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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Apr 08. 2024

인격: 사람됨의 근원이 되는 속성에 대한 기준

말이 말을 걸어 글로 쓰는 이야기

지난 글에 이어 계속해서 위키피디아 Person 풀이를 보고 풀어봅니다.


인격(Personhood)이란?

다음은 Personhood에 대한 설명이 이어집니다. 가장 먼저 인용한 다발말이 등장합니다. DeepL 번역 결과만 인용합니다.

사람이 되기 위한 기준은... 우리 자신에 대한 가장 인간적인 관심의 대상이자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의 근원이 되는 속성을 포착하기 위해 고안되었습니다.
- 해리 G. 프랑크푸르트

작년에 최봉영 선생님의 사람됨에 대한 풀이를 두고 스스로 묻따풀 한 덕분에 복습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지난 글에서 말한 '문화상대주의적인 사람 풀이'가 될 듯한 기대도 생깁니다.


다시 인용한 포기말로 돌아가 손때를 묻힌 그림으로 만들어 봅니다.


인식의 창이란?

위 그림은 정확하게 말하면 포기말 중에서 다음 매듭말만 담은 것이죠.

우리 자신에 대한 가장 인간적인 관심의 대상이자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

그리고 '인식의 창'이란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는 또한 <시공간과 순간 그리고 임자와 일됨이라는 인식>에서 그린 한국말 인식 모형에 바탕을 둡니다. 저는 또한 일됨과 Event를 거의 같은 뜻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위 그림에서 구름은 '일됨'이라고 볼 수 있겠죠.


그런데 그런 일됨은 내용을 말하지 않습니다. 인식이 만드는 수제비 덩어리 같은 것일 뿐이죠. 가치(의미)와 관심이 따라 또 상황에 따라 문제를 삼는 단위가 바로 일됨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말 인식 모형의 요소 중에 '순간'이 등장하는 이유는 <내 일상을 차릴 알고리듬을 상상하다>때문입니다. 인식하는 순간으로 우리 일상을 정의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따른 것입니다.


인격: 인식의 근원이 되는 속성

이제 인용한 포기말에서 그림에서 제외된 부분을 보겠습니다.

사람이 되기 위한 기준은... ~의 근원이 되는 속성을 포착하기 위해 고안되었습니다.

박구용 교수님 영상에서 들은 철학에 대한 풀이가 떠오릅니다.

철학은 일상에서 한발 떨어져서 사유하는 것이고, 기준에 대해서는 묻은 일이다.

스스로가 사람이고 일상에서 수없이 사람을 만나고 나도 모르게 기준을 활용할 텐데, 그런 일상에서 한발 떨어져서 기준을 묻기 위한 묻따풀 도구 혹은 사유의 도구가 '인격(Personhood)'이라고 합니다. <사람됨의 줏대 : 주관(主觀)>에서 인용했거나 그린 그림이 떠오릅니다.


한국말에서 사람됨과 인성, 인품, 인격

더 진도를 나가기 전에 과거에 썼던 <한국말에서 사람됨과 인성, 인품, 인격>을 다시 봅니다. 그리고, 전에는 찾아보지 않았던 사전 풀이를 봅니다.


인성은 사람 인(人)과 성품 성(性)의 조합이라는 사실만으로 풀이 하나는 그냥 해결됩니다.

「1」 사람의 성품.

하지만, 다른 풀이로도 말이 쓰입니다.

「2」 각 개인이 가지는 사고와 태도 및 행동 특성.

다시 보니, 최봉영 선생님은 두 가지 풀이를 계층적으로 나눈 듯이 느껴집니다.

살림살이의 임자인 사람들은 저마다 사람됨의 밑바탕을 갖고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갖고 있는 사람됨의 밑바탕을 인성(人性)이라고 말해왔다. 사람들은 사람됨의 밑바탕인 인성을 밑천으로 삼아서 온갖 것을 느끼고, 알고, 바라고, 이루는 일을 꾀하면서 나름의 성질(性質)을 갖게 된다. 사람들은 낱낱의 사람이 갖고 있는 나름의 성질을 개성(個性)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개성은 서로 다를 수 있다. 사람은 저마다 나름의 개성을 가진 존재로서 함께 어울려 살아가게 된다.

