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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미공학자 Mar 11. 2016

#4. 경영평가의 1순위, 수익성

10년 차 공돌이의 카페 경영


나는 공대를 졸업하고 공돌이의 직업인 엔지니어로 6년간 일했다. 공대 4년 그리고 엔지니어 6년, 공돌이로서 10년을 살았다. 그 후 나는 카페 사장이 되었다. 전업은 따로 있어 부업으로 카페 경영을 하고 있다. 전업만큼 완전하게 하기 어렵지만 그 경험만큼은 기록으로 남기고 싶고 글로 써서 나누고 싶다. 경험은 분명히 훗날 나에게 감사한 추억으로 돌아오리라 믿는다. 10년 차 공돌이의 카페 경영은 어떨지 살펴보자. 




인수 후 6개월간의 수익성 향상 활동

경영자로서의 평가의 1순위는 수익성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어떤 것으로 포장할 수 없는 있는 그대로의 실적이다. 인수 후 6개월간의 수익성은 어땠을까? 외부에서는 잘 알기 어렵겠지만 카페 사업은 겨울이 비수기이고 여름이 성수기다. 사실 나 역시 짧은 생각으로 겨울이 춥기 때문에 카페에 자주 오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겨울에는 연말연시 행사나 공연에 가고(내가 경영하는 카페는 조그만 동네 카페다) 동네는 한산하다. 난방비까지 더해져서 더 어렵다. 반면 여름은 동네지만 더운 날씨로 ICE 음료와 테이크아웃 매출이 많다. 또한 ICE 음료의 가격이 HOT 음료 대비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카페를 인수한 시점은 겨울인 12월이었기 때문에 수익성이 굉장히 높진 않았다. 하지만 경영 초반이었고 아직 내가 구상한 경영방침을 실행하지 않았던 시기이다. 12월부터 차근차근 내 생각을 실행에 옮겼다. 다음은 수익성 향상에 영향을 미친 실행 안 들이다.


1. 품질 : 커피 그리고 엔지니어 직무 경험의 힘

품질은 수익성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다. 나는 제조업 엔지니어 출신이고 지금은 커피 제조업을 하고 있다. 맛이 없으면 손님이 오지 않는다. 또한 맛이 거기서 거기면 다시 올 확률이 낮다. 내 생각이다. 그래서 메뉴와 레시피를 다시 점검했다. 우선 핵심 음료인 커피의 원두 문제다. 사실 인수 시점에서부터 부딪힌 난관이다. 전 Owener가 공급받던 원두를 1월 정도까지만 공급받을 수 있고 2월부터는 어렵다고 했다. 원두를 바꿔야 했다. 어려웠다. 원두를 바꾸면 달라진 커피맛을 누구보다 빠르게 느낄 것이 고객이었기 때문이다. 1월부터 시작한 커피 공부에 열을 올렸다. 다양한 커피를 맛보며 감각을 익혔다. 함께 일하는 직원의 감각이 좋아 많이 배우며 익혔다. 최대한 기존 커피 맛과 유사한 블렌딩을 위해 노력했다. 새로운 업체의 샘플을 맛보고 다른 카페도 여러 군데 가 보았다. 한 달간 집중한 덕분에 기존 커피맛과 유사하면서 오히려 더 임팩트 있는 원두 블렌딩을 개발했다. 지금까지 커피 맛이 좋다는 고객의 기분 좋은 피드백을 자주 받고있다.


또 한 가지는 엔지니어 시절의 직무 경험을 살려 레시피를 표준화한 것이다. 기준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으면 품질 편차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존의 레시피 중 티스푼 기준 '약간 소복이', '많이 소복이'라는 것이 있었다. 이것은 '작업 시', '작업자마다' 편차를 발생시키는 요인이다. 따라서 기존 레시피를 정량적인 기준으로 재정립했다. 그리고 머그컵과 유리컵 종류에 따른 정량 차이가 있어 컵 종류별 기준선을 다시 잡고 문서화했다. 덕분에 품질 편차가 많이 감소했고, 함께 일하는 직원들로부터도 혼선이 줄어 좋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2. 디테일의 힘 1 : 화장실의 디메리트 극복

카페에서 화장실의 역할은 무엇일까. 다른 음식점과 달리 카페에 오는 고객은 상대적으로 오래 머문다. 대화가 주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장실의 상태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여성 고객이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화장실의 위치(내부/외부)와 청결이다. 또한 커피의 카페인은 이뇨작용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화장실에 가는 횟수가 많다. 그래서 중요하다. 그만큼 고객에게 여러 번 노출되는 장소라는 말이다. '카페 바닐라'의 유일한(?) 디메리트는 화장실이 밖에 있다는 점이다. 오래된 건물 구조로 인해서 또한 내부 공간 확보를 위해 화장실이 밖에 있다. 출입문으로 나가서 오른쪽 골목 건물에 위치한다. 그래서 이 부분이 사소한 부분이지만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디메리트를 보완하기 위해 두 가지 실행 안을 시행했다. 먼저 직접 순간온수기를 설치했다. 외부 화장실이라 찬물만 나왔다. 겨울에 손을 씻으려면 어마어마한 손 시림을 이겨내야 했다. 추워서 손을 안 씻는 사람이 손을 씻게 만든 점도 있기 때문에 위생적인 측면에서도 설치 후 얻은 게 많다. 실제 고객 피드백은 폭발적이었다. "따뜻한 물이 나와서 정말 좋다" "작은 부분인데 신경 써 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3. 디테일의 힘 2 : 화장실 열쇠

