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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Apr 08. 2024

관계의 방향성과 생각이라는 혁신적인 도구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지난 글에 이어서 계속 최봉영 선생님의《한국말에서 ‘되다’와 '되는 것'》을 묻고 따지고 풀어 봅니다.


11번 다발말[1]은 포기말 단위로 읽도록 하겠습니다.

11.
사람은 얼음이 녹아서 물이 되는 것이 얼음의 쪽과 열기의 쪽이 함께 하여, 얼음이 녹는 일이 비롯함으로써 물이 되는 것을 또렷하게 알게 되면, 얼음에 열기를 더해서 얼음을 녹게 만드는 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쪽인 나' 사고법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게 합니다. 일됨의 바탕에 다수의 쪽들이 함께 있는 바탕이 있음을 깨닫게 합니다. <시공간과 순간 그리고 임자와 일됨이라는 인식>을 쓰며 그렸던 <한국말 인식 모형>을 떠올립니다.

이제 다시 보니, 임자로서 특정 시점(순간)에 마주하는 것을 인식함에 있어 쪽인 나로 바라볼 때 일됨을 반듯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마주: 서로 똑바로 향하여

다음 포기말은 어딘가 익숙한 느낌을 줍니다.

이것이 바로 사람이 무엇이 어떤 것으로 되는 것의 바탕과 까닭을 깊고 넓게 앎으로써 사물을 다룰 수 있는 힘을 갖게 되는 것이다.

'마주하다'라는 말이 떠올라 <마주해야 보인다, 본 것에 마음이 가면 녀긴다>를 찾아보았습니다. 그리고 나를 이끈 느낌이 바로 아래 그림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더불어 '마주하는 일'의 의미를 과소평가하는 일이 몸에 배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사전을 찾아보았습니다. '마주하다' 풀이는 별 내용이 없어서, 두리번(?) 거리다가 '마주'란 낱말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확인합니다.

서로 똑바로 향하여.

내가 무엇을 본다는 인식이 앞서 서로 똑바로 향한다는 관계로 보는 시각은 기르지 못했던 것도 같습니다.


관계의 방향성과 생각이라는 혁신적인 도구

한편, 다음 포기말을 읽을 때는 과거 UML 공부할 때 배웠던 사실일 떠올랐습니다.

사람이 열기의 쪽을 가지고 얼음의 쪽을 녹게 만드는 일로 나아갈 수 있으면, 사람은 얼음과 물을 생각이 미치는 대로 다룰 수 있게 된다.

관계에 대해서 분석하거나 정의하기 시작할 때는 아래 그림의 왼쪽처럼 '둘 사이에 관계가 있다'정도로 표현할 수도 있지만, 각각의 관계의 역할과 방향이 정의되면 오른쪽처럼 발전(표현의 상세화)할 수 있다는 내용이죠.

하지만, 당시는 분석과 설계 따위로 불렀던 사고 과정이 진화의 산물로 얻은 막강의 힘을 활용하는 일이란 사실은 잘 몰랐던 듯합니다.

이로써 사람은 이쪽의 것과 저쪽의 것을 함께 어울러서 어떤 것을 이리저리 새롭게 만들어내는 힘, 곧 창의성과 창의력을 갖게 된다.

마침 <생각의 진화와 그 부작용까지 생각하기>에서 풀어냈던 페벗 김영식 님의 글귀도 떠오릅니다.

인류는 진화를 통화여 생각이라는 혁신적인 도구를 사용하게 되었지만 그 부작용도 함께 당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또한 '부작용'이라는 단어를 보자 요즘 빠져서 읽고 있는 <제정신이라는 착각> 내용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중에서도 생각이 쫓아가는 부분은 부작용의 출발이 '유연성'에서 기인했다는 사실입니다. 일부를 인용해 보겠습니다.

외계인은 인간을 관찰하며 행동의 어마어마한 유연성을 발견할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행동을 조절해 아주 불리한 상황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

이는 우리의 뇌가 행동을 결정하기 위한 '예측 기계'로 진화한 결과에 대해 선입견 없이 설명하기 위해 외계인을 개입시킨 내용입니다. 이 다발말은 앞서 <우리는 세계를 만든다>를 쓰면서도 인용했는데요. 다음과 같은 저자의 탁월한 질문의 결과로 전개된 내용입니다.

단세포 상태에서 수억 년 동안 아주 성공적으로, 그다지 형태의 변화도 없이 생존해 온 원시적인 단세포생물도 수업이 많지 않은가. <중략> 상대적으로 단순한 상태로도 진화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데, 어째서 인간은 이리도 복잡한 생물체가 된 것일까?


나를 이루고, 허물고, 지키고, 고치고, 바꾸기

다음 포기말로 나아갈까요?

12.
사람들은 무엇이 어떤 것으로 되는 것의 바탕과 까닭을 깊고 넓게 알게 되면, 내가 나를 어떤 것으로 알아보고서, 내가 나를 어떤 것으로 만드는 일에 눈을 뜨게 된다.

스스로 묻게 됩니다.

나는 과연 나를 어떤 것으로 만드는 일에 눈을 뜬 것인가?
아니면 눈을 뜨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에 맞춰 살고 있는가?
그것도 아니면 어떤 부분은 눈을 뜨고, 다른 면은 눈을 뜨지 못하고 있나?


놀랍게도 다음 포기말에서 불안과 함께 마주하는 일들을 만나는 듯도 합니다.

이로써 나는 내가 다른 것을 어떻게 하고자 하는 일을 넘어서, 내가 나를 어떻게 하고자 하는 일로 나아간다.

내가 누구인지 분명하게 알려면 불안 속에서 만나는 직면이 꼭 필요한 듯도 합니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느끼고, 알고, 바라고, 이루는 일을 하게 된다.

다음 포기말을 읽을 때는 '임자'와 '차림'이 마치 정적 구조와 행동 방식의 쌍인 양 느껴집니다.

이로써 나는 나에 대한 바람을 바탕으로 나를 이루고, 허물고, 지키고, 고치고, 바꾸고, 높이고, 낮추는 나름의 임자로서 살아가고자 한다.  


주석

[1]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문단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다발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2]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문장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포기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지난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연재

(41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41. 고양이와 사람이 무엇을 알아보는 단계 비교

42. 시공간과 순간 그리고 임자와 일됨이라는 인식

43. 지각(느낌 알음)과 생각(녀김 알음)으로 알아보기

44. 말은 느낌을 저장하여 지식을 축적하게 한다

45. 보는 것과 아는 것의 상호작용 그리고 알음것과 알음알이

46. 되다: 무엇이 어떤 것이 되어서 온전히 끝맺음에 이름

47. 생태계적 사고를 깨닫게 하는 '되다'란 표현

48. 한국말에서 무엇이 어떤 것으로 되는 일의 세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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