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의미공학자 Mar 25. 2016

#15. 카페 신메뉴, 어떻게 개발할까

10년 차 공돌이의 카페 경영


나는 공대를 졸업하고 공돌이의 직업인 엔지니어로 6년간 일했다. 공대 4년 그리고 엔지니어 6년, 공돌이로서 10년을 살았다. 그 후 나는 카페 사장이 되었다. 전업은 따로 있어 부업으로 카페 경영을 하고 있다. 전업만큼 완전하게 하기 어렵지만 그 경험만큼은 기록으로 남기고 싶고 글로 써서 나누고 싶다. 경험은 분명히 훗날 나에게 감사한 추억으로 돌아오리라 믿는다. 10년 차 공돌이의 카페 경영은 어떨지 살펴보자. 




공돌이의 신메뉴 개발

카페의 신메뉴는 어떻게 개발할까? 프랜차이즈 카페의 경우는 전문 인력이 있겠지만 동네 카페의 경우는 다르다. 내가 경영하는 동네 카페인 카페 바닐라는 다음 과정을 거친다.


[ New Menu R&D ]

1. R(Research)

  (1) 인터넷을 검색한다

     - 검색을 통한 트렌드 파악

     - 검색을 통한 레시피 조사

     - 커피 재료 회사에서 제공하는 레시피 참고

  (2) 블로그를 검색 후, 카페 기행을 떠난다


2. D(Development)

  (1) 조사한 결과로 신메뉴를 선정한다

  (2) 조사한 레시피를 적절히 조합한다

  (3) 레시피를 내 카페에 맞는 레시피로 조정한다

  (4) 내부 인력을 동원해 맛을 평가하고, 레시피를 상세하게 조절한다


그렇다. 매우 가내 수공업스럽다. 지식공유시대인 요즘, 카페 메뉴에 대한 정보는 검색만으로도 충분히 확보 가능하다. 커피 재료를 판매하는 사이트에서 제공하기도 한다. 따라서 신메뉴 선정과 레시피를 설계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다만 나의 카페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이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어떤 메뉴를 새롭게 선보일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다. 메뉴가 너무 많으면 복잡하고, 너무 적으면 뭔가 아쉽고, 늘 같은 메뉴면 너무 단조롭다. 그렇다고 신메뉴를 기간별로 계속 변화를 주기에도 어려움이 있다. 혼자 운영하는 카페의 경우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여러 인력이 함께 일할 경우, 매우 귀찮은 변화가 될 수 있다.


특별함이 없으면 신메뉴의 효과도 떨어진다. 다시 말해 신메뉴인데 생각했던 그 맛 정도이면 별로라는 것이다. 즉 생각하던 맛의 형태인데 그 상상을 뛰어넘는 맛이어야 한다. 내가 고객이어도 그래야 다시 사 먹는다. 나는 카페 운영을 6개월 정도 한 후 처음으로 신메뉴를 개발했다. 6개월간의 워밍업 기간이 지나자 약간의 감(感)이 생긴 것이다. 첫 개발 메뉴는 주위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먼저 청포도 주스는 나의 누나가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성수기인 여름에 시원한 과일주스는 매출 상승에 효자 역할을 한다. 다양한 과일이 있지만 작년에 유행했던 음료 중 하나가 청포도 주스였다. 시내에서 주로 판매를 하던 것을 보고 서울 변두리에 위치한 나의 카페에 해보자고 누나가 제안했다. 나는 청량리에 위치한 경동시장에서 싱싱한 청포도를 샀다. 그리고 기존의 과일 주스와 비슷하게 레시피를 만들었다. 몇 번의 수정과정을 거치고 신메뉴가 탄생했다. 사실 굉장히 쉬웠다. 감(感)이 생겨서 인지 생각한 대로 하니 맛이 났다.



이렇게 처음 해보는 신메뉴 개발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매출에도 한몫 제대로 영향을 미쳤다. 이와 함께 굉장히 심플하게 제조할 수 있는 이탈리안 소다수도 함께 개발해서 여름을 보냈다. 소다수는 함께 일하던 직원이 영감을 주었다.

겨울 신메뉴 개발에는 중요한 Research 정보가 보태졌다. 동네 카페 특성상 40대에서 60대에 이르는 어른 고객이 많이 방문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겨울철에 '따뜻한 구수함'을 선사할 '달콤 라테 3종'을 개발했다. 더해진 감(感)과 선행개발의 성공경험을 바탕으로 값진 성과를 냈다. 달콤 라테 위에 토핑 되는 아몬드가 구수함을 더해준 덕분에 많이 팔렸다.