오래된 건물의 외부 화장실의 상태는 어떨까. 물론 내부는 매일 청결하게 유지한다. 그러나 외부는 구조적으로 노후된 부분이 많다. 화장실 열쇠는 금속 키로 되어 있고 문고리에 금속 키를 넣어 돌려야 했다. 그리고 손을 씻어도 다시 문고리를 잡고 돌려야 화장실에서 나올 수 있었다. 복잡하다. 그리고 위생상으로도 손이 여러 군데를 잡아야 했다. 그래서 새시로 된 오래된 문에 자동 도어록을 설치했다.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작은 전자키 하나와 작은 버튼 하나로 화장실을 쉽게 드나들 수 있게 되었다. 이 역시 고객으로부터 기분 좋은 피드백으로 돌아왔다. 작은 부분이지만 신경 쓰니 고객이 알아주었다.


4. 디테일의 힘 3 : 테이크 아웃 컵 홀더의 변신

테이크 아웃을 위한 종이컵과 플라스틱 컵이 있다. 그리고 컵 홀더가 있다. 기존의 컵 홀더는 골판지 색의 무지 홀더였다. 여기에 카페 바닐라 로고 도장을 찍어 사용했다. 단가 문제로 무지로 된 컵 홀더를 많이 사용한다. 그러나 나는 작은 부분이지만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 시각적인 부분에서 이왕이면 예쁜 컵 홀더가 심리적으로 음료를 더 맛있게 느낄 수 있게 한다고 본다. 또한 컵 홀더를 통해 카페 홍보를 할 수 있다. 나는 컵 홀더에 카페 콘셉트인 무료 강연과 코칭 내용을 넣고 싶었다. 실제로 알아보니 처음 필름 비용이 HOT용, ICE용 각각 5만 원이면 된다고 했다. 그 필름으로 다시 찍어 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단가 차이는 크지 않았다. 대신 5천 장이 기본이다. 제작을 결심했다. 얻는 게 더 크다고 생각했다. 컵에 적용하니 만족할 만한 모습을 얻었다.


5. 잘못된 인식으로부터의 탈출

수익성을 직접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여러 가능성을 열거해봤다. 할 일이 많았지만 우선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을 골라냈다. 기존 카페의 오픈 시간은 오전 11시 30분이었다. 이전 Owner로부터 들은 바로는 동네 카페이기 때문에 일찍 오픈해도 손님이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직접 일해야 하는 시간도 많아서 힘든 점도 있었다. 나 역시 그 말을 듣고 그러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수익성 개선을 위한 생각에 집중하자 "왜"라는 질문에 답이 안 나왔다. 내가 직접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픈 시간을 오전 9시로 바꿔 직접 일찍 오픈해봤다. 한 가지 접목한 전략은 '아메리카노 할인'이었다. 오전 시간에 아메리카노에 대해 할인을 해서 홍보도 하고 고객을 끌 생각이었다. 그러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어머, 여기 이제 일찍 여네" 또는 "오전에 할인해주시네요"라며 손님이 오기 시작했다. 사실 카페의 한 블록 앞 큰길에는 대형 프랜차이즈 베이커리가 있다. 거기 역시 커피를 판매하고 일찍 오픈한다. 그래서 이른 시간에는 이야기할 공간이 거기밖에 없었다. 그러나 테이블이 몇 개 없는 관계로 다른 곳을 찾아야 했다는 손님의 말이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9시 오픈이 입소문으로 타고 많지는 않지만 오전 손님이 늘었다. 덕분에 오전 시간에만 적게는 2~3만 원, 많게는 5~6만 원 매출이 추가로 발생했다. 한 달로 치면 거의 백만 원의 매출이 증가했다. 작은 변화가 큰 성과로 이어졌다. 잘못된 인식으로부터의 탈출이 변화를 이끌었다.


6. 동네 카페의 장점 극대화 : 어머님 고객층에 대한 배려

동네 카페의 특성상 어머님 고객층의 경우 특이한 점이 있다. 첫 번째 특이점은 여러 분께서 오시고 인원 대비 적은 음료를 주문하시고 컵 하나를 더 달라고 하시는 점이다. 이 부분은 사실 다른 카페의 경우, 컵은 수량 파악을 하고 있어서 드리기 어렵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 특이점은 먹을 것을 가져오셔서 음료와 함께 드시는 점이다. 나는 동네 카페의 장점이라는 측면에서 두 가지 특이점을 모두 허용했다. 어머님 고객층을 잡기 위한 전략이었다. "그 카페 가면 두 잔만 시켜도 돼" "커피 양이 많으니 거기 가서 나눠 먹자" 등의 반응을 기대했다. 여유 분의 컵을 추가로 드리되 단가가 나가는 종이컵 대신 유리컵으로 드렸다. 그렇게 하셔도 된다고 기분 좋게 드렸다. 음식물의 경우 다른 손님에게 피해를 줄 정도의 영향력(냄새)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특별히 금지하지 않았다. 덕분에 카페에는 어머님 고객층이 늘었다. 편안한 동네 카페의 장점을 최대한 살렸다.


