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와 경제를 배우는 수요일
<다스뵈이다> 듣다가 이광수 님 팬이 되어서 충동구매한 <대한경제부흥회>를 읽게 되었습니다. 서론의 제목은 '양치기 소년의 진실'입니다. 왜 이런 이름을 지었을까요? 책에 설명은 없지만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첫 번째 글은 서론과 함께 1장 <투자의 본질:안 할 수 없다면 제대로 하자>까지의 밑줄 친 내용을 토대로 쓰는 글입니다.
다음은 지방 소멸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 이광수 님이 발언한 내용입니다.
국가경제의 기본은 역동성이라고 봅니다. 빈부 격차를 왜 줄여야 하느냐. 이 역동성을 해치기 때문이에요. 부가 한 군데로 응집되면 사회적 역동성이 없어지죠.
내용에서 어딘가 <도시의 승리>를 연상시키게 했습니다. 도시의 '인접성'이 들어간 인용 문구를 다시 소환해 봅니다. 세 곳인데 첫 번째 <도시는 번영과 행복의 열쇠다>에서는 도시가 주는 인접성의 가치를 말합니다.
뉴욕의 부흥과 쇠퇴 그리고 새로운 부흥은 우리에게 현대 대도시의 핵심적인 역설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그것은 장거리를 연결하는 비용은 떨어졌지만 인접성의 가치는 더욱 커졌다는 사실이다.
다음으로 <도시는 구조물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교훈>에서는 도시의 힘이 노동력으로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인접성이 주는 혁신 능력이라고 합니다.
오늘날 방갈로르와 뉴욕과 런던은 모두 혁신 능력에 '의존'하고 있다. 엔지니어와 디자이너와 중개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지식의 전파는 화가들 사이에서 일어났던 아이디어의 전파와 동일하며, 도시의 인접성은 오랫동안 그런 과정에서 중심적 역할을 해 왔다.
마지막으로 <산업화라는 보편적 혁신: 가난으로부터 번영으로>에서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이 흘러 들어오면서 도시는 역동적으로 변하지만, 가난의 집중화로 인한 비용을 간과하기는 어렵다. 인접성은 아이디어와 상품 교환을 용이하게 해 주지만 박테리아나 소매치기의 전파 역시 훨씬 더 쉽게 만들어준다.
전파를 극대화하는 인접성을 설명하는데, 혁신의 중요한 특징이구나 깨닫게 됩니다.
와, 이렇게 옮기는 일 만으로도 경제에 있어서 '역동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됩니다. 신기한 일입니다. 책에서 조금 벗어나 '역동성'을 키워드로 제 글 검색을 해 보았습니다. 역동성이 포함된 문구를 추려 보면 다음 목록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역동적인 중국 (혹은 동아시아)
이어서 이광수 님의 탁월한 아이디어가 이어집니다.
법무부가 이민청을 만들 게 아니라 교민청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교민들을 대한민국에 유입하는 거예요. <중략> 지역에 혁신도시 같은 걸 만들어서 그분들을 모시는데, 집은 그냥 제공하는 거죠. 대신 다른 일을 하도록 하는 거예요. 후진 양성도 하고요. 이분들이 와서 소비를 하겠지요.
이미 지방 초등학교에 아이가 진학하면 가정에 집을 제공하는 일을 익히 들었기 때문에 충분히 현실성 있는 아이디어라 생각합니다. 경제적 맥락에서 보면 훨씬 복합적이고 효과가 있을 듯한 제안이죠.
1장은 투자의 본질을 논의합니다. 역시 제 눈에 띈 내용은 이광수 님 발언입니다.
주식과 부동산 시장을 분석하고 많은 분들을 만나면서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첫 번째, 사실 투자할 때에는 '행운'이 중요합니다. 운이 있어야 해요.
이광수 님에 대한 신뢰가 그저 행운만 말하는 것이 아님을 짐작하게 했습니다. 연초에 썼던 <새로운 운칠기삼(運七技三) 활용법>과 비슷한 맥락으로 받아들인 것이죠. 당시 인용한 이미지를 응축시켜서 메시지를 강조해 보겠습니다. 우연의 비율이 70%에 달한다고 현실을 받아들이고(直視) 통제할 수 없는 결과로 고통을 받는 대신에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는 메시지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트리거'를 강조하여 이를 표현했고, 누군가는 '전략적' 로드맵을 강조했습니다.
