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읽어내자 비로소 시작된 감사

싱글대디의 강박에서 삶의 내맡김으로

by 투박한 정리

싱글대디가 된 날부터 지금까지, 치열하게 버텨온 6년의 경험과 생각들을 정리하며 그 길었던 내 삶의 '제1장'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지금.

나는 모니터 앞에 앉아 내가 쏟아냈던 글들을 천천히, 그리고 아주 깊게 다시 읽어 보았다.


'아, 내 내면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외치고 있었구나.'

'내가 그 고단한 시간 속에서 알게 된 것들이 바로 이런 것들이었구나.'


글이라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마주하는 것은 낯설면서도 경이로운 치유의 과정이었다.


어쩌면 누군가는 내 글을 읽으며 "아이를 이렇게까지 예민하게 케어한다고?"라며 혀를 내두를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예전 심리상담센터에서 받았던 부모 양육 태도 검사에서, 나의 '감독과 간섭'수치는 매우 높게 나타났었다.


글을 쓰며 나의 지난 모습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니 비로소 알 수 있었다.

나의 그 지독한 감독과 간섭 이면에는, '엄마 없는 아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게끔 싱글대디로서 완벽하게 키워내야 한다는 엄청난 '강박과 두려움'이 숨어 있었다는 것을.


하지만 나는 이제 그 억척스러웠던 나의 강박마저도 부둥켜안아 주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그 치열함 덕분에 내가 무너지지 않고 아이의 우주를 무사히 지켜낼 수 있었음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내 안의 그 두려움을 직면하고 나니 비로소 팽팽했던 강박의 끈을 놓아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제 나는 아이를 통제하려는 불안에서 벗어나,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사랑할 수 있는 진짜 힘'을 얻었다.


이 깨달음은 자연스레 '나 자신을 향한 칭찬과 굳건한 신뢰'로 이어졌다.

예전의 나는 불행한 현실과 맞서 싸우고 통제하려 발버둥 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치열한 내면 연산의 끝에서, 나는 거대한 세상과 맞서기보다 그저 내 앞에 놓인 현실에 집중하며 삶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올라타는 법을 배웠다.

내 삶이 앞으로 어떤 함수를 그리며 흘러가든, 그 어떤 모습의 나라도 기꺼이 안아주고 사랑할 수 있는 내면의 단단함이 내 안에 자리 잡은 것이다.


물론 여전히 현실 세계의 삶은 무겁다.

때로는 커다란 두려움이 밀려와 밤잠을 설칠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저 오늘 하루, 묵묵히 나의 할 일을 해나가는 삶을 살려한다.


이제 나는 힘들 땐 무리해서 괜찮은 척하지 않고 내 마음을 먼저 알아준다.

울고 싶을 땐 아이가 보지 않는 곳에서 부끄럼 없이 실컷 울기도 한다.

그리고 삶이 나에게 예상치 못한 파도를 던질 때면, 이 경험이 나에게 무엇을 말해주려 하는지 멈춰 서서 끊임없이 사유한다.


그렇게 삶이 이끄는 물결에 나를 맡긴 채 묵묵히 걷다 보니, 신기하게도 내 마음에 아주 작고 따뜻한 감정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나에게 주어진 이 투박하고도 치열한 삶에 대한, 진심 어린 고마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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