7. 신메뉴 개발

봄이 지나고 기온이 올라가면서 매출이 늘기 시작했다. 수익성을 더 개선하기 위해 여름 메뉴 개발에 착수했다. 우선 나의 누나가 제안한 청포도 주스 레시피를 개발해서 시작했다. 판매량이 괜찮다. 다른 카페 청포도 주스에 비해서 맛도 있다. 기존 과일주스 메뉴에 신선한 청포도 메뉴가 더해져 조화롭게 판매되고 있다. 더운 계절에 테이크 아웃 음료로 쉽게 즐길 수 있는 메뉴가 더 필요했다. 심플한 음료인 에이드 3종 세트 개발에 착수했다. 쉽게 만들 수 있으면서도 가벼운 맛이 아니어야 했다. 테스트를 반복하고 여러 채널의 평가를 거쳐 '이탈리안 소다수 3종'을 개발했다. 함께 일한 직원의 도움이 컸다.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맛있다. 메뉴의 다양화 측면에서 아주 심플하게 의미 있는 플러스가 되었다.


또 한 가지 신메뉴 개발 항목은 토스트이다. 기존에도 토스트가 있었고 맛있었지만 만들기가 어려웠다. 작업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한 직원이 제안한 크로크무슈 형태의 햄에그 치즈 토스트를 시작했다. 만들기 쉽고 맛있었다. 작년 2월에 개발한 이 토스트는 판매 실적이 좋았다. 사이드 메뉴이고 신메뉴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잘 팔린다. 성과가 입증된 신메뉴이다. 카페에 애정을 갖고 일해주는 직원들 덕분에 신메뉴 개발은 즐겁게 그리고 의미 있는 성과도 내며 해냈다.



8. 테이블 배치와 테이블 추가

카페 바닐라의 실평수는 약 15평이다. 자영업 점포로서 유리한 건물 모퉁이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더 넓어 보이는 이점도 있다. 테이블 배치를 한 차례 바꿨다. 공부할 수 있는 긴 테이블이 구석에 있어서 소위 'Dead Space'였는데 긴 테이블을 다시 창가로 옮겼다. 공부하는 학생들이 밖을 보며 앉을 수 있도록 했다. 사실 동네 카페이고 골목에 있다 보니 바깥 풍경은 음식점과 지나가는 차이다. 하지만 집중하는 것은 대화와 상대방 그리고 내 앞에 있는 책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의 View가 영향이 있겠지만 치명적인 요소는 아니라는 판단에서였다.


긴 테이블을 하나 더 제작 구매했다. 여름에 빙수를 시작하게 되면 회전율이 떨어질 것을 대비한 실행이었다. 다른 창가에 화분과 기타 물품을 놓은 공간이 있었다. 그쪽에 긴 테이블을 맞춤 제작해서 배치했다. 의자도 좋은 걸로 샀다. 덕분에 테이블을 더 확보하고 미관상으로도 더 아름다운 카페가 되었다. 실제 회전율도 늘었다.


다양한 노력과 주위의 도움 덕분에 수익성이 많이 개선되었다. 물론 성수기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매출이 증가한 면도 있지만 실행했던 안들과 연결해보면 실제 작용했다는 결론이다. 인수 전 대비해서도 매출이 증가한 것 역시 사실이기 때문이다.


[공돌이의 카페경영 스토리]

#1. 퇴사 후 카페를 인수하다

#2. 왜 카페를 인수했나

#3. 카페 인수 이야기

#4. 경영평가의 1순위, 수익성

#5. 커피시장의 경쟁, 나만의 경영을 시작하다

#6. 카페 인수 8개월 만에 2호점을 열다

#7. 프랜차이즈의 습격과 나의 역습

#8. 카페 2호점을 설계하다

#9. 가장 어려운 인력관리: 관리를 넘어 리딩으로

(+) 카페경영 에피소드1

#10. 생각과는 다른 새로운 시장

#11. 카페 비수기를 극복한 나의 경영 전략

(+) 카페경영 에피소드2

#12.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

#13. 알바생의 취업을 돕는 사장

#14. 버티는 자영업자, 망하는 자영업자

#15. 카페 신메뉴, 어떻게 개발할까

#16. 강연과 코칭 카페

#17. 카페경영 경험을 나누다 

#18. 카페 2호점 이야기 

#19. 카페 2호점, 양도 후 1년

#20. 인터뷰 : 카페 경영 FAQ 

#21. 가격을 상향할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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