두 번째 맞는 여름인 올해 성수기를 대비했다. 이번에는 작년보다 일찍 신메뉴 개발에 들어갔다. 사실 영감이 빨리 떠오른 덕분이다. 지난 1월에 필리핀 보라카이 가족여행에서 맛본 부코 셰이크(코코넛 셰이크)를 해볼 계획이 있었다. 이 역시 내부 R&D 프로세스를 거친 후 아주 간단하게 개발할 수 있었다. 필리핀에서 경험한 그 맛을 거의 비슷하게 재현할 수 있었다. 사실 코코넛 셰이크라고 하면 궁금한 맛이다. 나 역시 필리핀에서 처음 맛보기 전 기대와 설렘으로 음료를 기다렸다. 코코넛은 국내에서 쉽게 맛보기 어렵기 때문에 그런 기대가 더 크지 않을까. 이와 함께 망고 바나나 스무디를 함께 추가했다. 기존에 있던 망고 스무디에 바나나를 넣어 만들었다. 함께 일하는 친구의 도움으로 추가됐다. 아무래도 공돌이 남자인 나보다 센스 있는 여성 직원이 카페 아이디어가 많다. 나는 공돌이 10년 차 답게 신메뉴의 원가 계산에 능하다. 기존 망고 스무디도 맛있는데 바나나를 더하면 당연히 맛있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랬다. 코코넛 셰이크는 일명 '밀코(밀크 코코넛)', 망고 바나나 스무디는 '망바스'로 애칭을 지어주고 이제 홍보를 시작한다. 더운 여름, 시원함과 함께 제공되는 열대 과일맛은 매출에 분명 효자 노릇을 할 것이다.


신메뉴를 추가할 때 늘 조심스러운 것이 작업성이다. 나 혼자 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편차 없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게 해야 한다. 또한 거부감 없이 추가 음료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잘 소통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그래서 신메뉴 개발에 함께 참여시키고 함께 의견을 나누며 홍보 방법까지 의논한다. 고마운 친구들 덕분에 '밀코', '망바스'라는 애칭이 생겼다. 감사할 것들이 참 많다.


여름에만 메뉴에 올라가는 계절 메뉴인 빙수도 있다. 작년 여름 직전에는 빙수를 직접 배우느라 진땀을 뺐다. 처음 맞는 성수기에 빙수를 익숙하게 해 내야 했다. 그런데 손이 많이 가는 빙수는 그 과정이 복잡했다. 여러 번 연습하고 실습한 후에야 익숙해졌지만 처음에는 정말 만만치 않았다. 두 번째 맞이하는 성수기인 이번 여름 전에는 빙수 메뉴에 대해 재검토했다. 물론 빙수를 할 것이지만 작년과 동일하게 갈 것인지를 생각해야 했다. 카페 바닐라의 빙수는 총 네 가지였다. 팥빙수, 커피빙수, 오레오빙수, 베리요거트빙수 이렇게 넷이다. 이 중 판매 실적과 고객 피드백이 저조한 커피빙수를 제외시켰다. 그리고 새로운 빙수로 망고바나나빙수를 개발했다. 작년부터 손에 익힌 덕분에 생긴 '감(感)'이 큰 역할을 했다. 맛있는 망고에 맛있는 바나나를 합해서 새로운 메뉴를 만들면 더 맛있어진다. 기존 메뉴 중 망고스무디에 사용하는 망고와 바나나주스에 사용하는 바나나, 그리고 망고 아이스크림까지 활용해서 망고바나나빙수를 개발했다. 재료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판매 가격이 네 종류의 빙수 중 가장 높다. 하지만 한 번 맛 본 고객은 반드시 바닥이 드러날 때까지 그릇을 비운다. 본격적인 성수기인 여름에는 더 많은 인기를 누리길 희망해본다.



3. Marketing

마케팅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외부 배너다. 요즘 외부 배너 업체의 실력은 끝내준다. 원하는 모습을 잘 설명하면 예쁘게 디자인해준다. 배송해서 설치하면 된다. 우리가 흔히 밖에서 보는 광고 배너와 같다. 아마 배너 업체는 돈 많이 벌 것 같다. 두 번째는 내부 홍보인데, 메뉴판에 추가하거나 보조 메뉴판을 활용한다. 내가 직접 Power Point 프로그램으로 제작한다. 세 번째는 On Line으로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페이지가 있다. 나는 세 번째 영역 활동에 좀 더 노력해야 한다.


지금까지 동네 카페의 신메뉴 개발과 마케팅 과정을 속성으로 살펴봤다. 사실 시내에 위치한 개인 카페는 음료나 디저트의 신메뉴를 보면 화려하다. 그에 비해 화려하지 않으며 매우 심플한 과정을 스토리로 설명했다. 친근한 동네의 자영업자는 이렇게 산다. 가장 재미있는 것은 내가 하고 싶은 큰 그림은 내 맘대로 그리고, 또 실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늘도 일과 삶은 이렇게 잘 어우러지고 있다.


[공돌이의 카페경영 스토리]

#1. 퇴사 후 카페를 인수하다

#2. 왜 카페를 인수했나

#3. 카페 인수 이야기

#4. 경영평가의 1순위, 수익성

#5. 커피시장의 경쟁, 나만의 경영을 시작하다

#6. 카페 인수 8개월 만에 2호점을 열다

#7. 프랜차이즈의 습격과 나의 역습

#8. 카페 2호점을 설계하다

#9. 가장 어려운 인력관리: 관리를 넘어 리딩으로

(+) 카페경영 에피소드1

#10. 생각과는 다른 새로운 시장

#11. 카페 비수기를 극복한 나의 경영 전략

(+) 카페경영 에피소드2

#12.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

#13. 알바생의 취업을 돕는 사장

#14. 버티는 자영업자, 망하는 자영업자

#15. 카페 신메뉴, 어떻게 개발할까

#16. 강연과 코칭 카페

#17. 카페경영 경험을 나누다 

#18. 카페 2호점 이야기 

#19. 카페 2호점, 양도 후 1년

#20. 인터뷰 : 카페 경영 FAQ 

#21. 가격을 상향할 시점





매거진의 이전글 #14. 버티는 자영업자, 망하는 자영업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