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의미공학자 Mar 24. 2016

#14. 버티는 자영업자, 망하는 자영업자

10년 차 공돌이의 카페 경영


나는 공대를 졸업하고 공돌이의 직업인 엔지니어로 6년간 일했다. 공대 4년 그리고 엔지니어 6년, 공돌이로서 10년을 살았다. 그 후 나는 카페 사장이 되었다. 전업은 따로 있어 부업으로 카페 경영을 하고 있다. 전업만큼 완전하게 하기 어렵지만 그 경험만큼은 기록으로 남기고 싶고 글로 써서 나누고 싶다. 경험은 분명히 훗날 나에게 감사한 추억으로 돌아오리라 믿는다. 10년 차 공돌이의 카페 경영은 어떨지 살펴보자. 




버티는 자영업자, 망하는 자영업자

30대에 자영업을 처음 경험해보고 있다. 회사를 다니다가 경험하는 중이라서 새롭게 배우는 것이 많다. 새로운 시각이 추가돼서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인다. 주로 관심이 가는 풍경은 자연스럽게 상가, 점포, 자영업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폐업 점포다. 동네만 돌아다녀도 쉽게 발견되는 모습이다. 내가 사는 동네만 둘러봐도 새로 생긴 점포가 6개월을 넘기기 힘들다. 예전부터 자리를 잡아 영업을 하는 분들도 어려운 가운데 운영하겠지만 새롭게 오픈한 자영업자의 폐점은 더 가슴 아프다. 주로 많이 창업하는 외식업의 경우 처음에 특별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면 버티다 그리고 겨우 버티다 망한다.


실제로 얼마 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자영업 폐업자 수가 5년 만에 최대치라고 한다. 지난해 자영업자 수가 556만 3000명으로 1994년(537만 6000명)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고, 전년보다는 8만 9000명 감소한 수준으로 감소폭도 11만 8000명이 줄었던 2010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크다고 밝혔다. 우리가 주위에서 목격한 모습이 비단 우리 동네만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실제로 자영업 전선에 뛰어들어 경험해보니 정말 어렵다. 카페 1호점을 하면서도 느꼈지만, 2호점을 창업하면서 더욱 절실하게 느꼈다.



우리나라 치킨집은 전 세계 맥도널드 지점(3만 5,429개, 2013년 기준)을 합한 수보다 많은 많은 약 3만 6천여 곳이라고 한다. 치킨을 사랑하는 국민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치킨집은 퇴직 후 창업의 1순위인 것 같다. 인터넷의 한 유머사이트에 위의 그림은 우리를 웃기면서도 슬프게 한다. 경기침체에 어려워진 기업은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조기 은퇴한 직장인들은 퇴직금으로 치킨집을 창업한다. 구조조정이 아닌 정년을 모두 채우고 은퇴하는 사람의 치킨집 창업까지 포함해서 시장은 점점 포화된다. 더욱이 지금은 불황이 아닌 저성장 시기다. 불황이 있으면 다시 호황이 오겠지만 저성장 시기에는 언제 호황이 올지 모른다.



기사에서도 쉽게 접하는 이야기의 서두는 이 정도로 하고 공돌이 10년 차의 카페 경영 스토리로 가보자. 카페 창업 역시 치킨집 창업과 마찬가지로 그 수가 늘어나고 있다. 다른 업종에 비해 창업이 수월하고 비교적 깔끔하다는 인식 때문에 신규 창업자가 많이 선호한다. 내가 카페 1호점을 인수한 날 약 30m에 있던 카페 한 곳이 인테리어를 뜯어 냈다. 프랜차이즈는 아니었고 1호점보다 약간 작은 면적이었다. 하지만 1호점 보다 더 큰길에 노출된 모퉁이 장소였다. 목이 좋은 곳이었다. 임대료도 비쌌다. 그러나 폐업했다. 그리고 다시 약 3개월 후 50m 떨어진 곳 2층에 넓은 평수의 커피전문점이 들어섰다. 약간의 거리도 있고 2층이라는 디메리트 때문에 카페 매출에 영향은 없었다. 그 카페는 지금도 영업한다. 내부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잘 버티거나 잘 경영하고 있을 것이다.


