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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미공학자 Mar 20. 2016

#13. 알바생의 취업을 돕는 사장

10년 차 공돌이의 카페 경영


나는 공대를 졸업하고 공돌이의 직업인 엔지니어로 6년간 일했다. 공대 4년 그리고 엔지니어 6년, 공돌이로서 10년을 살았다. 그 후 나는 카페 사장이 되었다. 전업은 따로 있어 부업으로 카페 경영을 하고 있다. 전업만큼 완전하게 하기 어렵지만 그 경험만큼은 기록으로 남기고 싶고 글로 써서 나누고 싶다. 경험은 분명히 훗날 나에게 감사한 추억으로 돌아오리라 믿는다. 10년 차 공돌이의 카페 경영은 어떨지 살펴보자. 




다섯 명의 알바생이 있다. 1,2호점 합해서 주말 알바를 포함해서 총 다섯이다. 다섯이라고 할 때, 경영자로서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솔직히 인건비다.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한다. 많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내가 일을 적게 하기 때문이다. 내 일도 하며 수익을 늘리는 두 마리 토끼를 원하지만 너무 욕심 부리면 안 된다. 다만, 나는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도 매출을 늘리기 위한 경영전략에는 늘 관심을 쏟는다.


내가 갖고 있는 아르바이트하는 친구들에게 대한 두 번째 생각은 그 친구들의 꿈이다. 아르바이트는 단기 경험이다. 길어야 6개월, 보통 3개월이다. 학생 시절에는 다 그렇다. 오히려 학업과 병행해서 일하는 것이 대견스럽다. 나는 카페 알바, 주차장 정산원, 호프집 서빙, 목욕탕 카운터, 에어컨 설치, 학습욕구 상실 학생 과외, 고액 과외, 스티커 전단지 등의 알바 경험을 했다. 나 역시 아르바이트가 단기 경험임을 알기 때문에  그 친구들에게 무리한 것을 요구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기본적인 부분만 지켜주길 부탁하고 나는 그들의 취업을 돕는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내가 원하는 일이 그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들의 꿈을 위해 내가 지금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다. 베풀 수 있어 감사하다.


나는 시간이 될 때마다 알바생에게 코칭을 한다. 내가 대학원에서 배우고 있는 것을 활용하기도 하고 때로는 진심으로 그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기도 한다. 아무래도 진로와 취업에 대한 고민을 자주 이야기한다. 또한 대학교에 취업컨설턴트로서 나가는 강의 내용을 알바생들의 컨설팅으로 제공한다. 취업 정보를 조사하고 이를 공유한다. 자기소개서 서적을 읽고 공부한 내용으로 함께 토론하기도 한다. 지난달에는 베스트셀러 '기적의 자소서'의 저자 조민혁 씨의 신간 '합격을 부르는 자소서'를 사서 공부했다. 유익한 내용이 정말 많았다. 사실 조민혁 저자는 내가 다녔던 회사, 포스코의 채용팀 출신이다. 내가 공채 입사했을 때, 채용 프로세스를 담당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더 친근감 있게 책을 읽는 내내 친근감이 느껴졌고 내용도 더 잘 들어왔다.


함께 일하는 다섯 명의 친구 중 한 명도 취업준비생이다. 그 친구는 현실적으로 기본적인 스펙을 위해 토익 공부에 집중하길 원했다. 나는 목표 점수까지 집중하되 다가올 2016년 상반기 공채에 대비해 자기소개서 쓰는 연습을 조금씩이라도 하라고 조언했다. 당사자에겐 부담이고 어려움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어느덧 2016년이 되고 일찍부터 상반기 공채가 뜨기 시작했다. 이 친구의 자기소개서를 살펴줬다. 준비가 너무 안 되어 있었다. 마음을 단단히 먹으라고 하고 자소서에 칼질을 했다. 생각보다 센 피드백에 다소 의기소침하는 듯 보였지만 자소서를 다듬기 시작했다. 스스로.


