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둘만 사는 집의 냄새

공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투쟁

by 투박한 정리

아내를 떠나보내고 난 뒤, 나에게는 묘한 강박이 하나 생겼다.

바로 '냄새'에 대한 강박이다.


세상 사람들은 흔히 '남자 혼자 사는 집', '홀아비 냄새'라는 단어를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한다.

그 말속에는 단순한 땀 냄새나 퀴퀴한 묵은 내뿐만 아니라, 정돈되지 않은 살림살이, 칙칙한 공기, 그리고 '궁상맞음'에 대한 비하가 섞여 있다.


나는 그 시선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너무나 싫었다.

엄마가 없어서 아이에게서 냄새가 난다는 소리를 듣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아빠 혼자 키우느라 집안꼴이 엉망이라는 비난을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게다가 우리 집은 시한폭탄 같은 변수(Variable) 두 개가 존재했다.

하나는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들어 뿜어내는 '아들의 남성 호르몬'이었고, 다른 하나는 40대가 넘어가면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나의 중년 호르몬(노네랄)'이었다.

자칫 관리를 소홀히 하면, 우리 집은 두 남자의 체취로 뒤덮인 가스실(?)이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닦고, 뿌리고, 환기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적군과 싸우는 군인처럼.

나의 냄새관리 수칙은 군대 점호 시간보다 철저했다.


첫째, 요리 후 즉시 환기.

된장찌개든 생선구이든 요리가 끝나면 무조건 창문부터 열었다. 음식냄새가 벽지에 베어 퀴퀴한 냄새로 변질되는 것을 원천 봉쇄하기 위함이었다. 필요할 경우 향초를 피워 음식냄새를 제거하였다.


둘째, 향기 디자인.

마트에 가서 각종 방향제와 디퓨저를 사 모았다. 머리가 아프지 않으면서도 은은하게 오래 지속되는 향을 찾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현관, 거실, 화장실, 그리고 각자의 방. 집안 곳곳은 내가 엄선한 디퓨저들의 전략적 요충지가 되었다.


셋째, 섬유 탈취제와의 동거.

옷장 앞에는 언제나 섬유 탈취제가 호위무사처럼 대기하고 있었다. 외출하고 돌아오면 겉옷을 벗어 바로 옷장에 넣지 않고, 반드시 탈취제를 뿌려 걸어두었다. 밖에서 묻어온 온갖 잡내를 집 안으로, 그리고 깨끗한 옷들 틈으로 들이지 않겠다는 결벽에 가까운 의식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씻는 것에 대한 강박.

나는 아이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청결을 강요했다.

"귀 뒤를 잘 씻어야 한다.", "겨드랑이는 두 번 닦아라."

샤워는 단순히 몸을 씻는 행위가 아니라, 우리 몸에 붙은 '남자 냄새'를 지워내는 성스러운 의식과도 같았다.


나의 이런 눈물겨운 노력 덕분인지, 우리 집을 방문한 지인들은 놀라 표정으로 말하곤 했다.

"어? 남자 둘이 사는 집인데 냄새가 하나도 안 나네? 오히려 좋은 향기가 나."

그 말을 들을 대 마다 나는 안도했다.

그것이 내가 지켜낸 '가장의 품격'이라 믿었다.


하지만 어느 날, 땀 냄새를 풍기며 침대에서 자고 있는 아이의 등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누구를 위해 이렇게 향기에 집착하고 있는 걸까?'


이 집은 모델하우스가 아니다.

사람의 온기가 머무는 곳이고, 성장하는 아이가 숨 쉬는 공간이다.

냄새를 지우기 위해 소독약과 인공향료 냄새가 진동하는 집이 과연 아이에게 '편안한 안식처'일까?


나는 '냄새'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리기로 했다.

내가 지켜야 할 것은 남들의 코를 의식한 인위적인 향기가 아니라, 내 가족이 가장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의 존엄성'이었다.


청소기를 돌리고, 환기를 하고, 옷을 정돈하는 것은 남에게 "홀아비 냄새 안 난다."는 칭찬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다.

학교와 사회에서 치열하게 하루를 보낸 나와 아이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아, 살 것 같다."라고 느낄 수 있는 쾌적함을 위해서다.

그것은 궁상맞지 않기 위한 발버둥이 아니라, 우리 삶을 소중히 여기는 가장 기본적인 예의였다.


이제 나는 강박을 조금 내려놓았다.

우리 집에는 적당한 생활의 냄새가 난다.

현관에는 아이의 운동화 냄새가 희미하게 배어 있고, 주방에는 어제 끓인 된장찌개 냄새가, 옷장 앞에는 은은한 섬유 유연제 향기가 공존한다.

디퓨저 향기보다 더 진한, '우리가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들이다.


홀아비 냄새면 어떻고, 사춘기 땀 냄새면 어떤가.

깨끗이 씻고 서로 마주 보고 웃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곳은 남자 둘이 서로를 의지하며 단단하게 살아가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우리의 '베이스캠프'니까.


오늘도 나는 창문을 연다.

냄새를 빼기 위해서가 아니라, 바깥의 신선한 바람을 우리 집안으로 초대하기 위해서.

KakaoTalk_20260219_225907938.jpg 오늘도 우리의 베이스캠프에 신선한 바람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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