다시 3개월 후, 50m 근처에 저가 커피 대형 프랜차이즈가 1,2층으로 들어섰다. 내가 운영하는 카페 매출에 타격을 주었다. 그 이후 나의 반격으로 나는 매출을 회복했지만, 그 프랜차이즈는 아직 잘 운영되고 있다. 다시 7개월 후인 지난달에 30m 거리에 또 하나의 카페가 문을 열었다. 큰 길가지만 매장 면적이 굉장히 좁다. 사실 거리가 가깝고 신경이 쓰여서 잘 살폈다. 무엇보다 가격이 문제였다. 특별함이 없는 가운데 큰 무기는 가격인데, 내가 운영하는 카페보다 가격을 파격적으로 저렴하게 판매할 경우 영향이 있을 수 있었다. 그 카페는 1호점의 음료 가격보다 아주 조금씩 저렴하게 가격을 책정했다. 오픈 후 약 한 달 정도가 지난 지금 시점, 나는 오히려 그 카페를 걱정하는 마음이 생겼다. 내부 사정을 모르고 쉽게 판단하는 오류일 수도 있지만, 겉으로 보기에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 지금 버티고 있을지, 다른 방법을 생각하고 있을지 걱정되는 마음이 앞선다.


사실 작년에 1호점 근처에 생긴 저가 커피 대형 프랜차이즈의 습격이 있었지만 잘 헤쳐나갔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했다. 그 보다 더 저가인 초저가 커피 전문 프랜차이즈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그 초저가 커피전문점도 곧 오픈한다. 다행히 1호점에서 약 250m 정도 떨어진 역세권이다.


'어차피 생길 거라면 차라리 그쪽에 생긴 것이 오히려 다행으로 느껴졌다'

'드루와 드루와'라는 영화 속 배우 황정민의 대사처럼 이 전쟁에서 나도 내성이 생길 것일까. 아니면 긍정적인 생각 덕분에 긍정으로 승화하고 있는 것일까.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들어올 것들은 다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기업을 경영할 때도 외부 환경의 변화를 위기와 기회 측면에서 잘 살펴야 한다. 자영업도 마찬가지다. 외부 환경 변화를 잘 살피면서 경영전략을 펼쳐야 한다.


이번엔 2호점 이야기로 가보자. 2호점은 반대의 상황을 내가 만들었다. 기존 시장에 내가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커피 및 음료 시장으로만 볼 때, 2호점의 길 건너에는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이 넓게 있다. 그리고 다른 길 건너에는 특정 메뉴로 특화된 커피 및 음료 프랜차이즈가 있다. 그리고 2호점은 내부 면적은 좁지만 전통시장의 입구 바로 앞 건물 1층에 있다. 나는 도전자다. 4차선 길을 건너에 두고 서로 다른 시장을 바라봤다. 물론 상대편에서는 내가 1호점에서 그렇게 생각했듯이 같은 시장을 바라볼 것이다. 2호점은 작년 9월에 오픈해서 7개월이 지났다. 초반보다는 자리가 잡혀 단골손님도 늘고 성수기로 가는 길목이라 매출도 증가했다.


2호점을 오픈 후 3개월째부터 매장을 매매하라는 창업컨설팅 또는 부동산의 유혹이 있었다. 물론 나는 팔지 않았다. 사실 몇 개월만에 수천만 원의 수익을 가져갈 수도 있는 조건이었지만 나는 팔지 않았다. 2호점이 자리를 잡는 기간이었기 때문에 그 유혹은 누구에게나 달콤하게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2호점을 오픈한 목적과 의미가 뚜렷했기 때문에 미소를 지으며 거절했다. 창업컨설팅 업체에서 문의가 왔을 때  나는 물었다.