2주 전 그 친구는 부산으로 면접을 보고 왔다. OO기업 서류를 통과했다. 뛸 듯이 기뻐 보였다. 스스로 변화해서 얻은 작은 성공 경험이다. 본인 덕분이다. 며칠간 내가 아는 면접 노하우까지 코칭했다. 지방 근무이기 때문에 사실 의욕이 떨어진다는 그 친구의 말에 따끔하게 주의를 줬다. 어찌 됐든 값진 실전 경험이 될 것이니 간절하게 준비하고 다녀오라고 했다. 값진 경험을 하고 오길 바랬다. 아쉽게도 그 친구는 면접에서 낙방했다. 1대 多 면접에서 의외의 질문들을 받았는데, 평범하지도 않으면서도 깊은 질문은 아니었다. 떨어진 것에는 분명 원인이 있겠지만, 그 친구에게는 의구심만 남긴 채 첫 면접을 경험했다. 첫 성공경험에 힘입어 진에어 서류가 통과됐다. 어제 이 친구는 다른 기업에 면접을 보러 갔다. 이번에는 면접에서 준비할 것들을 나열해 가며, 지난번보다 더 동기 부여될 수 있도록 독려했다. 꼭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한다.


1호점에서 작년 4월부터 오랫동안 함께 일해주고 있는 친구의 전공은 임상병리학이다. 전공의 특수성 때문에 진로가 상대적으로 뚜렷하다. 이 친구는 대학병원에 취업하길 원한다. 3학년을 마치는 시점에 보는 국가고시, 임상병리사 시험이 작년 12월에 있었다. 나는 손님이 있을 때 최선을 다하고, 손님이 없을 때는 공부하라며 응원했다. 그 친구는 학교에 다니며 매일 저녁에 일을 하며 공부에 매진한 결과 지난 1월에 합격했다. 나 역시 매우 기뻤다.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박수를 쳐줬다. 요즘 나는 4학년이 되는 그 친구에게 필요한 토익 공부와 자기소개서 작성법을 전달하고 있다. 이 친구도 원하는 꿈을 위해 순조롭게 전진하고 있다. 오히려 그 열정에 내가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청각학과에 다니는 주말 알바 친구, 프리랜서 디자인을 하는 친구, 군악대를 준비하는 막내 알바까지 모두 원하는 꿈을 향해 가길 바란다. 프리랜서 디자인을 하는 1호점에서 일하는 친구는 얼마 전 디자인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탔다고 한다. 내가 도와준 것은 응원해준 것 밖에 없지만, 기쁜 소식에 나도 덩달아 신이 났다.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내가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나 역시 정말 기쁘다. 베풂이 즐겁다. 이 모든 것이 의미 있는 값진 경험으로 쓰이고 있다. 오늘도.


[공돌이의 카페경영 스토리]

#1. 퇴사 후 카페를 인수하다

#2. 왜 카페를 인수했나

#3. 카페 인수 이야기

#4. 경영평가의 1순위, 수익성

#5. 커피시장의 경쟁, 나만의 경영을 시작하다

#6. 카페 인수 8개월 만에 2호점을 열다

#7. 프랜차이즈의 습격과 나의 역습

#8. 카페 2호점을 설계하다

#9. 가장 어려운 인력관리: 관리를 넘어 리딩으로

(+) 카페경영 에피소드1

#10. 생각과는 다른 새로운 시장

#11. 카페 비수기를 극복한 나의 경영 전략

(+) 카페경영 에피소드2

#12.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

#13. 알바생의 취업을 돕는 사장

#14. 버티는 자영업자, 망하는 자영업자

#15. 카페 신메뉴, 어떻게 개발할까

#16. 강연과 코칭 카페

#17. 카페경영 경험을 나누다 

#18. 카페 2호점 이야기 

#19. 카페 2호점, 양도 후 1년

#20. 인터뷰 : 카페 경영 FAQ 

#21. 가격을 상향할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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