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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Apr 28. 2022

열심히 일하면 모든 게 잘 될 거야...

같은 영화 다른 시선(17) - 영화 <행복을 찾아서>


☞ 부끄러움의 경제학- 영화 <동주>(1편)

☞ 신데렐라, 메타포를 입다- 영화 <일 포스티노>(2편)

☞ 경제학적 행복의 진짜 의미- 영화 <꾸뻬씨의 행복여행>(3편)

☞ 평온한 허구 VS 험난한 현실, 당신의 선택은?- 영화 <트루먼 쇼>(4편)

☞ 삼겹살 먹는 캥거루 가족의 좌충우돌 행복 찾기- 영화 <고령화 가족>(5편)

☞ 일도 사랑도 멋지게 복원시키는 직업이 있다면-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6편)

☞ 나는 너와 만나기 위해 '선택'하면 살아온 거야-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7편)

☞ 멈추고 선택하라 그리고 진짜 나의 길을 걸으라- 영화 <와일드>(8편)

☞ 전쟁이 우릴 속일지라도, 그래도 인생은 아름다워-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9편)

☞ 애덤 스미스가 동네 식당을 차린다면- 영화 <카모메 식당>(10편)

☞ 경제 파고에도 이어진 두 남녀의 러브 스토리- 영화 <첨밀밀>(11편)

☞ "당신 때문에 신분과 집안 체면 따질 분별력도 잃었소."- 영화 <오만과 편견>(12편)

☞ 수레바퀴 아래서 책상 위로 오르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13편)

☞ 찰리 채플린의 짠내나는 산업혁명 분투기-영화 <모던 타임즈>(14편)

☞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 그게 바로 성공이에요!- 영화 <미 비포 유>(15편)

☞ 언제 어디서든, 리멤버 미- 영화 <코코>(16편)




“근사하군요. 무슨 일을 해요? 어떻게 성공했어요?"


                                                      - 영화 <행복을 찾아서> 중에서 - 




경쟁의 경제학


세금으로 계좌의 돈을 빼앗기고 남은 돈은 고작 21달러 33센트가 전부였다빈털터리가 됐다.


영화 <행복을 찾아서>의 주인공 크리스 가드너는 하루하루 경제적으로 힘겹게 살아가던 중 미납했던 세금까지 강제 추징당하며 결국 수중에는 21달러 밖에 남지 않게 됩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고작 2만 원이 조금 넘는 돈.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만 겁니다.



하지만 불굴의 크리스는 절대 포기하지 않습니다. 학력도, 경력도 내세울 것 없지만 그럼에도 어렵사리 주식 중개인 인턴으로 들어가고, 다시 정규직으로 채용되기 위한 바늘구멍에 도전합니다. 어린 아들을 돌 볼 시간을 벌기 위해 그는 화장실 갈 시간도, 심지어 물 마실 시간까지도 아껴가며 일하죠. 그에게 남은 건 오로지 하나, 20:1의 경쟁률을 뚫고 정규직에 합격하는 기적을 가져오는 것뿐입니다.



원래 크리스의 직업은 의료기기 판매원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그의 삶의 행로를 바꾸게 되는 일이 벌어집니다. 도시 한복판에서 멋진 빨간색 스포츠카에서 내리는 사람을 보게 되고, 그는 자신도 모르게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근사하군요. 2가지만 물어볼게요. 무슨 일을 해요? 어떻게 성공했어요?”


“주식 중개인이에요.”


“그렇군요. 멋있네요. 대학을 나와야 하죠?”


“아뇨, 숫자에 밝고 사람과 잘 어울리면 돼요. 그게 다예요.”


크리스는 이 짧은 대화를 끝낸 후 이렇게 중얼거립니다.


아직도 그 순간을 기억한다거리의 모든 사람이 너무나 행복해 보였지난 왜 그럴 수 없었을까?’



열심히 일하면 모든 게 잘 될 거야...


위 대사를 보며 예전 다니던 직장 후배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는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습니다. 성격상 조금 막힌 구석이 다소 있긴 했지만, 열성만큼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였죠. 하지만 결국 그에게 돌아온 건 권고사직이었습니다. 그의 나이 40대 중반의 일이었죠. 그는 제게 이렇게 하소연했습니다. ‘열심히 일하면 모든 게 잘 될 것이라 믿었는데, 왜...’


대한민국의 직장인의 삶은 경쟁의 연속입니다. 마치 스테이지마다 의자가 한, 두 개씩 줄어드는 의자놀이를 하듯 생존을 위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만 하죠. 이런 구조 때문에 다른 어떤 나라의 직장인들보다 더 열심히 일하는 것이 바로 우리나라 사람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잘 사는 것은 아니며, 심지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후의 삶까지 걱정하며 살아야만 합니다. 대체 무엇이 문제인 걸까요?



7,8년 전쯤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란 곳에 짧은 패키지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30대 초반의 젊은 남자 가이드가 길가에 스쳐가는 바나나 나무들을 가리키며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큰 바나나를 먹는다죠? 이곳에서 저런 바나나는 사료용으로나 쓰지 식용으로는 먹지 않아요. 사람이라면 당연히 당도가 높은 몽키 바나나를 먹어야죠.”


물론 농담일 겁니다. 하지만 이어진 이야기는 절대 농으로 들리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소득 수준이 그렇게 높지 않음에도 집에는 방마다 에어컨에 매일 거의 24시간을 틀어놓은 채 생활한다고 하네요. 그래 봤자 한 달 전기료로 3만 원 밖에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또한 웬만한 식재료뿐 아니라 외식비까지 저렴하다 보니 굳이 먹는 비용을 아끼지 않더라도 별 부담이 없으며, 집값 또한 싸니 많이 벌지 못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먹고사는 걱정 자체를 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머리를 세게 한 대 맞은 것 같았습니다. 충격이었죠. 뭐지? 한국에서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악착같이 모으고 벌어야만 어느 정도 살아갈 수 있는데, 이곳에서는 얼마 벌지 않아도 돈걱정 없이 살 수 있다고?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한국보다 낮은 GDP 수준에도 불구하고 행복지수가 더 나은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결국 차이점은 높은 소득이 아니라, 낮은 생활비와 물가였죠. 죽느냐 사느냐의 생존 경쟁을 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먹고사는데 문제가 없다면 굳이 경쟁을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크리스는 엄청난 노력을 통해 결국 경쟁에서 승리합니다. 정식 주식 중개인으로 자리 잡으며 삶의 행로를 바꾸게 되죠. 그리고 몇 년 경력을 쌓은 후 자신의 투자 회사를 차리게 됩니다. 이후 회사를 키워 지분 매각으로만 수백만 달러를 벌어 들이죠. 빈털터리에서 백만장자로, 인생 역전의 주인공이 된 겁니다.



크리스는 경쟁에서 이기는 순간을 ‘행복’이라 표현합니다. 하지만 살짝 반감이 들었습니다. 19명을 제치고 얻은 행복이기 때문이죠. 물론 제가 크리스였다면 저 또한 기뻤을 겁니다. 그러나 그보다는 이런 경쟁이 만든 체제, 즉 보다 많은 사람들이 죽어라고 열심히 해야만 어느 정도 살 수 있고, 더불어 남을 눌러야만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이런 체제가 아닌, 모두가 평범하게 살더라도 큰 걱정 없이 여유 있게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꿈꾸는 건 저만의 욕심일까요?



※ 이 글은 2022년에 출간될 책 <같은 영화 다른 시선(가제)>의 초고입니다.




차칸양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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