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와 경제를 배우는 수요일
<도시의 콘텐츠는 콘크리트가 아니라 인간의 체취다> 이후에 9개월 만에 다시 <도시의 승리>를 읽고 생각을 담는 기록입니다. 꾸역꾸역 하는 감이 없지 않지만 부단하게 가 보기로 합니다.
이제 1장 <그들은 방갈로르에서 무엇을 만드는가?>에서 밑줄 친 내용을 다룹니다.
바그치는 실리콘밸리 거물처럼 생겼고, 경영의 구루(guru)처럼 말하며. 싱가포르 투자자든 인도의 최빈 지역 출신 엔지니어든 사회성이 부족한 하버드 대학 교수든 간에 누구를 만나도 똑같이 편하게 느끼는 것 같다. 바그치의 이런 개방성은 기업 내 장애물을 없애서 직원들 간의 교류를 장려하겠다는 그의 계획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제가 밑줄을 쳐 놓고서도 몇 달 만에 열었더니 바그치가 누군가 싶습니다. 저자는 인도에서 '개방성'[1]을 개성으로 드러내는 사업가로 바그치를 꼽은 듯합니다. 그러면서 방갈로르의 '스프롤 현상'[2]이라는 개념을 꺼냅니다.
이어지는 내용은 강성용 교수님 영상을 본 덕분에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인도는 열악한 도로와 취약한 전력망 때문에 대형 제조업체들의 경영 활동이 어려워서 농업에서 IT 산업으로 곧장 도약한 것처럼 보인다.
더불어 PC 시대를 뛰어넘고 바로 모바일 시대로 발전한 중국의 경험 덕분이기도 합니다.
IT 분야에는 노조가 거의 없고, 아이디어들은 대륙 횡단을 위한 도로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성공한 인터넷 기업은 백업용 발전기를 구매할 능력이 있다.
서구화는 전혀 다른 근대화와 현대화 방식을 거치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다음 구절에서 도시를 연구하는 경제학자의 프레임에 매료됩니다.
19세기 부에노스아이레스와 시카고 같은 도시들은 대륙과 대륙 사이에 소고기와 곡물의 전달 통로 역할을 했다. 오늘날 방갈로르는 아이디어의 전달 통로 역할을 한다.
어떤 면에서는 일론 머스크의 '제1원칙 사고'와 닮은 면도 있습니다. 인간현상을 두고 방정식[3]을 만드는 것이란 생각도 들고요. '도시'를 상수로 고정하면, 통로 역할 역시 상수가 됩니다. 다만, 전달 대상인 '소고기와 곡물'과 '아이디어'가 변수에 넣을 대상이 되는 것이죠.
다음 절의 제목은 <지식의 진입 항구, 아테네>인데, 바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방갈로르가 아테네가 된다는 말이야?
제국주의 시대의 수출입항이라
진주만의 항구들, 실크로드의 도시들, 그리고 다른 고대 제국주의 시대의 수출입항들은 모두 세계 여행객들이 만나서 아이디어를 교환할 수 있게 장려했다. 지식이 동에서 서로 다시 서에서 동으로 움직이면서 춤추는 듯 펼쳐진 위대한 문명의 공연은 주로 도시에서 펼쳐졌다. 방갈로르는 그저 그런 오래된 춤을 출 수 있는 최신의 장소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을 표현이네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뉴욕이 전쟁으로 상처받은 유럽의 작가들과 화가들을 불러 모은 것처럼 기원전 5세기 아테네로도 전쟁으로 상처를 입은 소아시아 국가의 최고 지성들이 몰려들었다.
지식은 지성을 불러 모읍니다.
소크라테스는 혁신적인 교육법을 직접 개발한 후 플라톤을 가르쳤고, 플라톤은 아리스토텔레스를 가르쳤다.
아이디어가 모이는 것은 또 다른 부가가치를 낳습니다.
이를테면 한 똑똑한 사람이 다른 똑똑한 사람을 만나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 아이디어는 또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주었고, 갑자기 정말로 중요한 일이 벌어졌다. 아테네가 성공하게 된 궁극적인 이유는 베일에 가려져 있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런 성공의 과정은 분명하다. 아이디어들은 혼잡한 도시 공간 속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로 전파되며, 이런 교환은 이따금 인간의 창조성에 힘입은 기적들을 창조한다.
TV나 인터넷 등장 이후 다른 용도로 널리 쓰이는 말인 '채널'이란 낱말이 떠오릅니다.
로마의 공학 기술은 도시의 위대한 필수품인 깨끗한 물을 제공함으로써 여러 도시의 탄생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중략> 도시는 음식과 물을 공급하는 운송 네트워크 없이는 굶주릴 수밖에 없다.
과거의 수로가 지금은 아이디어도 나르고, 콘텐츠도 나르는 것이죠.
로마가 무너진 후 몇 세기 동안 유럽은 더 이상 과거의 명성을 내세울 수 없었다.
과거로 돌아가니 유럽이 시골 같다는 표현이 나오는군요.
아시아의 위대한 메트로폴리스에서 도시의 인접성은 인류의 발전을 도모한 반면, 시골 같은 유럽은 정체 상태에 머물렀다. 지금으로부터 1,000년 전 유럽에는 불과 4개 도시에 5만 명 남짓한 사람들이 살았을 뿐이고, 그 도시 중 한 곳이 바로 로마 권력의 마지막 흔적이 남아 있던 콘스탄티노플이다. 나머지 세 도시(세비아, 팔레르모, 코르도바)는 모두 이슬람 도시였다. 이슬람의 칼리프(이슬람 제국의 주권자)들은 페르시아로부터 포르투갈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을 가로질러 상품과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새로운 무역 네트워크를 창조했고, 강력한 왕들과 칼리프들의 보호 하에 위대한 도시들이 등장했다. 그들의 보호 속에 이탈리아가 아닌 아랍 도시들에서 1,200년 전 르네상스가 시작됐다. 그리스와 인도, 중국의 지식까지도 이슬람 학자들에게 전파됐다. 후에 이러한 장소들은 그들이 가진 지식을 다시 서양에 전해주었다.
내용이 길어져 다음 글에서 계속합니다.
[1]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 실천으로 한자사전을 찾습니다.
[2] 한편, 콜리스에서 'sprawl'을 찾으면 동사네요.
If you sprawl somewhere, you sit or lie down with your legs and arms spread out in a careless way.
[3]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 실천으로 한자사전을 찾습니다.
(28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29. 도시는 번영과 행복의 열쇠다
33. 경제를 움직이는 역동성 그리고 투자하는 마음의 정립
35. 구체적인 목표, 변화를 읽고 위기에서 기회를 보는 힘
38. 활발히 진행되는 도시화와 건축을 대하는 문화적 차이
39. 기후 변화에 대한 기사는 경제적 관점에서 가치가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