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와 경제를 배우는 수요일
김재현 기자님의 페북글은 메일링 리스트로 받아보는 착시를 줄 정도로 인상적입니다. 이번 글은 다음과 같은 소개로 시작합니다.
올해 영업익 격차가 확대된 삼성전자 반도체부문과 TSMC를 비교해 봤다. TSMC는 무슨 영업이익률이 41.7%나 되냐? 대단하다.
관심이 가는 안내 문구입니다. <대한민국 경제 적신호에 관심을 두기>와 같은 뉘앙스가 느껴지기도 하고, 'TSMC 주식을 사야 하나?'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주식 투자를 위한 최애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기 전에도 알기는 했지만 언론 광고를 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혹독한 비난과 과장된 소문을 쉽게 듣기 마련입니다. 반대로 삼성전자에 불리하면 있는 사실도 숨기는 것이 우리나라 언론 일반이죠. 하지만, 페벗 님의 글을 객관적으로 보려는 노력이 묻어나는 표현들이 있습니다. 여기에도 나타나네요.
삼성전자와 TSMC는 각각 한국과 대만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올해는 반도체 불황으로 메모리반도체 비중이 큰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업체인 TSMC보다 큰 타격을 받으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예전에 삼성전자에 다니던 친구 덕에 다음 내용에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습니다.
일례로 삼성전자에서 반도체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성과급이 급감했다. 20일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DS부문의 '목표달성장려금(TAI)' 지급률이 12.5%라고 공지했다. TAI는 삼성전자의 성과급 중 하나로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연 2회 월 기본급의 최대 100%를 지급한다. 작년 상반기 100%에서 반도체 업황이 악화되면서 점점 줄더니 이번에 12.5%로 쪼그라든 것이다. 매년 초 지급하는 '초과이익성과급(OPI·옛 PS)')이 남아있긴 하지만, 이 역시 지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올 들어 3분기까지 DS부문이 12조 6900억 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다른 대기업의 인센티브와 삼성전자의 인센티브는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정도가 분명하게 달랐습니다. 연구직조차 마치 영업사원처럼 만드는 듯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물론, 꽤 과거의 이야기이고, 하나의 사건이니 지나친 일반화는 조심해야 합니다.
그리고, 기자님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항목으로 두 회사의 사업 현황을 비교합니다.
1. 지난해 하반기부터 엇갈리기 시작한 삼성전자와 TSMC의 영업이익
2. 삼성전자에 육박하는 TSMC의 설비투자
3. 끌어주고 밀어주는 대만 팹리스와 파운드리
일단, 소재 요약만으로 전제 윤곽을 읽을 수 없습니다. 배경 지식이 부족하다는 뜻이죠. 그러니 내용을 보면서 눈에 들어오는 내용을 습득해 봅니다. 그러고 나서 위 세 가지 항목이 어떤 줄거리로 다가오는지 다시 확인하겠습니다.
일단,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과 TSMC 사업부의 구성 차이를 볼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DS부문은 메모리반도체 사업부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부, 팹리스(반도체 설계) 역할을 하는 시스템 LSI사업부로 구성돼 있다. 반면 TSMC는 파운드리 사업만 진행한다.
양 사의 규모가 다르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일단 기능적으로 동일 사업부라고 보면 삼성전자는 동시에 세 가지 사업을 펼치고 있고 TSMC는 한 우물을 판다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이어서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부와 TSMC의 격차를 보여주는 수치가 나옵니다.
올해 2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가 점유율 56.4%로 1위를 차지했으며 삼성전자는 11.7%로 2위를 기록했지만, 양사 간 점유율 격차는 40% 포인트가 훌쩍 넘는다. 대만은 TSMC 외에도 UMC, 파워칩(PSMC), 뱅가드(VIS) 등 3개 사가 10위권에 진입하는 등 중견 파운드리 업체도 여러 개다.
한 우물을 파는 TSMC가 격차를 유지한다는 점도 중요하게 눈에 띄지만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대만에는 유사한 중견 파운드리 업체가 여럿 있다는 사실이 어딘지 시사점이 될 듯합니다.
이쯤에서 과거에 공부한 <반도체 생산 시장의 4대 구성>에서 손때[1]를 묻힌 표를 불러 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파운드리는 4대 시장 중에서 제조만을 언급한 것입니다. 하지만, 분류 자체를 그대로 쓰긴 무리입니다.