"아마 투자하시는 분께서 이 곳 위치에
매료되신 것 같은데,
이 주위에 곧 오픈하겠네요?"


그렇다고 했다. 내 생각에 아마 퇴직 후 모아둔 돈과 퇴직금으로 창업하는 분위기였다. 그 매장은 생과일주스를 판매하는 프랜차이즈였다. 나는 이 물음을 바탕으로 얼마 안 가서 오픈을 예상했다. 약 3개월 후 그 프랜차이즈가 생겼다. 다행히 길 건너에 생겼다. 4차선 길 하나의 차이는 크다고 나는 생각한다. 또한 2호점의 위치는 시장 입구다. 사실 길 건너에 이 프랜차이즈가 오픈하기 전에 에피소드가 있었다. 2호점 인근 점포의 사장님께서 나에게 전화를 걸었었다. 그 상황이었다. 그래도 고맙게 나에게 의견을 물어봐주셨다. 감사하다. 그리고 결국 팔지 않으신 것도 감사하다. 그 점포를 프랜차이즈에 팔아도 되겠냐는 물음에 나는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물론 결국에는 그 프랜차이즈가 오픈했지만 나름대로 대응한 덕분에 길 건너에 들어선 것은 아닐까. 공돌이인 나는 그 매장을 산술적으로 걱정한다. 현재의 판매가격으로 하루 영업시간 14시간으로 계산하면 내가 생각하는 일 목표 매출(통상 한달 기본 수익으로 생각)을 달성하기 위해선 4분에 한 잔씩 팔아야 한다. 쉽지 않다. 손님이 몰리는 식후 시간에 더 팔 수 있겠지만 그 외의 시간을 포함해서 4분에 한 잔씩 팔기는 쉽지 않다. 4분에 한 잔은 역세권이어야 가능할 것 같다는 것이 산술적 계산 결과에 따른 나의 의견이다.


이제 성수기로 가면서 프랜차이즈 매장도 잘 될 것이고 내가 운영하는 매장도 잘 될 것이다. 현실은 전쟁이지만 이것이 공존이라고 생각하면 긍정적인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독특한 경영전략도 생길 것이다. 또 즐겁게 경쟁에 참여해야겠다. 결국 프랜차이즈의 업주도 같은 자영업자이다. 어렵게 모은 돈과 퇴직금으로 버티고 버티다 망하는 자영업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공존해야 한다. 같은 업종에서의 전쟁을 즐겁게 치러야겠다. 이렇게 마음먹으니 편안하다. 오늘도 나는 값진 경영수업을 스스로 받고, 경영노트를 쓴다.


[공돌이의 카페경영 스토리]

#1. 퇴사 후 카페를 인수하다

#2. 왜 카페를 인수했나

#3. 카페 인수 이야기

#4. 경영평가의 1순위, 수익성

#5. 커피시장의 경쟁, 나만의 경영을 시작하다

#6. 카페 인수 8개월 만에 2호점을 열다

#7. 프랜차이즈의 습격과 나의 역습

#8. 카페 2호점을 설계하다

#9. 가장 어려운 인력관리: 관리를 넘어 리딩으로

(+) 카페경영 에피소드1

#10. 생각과는 다른 새로운 시장

#11. 카페 비수기를 극복한 나의 경영 전략

(+) 카페경영 에피소드2

#12.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

#13. 알바생의 취업을 돕는 사장

#14. 버티는 자영업자, 망하는 자영업자

#15. 카페 신메뉴, 어떻게 개발할까

#16. 강연과 코칭 카페

#17. 카페경영 경험을 나누다 

#18. 카페 2호점 이야기 

#19. 카페 2호점, 양도 후 1년

#20. 인터뷰 : 카페 경영 FAQ 

#21. 가격을 상향할 시점




매거진의 이전글 #13. 알바생의 취업을 돕는 사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