다.


배움 1. 행복의 첫 번째 비밀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공돌이의 카페경영 스토리]

#1. 퇴사 후 카페를 인수하다

#2. 왜 카페를 인수했나

#3. 카페 인수 이야기

#4. 경영평가의 1순위, 수익성

#5. 커피시장의 경쟁, 나만의 경영을 시작하다

#6. 카페 인수 8개월 만에 2호점을 열다

#7. 프랜차이즈의 습격과 나의 역습

#8. 카페 2호점을 설계하다

#9. 가장 어려운 인력관리: 관리를 넘어 리딩으로

(+) 카페경영 에피소드1

#10. 생각과는 다른 새로운 시장

#11. 카페 비수기를 극복한 나의 경영 전략

(+) 카페경영 에피소드2

#12.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

#13. 알바생의 취업을 돕는 사장

#14. 버티는 자영업자, 망하는 자영업자

#15. 카페 신메뉴, 어떻게 개발할까

#16. 강연과 코칭 카페

#17. 카페경영 경험을 나누다 

#18. 카페 2호점 이야기 

#19. 카페 2호점, 양도 후 1년

#20. 인터뷰 : 카페 경영 FAQ 

#21. 가격을 상향할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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