반면에 3장에서 무능한 경제 관료를 비판할 때 관료들이 지닌 정반대의 태도가 드러납니다.
한국은행 총재가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이 끝나면 환율이 안정될 거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 전쟁이 한국은행 총재가 통제할 수 있는 문제인가요? 이렇게 말하는 것은 참 무사안일이죠. 책임자 중에 이러한 인식 수준을 가진 사람이 많아요. 중동 정세가 안정되면 유가도 안정된다? 아니, 그걸 누가 모르나요?
여기서 제가 배울 수 있는 바는 '직시(直視)'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그렇지 못하면 체면, 평판 따위에 의한 불안감에 끌려 다니거나 안정이라는 미신 속에서 시간을 낭비하고 남탓하는 인생을 살 수 있다는 메시지입니다.
이어서 이광수 님이 운의 중요성을 설명하느라 워런 버핏 이야기를 전합니다.
워런 버핏에게 "어떻게 주식으로 돈을 많이 벌었나요?"라고 물어보면 항상 하는 말이 있어요. "나는 운이 좋았다. 특히 미국에서 태어난 게 가장 큰 운이었다." 미국 주식이 워낙 좋았으니까요. 그런 차원에서 투자할 때 첫 번째로 '행운'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는 거죠. 투자의 첫걸음은 첫째, 투자하는 마음을 정립하는 것이고 둘째, 행운이 따라야 함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행운이 따른다는 것을 알면 겸손해지고, 투자에 실패해도 다시 해나갈 힘이 생깁니다. 이걸 인지하는 순간 오만함이 사라져요.
비슷한 맥락에서 우리나라의 사례도 전합니다.
시장이 어렵고 회사가 어려우니까 구조조정을 당한 거죠. 그래서 밖으로 나왔는데 주식시장이 바닥인 상황이고, 할 일이 없잖아요. 마땅히 일도 없으니까 퇴직금으로 주식에 투자했는데, 시장이 살아나기 시작한 거예요. 이해하셨죠?
회사에서 잘린 사람이 개인 투자가 잘 되는 경우에 대한 해설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행운 앞에 다소곳해지자고 말합니다.
사실 행운을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겸손해져요. 잘못됐다 해도 '운이 안 좋았나 봐' 하면서 다음을 준비할 힘도 생기죠. 굉장히 중요한 마인드입니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투자할 때에는 그 시장에 계속 남아 있는 게 중요해요. 누가 오래 버티느냐가 핵심이거든요. 그러려면 이 행운을 꼭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에 대해 박시동 님은 다음과 같이 질문합니다.
어떻게 하면 그 행운이 나에게 오게 할 수 있을까요?
이제야 <새로운 운칠기삼(運七技三) 활용법>이 아닌 이광수 님의 답변을 볼까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나오는 말을 한번 읽어드릴게요. "행운은 냉정하게 행동하는 사람보다 충동적인 사람에게 더욱 쉽게 복종한다네. 그래서 행운을 얻으려면 덜 조심스럽고 더 난폭해야 하며 더 대담해질 필요가 있어. 너무 현실에 안주하지 말게." 이게 진짜 핵심이라고 봐요. 현실에서 안주하지 말고, 공격적이고 충동적인 측면이 중요해요. 그래야 행운이 온다는 거예요.
절대적으로 공감합니다. 잠시만 기억을 떠올려도 수많은 사건을 사례로 들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다음 포기말(문장)을 보면서는 다른 느낌이 생깁니다.
"저는 담배 피우는 사람이 아닙니다." 정체성을 트는 순간 용기도 생기는 겁니다.
저도 먼저 선포하길 즐기는 편인데, 이러한 정체성 선언을 전략적으로 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앞서 인용한 그림이 도움을 줍니다. 그게 트리거가 되기도 하겠네요.
세상을 보는 관점이 바뀌는 거예요. 투자할 때에도 이런 생각이 엄청 중요해요.
이광수 님 말 대로 '행운의 힘'을 인정하면 비로소 손해 볼 용기를 얻을 수 있을 듯합니다.
자, 이제 행운을 인정하고 투자하기로 했으면 용기가 있어야 해요. 돈을 벌 용기가 아니라 손해 볼 용기예요.
손해를 보더라도 운으로 인해 다시 투자할 이유가 생길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아주 중요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박시동 님의 말씀이 조금 더 실천적인 인상으로 다가옵니다.