인성은 함께 하는 바탕이고 그 위에 각자가 드러나는 성질을 쌓으면 성(個性)이라는 것이죠.


인품: 사람을 계량화 하려는 관점?

인품 풀이를 보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씨말이 한자어네요. 평소 사전을 보면서 '한자어 구성'이라고 표현했는데, 씨말 구성이 더 나은 듯합니다. 사람 인(人)과 물건 품(品)의 조합입니다. 사람을 물건처럼 보는 관점에서 시작한 것일까요? 풀이를 보면 品은 품격이나 됨됨이에 대응되는 듯합니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가지는 품격이나 됨됨이.

네이버 한자 사전 풀이를 보니 차별(差別), 품계(品階), 벼슬 차례(次例), 벼슬의 등급(等級) 따위가 있었습니다. 해방 이전까지의 우리 사회를 생각해 보면 이렇게 받아들였겠네요. 사람을 물건처럼 다루는 관점에서 출발했다는 가설이 그럴듯합니다. 꼭 물건으로 다뤘다기보다 객관화 혹은 계량화를 시도하는 관점이겠지만, 인권이 없던 시절에는 이것이 바로 계급과 차별로 이어졌을 듯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계량화는 어렵겠죠. 이에 대한 풀이가 최봉영 선생님 다발말[3]에 담겨 있습니다.

인품은 마음의 안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바깥에서 알아보기 어렵다. 이런 까닭으로 사람들은 인품을 대충 좋은 것과 좋지 않은 것으로 나누어서 “그는 인품이 좋다.”, “그는 인품이 좋지 않다.” 따위로 말한다. 사람들은 낱낱의 사람이 갖고 있는 나름의 인품을 성품(性品)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성품에 대해서 “성품이 좋다.”, “성품이 좋지 않다.”, “성품이 나쁘다.”, “성품이 착하다.”, “성품이 사납다.” 따위로 말한다. 사람들이 저마다 갖고 있는 나름의 성품은 서로 다를 수 있다.


인격: 사람됨의 근원이 되는 속성에 대한 기준

마지막으로 인격입니다. 씨말은 사람 인(人)과 격식 격(格)입니다. 사전 풀이를 봅니다.

「1」 사람으로서의 품격.

앞선 품 자에 격(格)이 붙습니다. 한자 사전을 찾아보니 흥미로운 포기말을 만납니다.

格자는 ‘격식’이나 ‘바로잡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프로그래밍 경험에 따라 바로 Class가 떠오르지만, 표준, 기준(Norm) 따위도 함께 떠오르는 씨말입니다. 다시 한번 해리 G. 프랑크푸르트의 매듭말이 떠오릅니다. 사람됨을 구성하는 속성 중에서도 기준을 만든 것이죠. 최봉영 선생님 표현으로 하면 '차림새'라 할 수 있습니다.

살림살이의 임자인 사람들은 저마다 사람됨의 차림새를 갖고 있다. 사람은 사람됨의 바탕인 인성을 밑천으로 삼아서 온갖 것을 느끼고, 알고, 바라고, 이루는 일을 꾀하면서 저마다 나름으로 사람됨의 차림새를 갖추게 된다. 사람들은 저마다 갖고 있는 사람됨의 차림새를 인격(人格)이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최봉영 선생님 다발말을 보면 기준으로서의 의미 외에도 인품과 달리 '드러난다'는 특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인격을 바르게 갖추려고 염치, 예의, 예절, 체면, 체모 따위를 차리고자 한다. 이 때문에 인격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은 염치, 예의, 예절, 체면, 체모 따위를 차리는 일에 힘을 기울이지 않는다. 인격은 밖으로 드러나는 사람됨의 차림새이기 때문에 바깥에서 또렷이 알아볼 수 있다.


주석

[1]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문장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포기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2]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어구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매듭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3]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단락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다발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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