위 4대 시장 구분은 <반도체 시장 구성에 대해 배우다>에 이어서 중국의 추격 관점에서 시장을 본 것이라 메모리 시장을 반도체 제조의 일부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중국의 초점에서 메모리는 아예 빠져 있으니 다루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죠. 그런 점에서 메모리에 치우친 우리나라와 중국이나 대만을 보는 관점 사이의 차이를 보여주는 시장 현황 내용이 다음 구절이라 볼 수 있습니다.
뒤에서 다시 살펴보겠지만, 대만 반도체는 D램·낸드플래시 등 한국 기업이 60~70%를 차지하는 메모리반도체에서는 존재감이 없지만 팹리스·파운드리 등으로 구성되는 비메모리반도체(시스템반도체) 시장의 강자다. 전체 반도체 시장의 약 70%는 비메모리가 차지하고 메모리는 나머지 30%를 점하고 있다.
언론이 삼성전자가 반도체의 대푯값인 듯이 말하지만,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30%라고 하네요.
여기까지 시장을 어떻게 보느냐 관점을 보완하고 보니 시장의 숫자에 대한 이해에 자신감이 생깁니다. 실적에 대한 이야기를 볼까요?
삼성전자 DS부문과 TSMC 실적이 엇갈리기 시작한 건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작년 2분기까지 삼성전자와 TSMC 모두 영업이익이 증가했으나 3분기는 TSMC가 12조 9300억 원으로 증가세를 유지한 반면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이 반토막 수준인 5조 1200억 원으로 급감했다. 삼성전자 DS부문의 주력인 메모리반도체의 가격 급락 영향이 크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것이니 TSMC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그런데, 수익성 자체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분석 포인트입니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이 41.7%를 기록하는 등 여전히 높은 수익성을 유지했다. 이는 3분기 TSMC의 매출에서 3 나노(㎚·10억 분의 1m), 5 나노 및 7 나노 반도체 비중이 각각 6%, 37%, 16%로 합계 59%에 달하는 등 7 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이익을 선별적으로 투자합니다.
TSMC는 내년 설비투자 중점을 3 나노 및 2 나노 이하 첨단공정에 둘 전망이다.
이 배경에 대해서 기자는 이렇게 분석합니다.
글로벌 팹리스 산업을 살펴보면 세계 최대 파운드리업체 TSMC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올해 3분기 글로벌 10대 팹리스업체 중 인공지능(AI) 호황을 누리고 있는 엔비디아가 점유율 36.9%로 1위를 차지했다. 2~5위는 퀄컴(16.5%), 브로드컴(16.1%), AMD(13%), 미디어텍(7.8%) 순이다.
그렇죠. 불황을 모르는 인공지능을 빼고 반도체 이야기를 할 수는 없겠죠.
1~4위를 미국 기업이 휩쓸었지만, 5위를 대만 미디어텍이 차지했으며 7, 8위 노바텍, 리얼텍 등 대만기업이 3곳이나 진입한 건 다소 의외다. 이는 대만 팹리스산업이 TSMC, UMC 등 자국 파운드리 업체와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까지 견고한 공급사슬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하여 인공지능 칩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엔디비아 창업자가 대만 출신이라는 점도 중요한 영향을 끼치겠죠.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 AMD의 리사 수 CEO가 대만계 미국인인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 5월 말 개최된 아시아 최대규모의 IT 박람회 '컴퓨텍스'에 참석하기 위해 2주 일정으로 대만을 방문한 데 이어, 10월과 11월에도 대만을 찾으면서 대만 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젠슨 황은 "TSMC가 없었으면 엔비디아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날은 "모리스 창이 없었으면 TSMC도 없었을 것"이라고 모리스 창을 격찬했다.
하지만, 하정우 센터장님이 전하는 소식을 들어보면 삼성전자도 올바른 방법으로 길을 찾고 있는 듯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기사에 논점으로 제시된 문장 '끌어주고 밀어주는 대만 팹리스와 파운드리'에 대응하는 대한민국판 밀고 끌기가 벌어지기를 기대합니다.
[1] <학습법과 창의성 모두 기억이 핵심이다>에서 인용한 박문호 박사님의 말, '내 감정의 손때를 묻히라는 겁니다'에서 유래합니다.
2. 북미 충전 표준이 된 테슬라 방식, CCS2, GB/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