관리할 수 있는 리스크를 발굴해 내는 능력이 남보다 좋은 거죠. <중략> 리스크도 습관이고 사고력의 확장입니다. 이런 것들도 실패에 대한 용기랑 맞물려서 한번 생각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실패 가능성을 남들보다 많이 쓸 수 있어야 합니다.
달리 보면 '전략적 로드맵'을 투자 맥락에서 어떻게 적용하는지를 설명하는 듯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포기말 즉,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실패 가능성을 남들보다 많이 쓸 수 있어야 합니다'를 읽을 때 저의 취약한 지점이 리스크 관리 역량이란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어지는 내용 중에 이광수 님이 투자에 대해 짚어주는 부분은 정말로 인상이 깊었습니다.
우리가 투자할 때 가장 고민하는 게 뭡니까? 언제 사느냐, 무엇을 사느냐? 이거 말고는 없잖아요. 자산의 본질에 집중하면 방법이 나와요. 한번 비교를 해드릴게요. 주식의 본질은 언제나 사고팔 수 있다는 거죠. <중략> 주식은 뭘 사느냐가 훨씬 중요해요.
그리고, 그 '무엇'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미래 가치입니다.
투자는 미래에 하는 것입니다. <중략> 모든 미래는 현재에 이미 일어나고 있어요. <중략> 제가 시장을 예측하면서 가장 신조처럼 여기는 말이 있어요. 피터 드러커가 한 말인데요. "The future that has already happened. 미래는 이미 일어나고 있다."
초점을 그 기업의 현재가 아닌 미래에 둬야 한다는 것이죠.
현재에 희망을 가지면 미래 예측이 되지 않습니다.
아직은 제가 갖추지 못한 역량을 언급합니다.
내가 주인이 되는 게 아니라 '돈 벌려고' 하는 거예요. 회사 이름 같은 허명에 속지 마세요. 그러면 주식은 다 공평한 관계가 됩니다. 삼성전자든, 포스코든 다 공평한 주식이 돼요. 그렇게 분석하면 이제 '숫자'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죠. 즉 삼성전자가 버는 1억과 포스코가 버는 1억이 동일하게 느껴지는 거예요. '숫자'를 통해서 회사를 판단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 겁니다.
반면 다음 내용은 제가 관심을 두고 있는 사고법과 연결이 되는 내용이네요.
WHAT을 볼 때, 매출이 증가하는 회사가 가장 좋아요. 매출이 증가하는데 이익이 안 나오는 회사가 대박이에요. 이익은 따라 나오는 거거든요. <중략> 투자는 '미래'에 하는 거라고 했죠. 이익은 그냥 현재의 모습이에요. 미래를 읽으려면 현재의 매출을 보는 게 중요해요.
주식과 달리 부동산은 WHEN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팔려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려는 사람들도 많을 때, 그때가 WHEN이에요. 가격이 똑같이 빠졌는데 팔려는 사람은 많고 사려는 사람은 없다면, 가격이 더 내려가겠죠? 큰 차이입니다.
거래량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래서 거래량이 중요한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주로 "그거 얼마 빠졌어" 이 얘기만 합니다. "그거 거래 잘되냐?"라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실소유 목적의 부동산 거래 말고는 해 본 일이 없는 저에게는 생소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죠. 암튼 주식과 부동산이 다른 메커니즘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 박시동 님이 쉽게 해설을 덧붙여 줍니다.
똑똑한 분들은 눈치챘을 거예요. 주식에서는 매출과 향후 이익을 얘기했고 부동산에서는 수요와 공급을 말했습니다. 둘 다 같은 메커니즘입니다. 매출이 오르는데 이익이 안 오르는 회사, 미래가 밝은데 현재 바닥인 회사를 고르라는 거예요. 부동산도 집값이 쭉쭉 빠지고 있는데 사는 사람이 들어오는 게 중요하죠. 이건 미래를 담보하는 거거든요. 현재와 미래를 같이 계속 얘기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야 합니다.
'현재와 미래를 같이'라는 부분이 중요한 듯합니다. 책의 뒷부분에서도 또다시 흐름을 알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앞서 피터 드러커의 말을 인용해 알려 주려고 했던 내용 또한 이 내용입니다.
"The future that has already happened. 미래는 이미 일어나고 있다."
(21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21. 디지털 마약 비유 때문에 살펴본 애플 비전 프로
23. <Tidy First?> 번역이 옵션 개념을 가르치다
29. 도시는 번영과 행복의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