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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Sep 01. 2021

아내가 가출했다 16

아내가 가출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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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가출했다 15




구독자 분들께 드리는 안부


사실 제가 왜 이 소설을 쓰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순간에 찾아온 짧은 단서 같은 조각들을 불러 모아서 그 이야기에 통일성을 잠깐이나마 부여하고 싶어서 쓰기 시작한 것이 이 소설이었는데, 주제넘게도 전혀 예측하지 못한 향방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습니다.


저는 물론 직업적인 소설가도 아니며 그렇다고 어딘가에서 소설 한 번 써봤다고 재주를 부릴만한 그런 능력을 갖춘 사람도 아닙니다. 저는 IT 기업에서 재직 중인 평범한 개발자일 뿐이랍니다. 


소설을 왜 쓰는가,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봤습니다. 한없이 진지하게요... 소설은 글쓰기의 여러 형태이지만, 작가에겐 새로운 도전의 장이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낯선 분야에 도전하는 것을 즐겨하는 저에게 안성맞춤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쩌면 소설이란 그 형태나 모양을 떠나서 쓰고 싶다고 마음만 먹는다면, 누구나 얼마든지 쓰게 되지 않을까, 그런 가설을 증명하고 싶었기 때문에 지금 쓰는 걸지도 모릅니다. 그게 이유의 전부입니다. 소설은 그렇게 단순하면서도 쓰다 보면 제법 어려운 세계를 동시에 만나게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튼 쓰다 보니까 이야기는 어느새 장편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공심이라는 사람이 이런 소설도 쓰는구나,라고 그냥 어여삐?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로서는 처음 시도하는 일이라, 아직까지 자신감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저 역시 공허한 메아리는 그다지 즐겨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여러분의 '좋아요'와 '댓글' 하나하나는 저에게 그러니 큰 힘이 되어줍니다. 글 쓰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겁니다. 작은 응원이 얼마나 큰 힘이 되어주는 것인지를요. 저처럼 순수하게 그러니까 금전적인 것을 떠나서 인터넷에서 글을 쓰는 사람은 오직 독자의 호흡을 먹고 자랍니다. 여러분의 보이는 응원이 저란 보잘것없는 인간을 어딘가에 당도하게 해 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샤이한 응원보다는 힘찬(?) 응원을 부탁드려봅니다.


재미도 없고 쓸모도 없는 소설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짧게 안부를 써봤습니다. 앞으로는 짧게 소설을 자주 포스팅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니퍼는 마치 우렁각시가 된 것처럼 갑자기 나타나서 온 집안을 누비고 다녔다. 안방이든 서재든 그곳을 오랫동안 사용하던 주인처럼 행세했다. 제니퍼의 행동에는 어떠한 부자연스러움도 낯선 손길도 없었다. 이를테면, 싱크대 속에서 생전 처음 보는 그러니까 타원형의 접시가 있었는지 나로서는 전혀 알 수 없을 법한 온갖 모양의 접시들을 꺼내놓고 그것들에게서 먼지를 닦아내고 있었으니 난 이 상황을 대체 받아들여야 할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달까.


한동안 나는 제니퍼와 대화조차 섞지 않은 채 그녀의 동태를 유심히 지켜봤다. 제니퍼는 싱크대 속에 처박혀 있던 주방용품들을 모두 꺼내놓고 먼지들을 완벽하게 닦아내더니 흡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 제니퍼가 그다음으로 향한 곳은 화장실이었고 그다음은 서재로 자리를 차례차례 옮겨갔다. 그렇게 제니퍼가 지나간 모든 곳에서는 먼지가 말끔히 사라졌고 대신 번쩍 윤기만이 살아서 흐를 뿐이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오전이 지나갔고 정오가 되자, 그녀는 본래의 장소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이제 돌아갈게요”라고 그녀가 단답형으로 말했다. 그리고 “다시 올게요”라는 말도 따라 건넸다. 나는 어떻게 돌아갈 것인지 묻고 싶었지만 오는 방식도 가는 방식도 모두 그녀의 사정이었으니 깊이 관여는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그녀만의 운반 방식이 궁금한 것도 사실이었다.


제니퍼는 나에게 안방에 들어가서 잠시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겨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명상이란 무엇인가, 흐음, 나는 그런 걸 한 번도 시도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그녀는 지금 나에게 명상을 권유한다. “저는 명상에 전혀 경험이 없어요”라고 말하자, 그녀는 내게 핸드폰을 달라고 하더니 어떤 링크로 접속하곤 나에게 다시 그것을 내밀었다.


물끄러미 그러니까 호기심을 안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자, 화면 안에는 작은 피라미드가 보였고 그 가운데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는 남자의 형상이 마치 본질은 없는 희미한 윤곽선처럼 나타날 뿐이었다. “이건 뭔가요? 이 피라미드는 당신 집 지하에서 본 그 피라미드와 영락없이 똑같이 생겼군요” 내가 말하자, 그녀는 “그런가요?”라고 짧게 대답하더니 다음 말을 이어나갔다.


“이 화면 남자의 동작대로 그냥 따라 하시면 돼요. 왜 이렇게 하느냐고는 묻지는 마세요. 그건 나와 당신의 앞날을 대비하기 위한 어떤 의도적인 절차에 해당되니까, 그냥 이대로 지시에 순응하시면 돼요. 질문은 받지 않으니 더 자세한 내용도 묻지 마시고요. 이곳의 법칙은 질문은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녀는 내게 명상을 지시했다. 그것은 권유가 아니라 강제적인 것이었다. 그러니 나는 제니퍼가 건네준 스마트폰 속의 지시를 따르면 그만이었다. 나는 질문을 던지려다 갑자기 굳은 얼굴로 돌변한 제니퍼를 쳐다보고 단념하기로 했다. “알았어요.  말씀대로 할게요. 이 화면을 따라 하면 된다는 거죠? 제가 따라 하는 건 기가 막히게 잘하거든요” 쓸데없는 말까지 내민 것을 후회하곤 군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안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슬쩍 바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살펴보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관두기로 했다.


안방 가운데 매트를 깔았다. 물론 안방에는 침대 외에는 아무런 물건이 놓여 있지 않었으니 매트를 까는 내 행동은 지극히 부자연스러웠지만, 익숙한 것처럼 행동하려고 노력했다. 마치 바깥에서 그녀가 보고 있는 거라고 짐작하면서… 그렇지만 굳이 매트를 깔아야 할 것인가, 괜한 소동을 벌이는 게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스마트폰을 방바닥에 놓고 화면 속의 윤곽대로 따라 앉았다. 다만 나에게는 저 피라미드는 존재하지 않았다. 저런 물건이 집에 있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아마도 저런 물건을 집안에 놓고 산다는 건, 누군가에게 손가락질을 받을 것이 분명한 일이니까.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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