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가 끼치는 피해에 대한 몰인지를 해소한 혼잡세

투자와 경제를 배우는 수요일

by 안영회 습작

<우리는 안정을 꿈꾸지만, 변화 속에 기회가 있다>에 이어서 <도시의 승리> 4장 <아프고 혼잡한 도시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를 읽고 생각을 담는 기록입니다.


도시 정부의 역할은 수도, 도로 관리와 치안

저자는 자신을 자유시장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칭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도시들은 깨끗한 물과 안전한 치안과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도로를 제공하는 강력하고 능력 있는 정부를 절실히 요구한다.

소위 작은 정부의 역할을 '도시' 수준에서 보면 깨끗한 물과 안전한 치안, 편리한 도로 공급이라 말하는 듯합니다.

민주주의를 이상화하기는 쉽지만 효과적인 시 정부는 일반적으로 견제와 균형의 방해를 받지 않고 불만을 가진 모든 시민들의 요구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도 없이 강력한 지배력을 갖고 통치하는 리더들을 필요로 한다.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을 지나 최고의 대통령을 맞이한 2026년의 대한민국 국민 다수는 이제 경험적으로 저자가 하는 말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유권자들과 이해관계가 배치된 대리 정치는 악이다

뉴욕 시의 치안을 담당했던 시어도어 루스벨트도 한국의 검찰과 사법부 같은 장벽을 만났던 모양입니다.

부패를 추방하려는 루스벨트의 시도는 분명 그의 행동에 반대하는 시 경찰국장들의 권한 때문에 방해를 받은 것이 분명하다.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내세웠던 '제약 없는 개혁'은 개혁을 반대하는 기득권자들을 억누르는 데 분리되지 않은 권력이 도움을 준다는 의미이다.

'희대요시'라는 멸칭으로 불리기도 하는 파렴치한 대법원장이 삼권분립 명분 뒤에 숨어서 교활한 정치행위를 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 당시 루스벨트가 '권력 분립 이론은 순전히 피해만 준다'라고 했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윤석열이 콩고(자이르)의 모부투가 될 수 없었던 이유는 의회와 시민의 존재였습니다.

부패가 난무하는 정권을 이끈 모부투는 루스벨트가 주창한 ‘제약 없는 개혁'의 중요한 단점들이 무엇인지를 상기시켜 준다. 그것은 분리되지 않은 권력은 권력이 적절한 지도자의 손에 들어갔을 때만 좋으며, 그것이 절대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제도만으로 해결되는 사회는 없습니다. 그렇더라도 유권자들과 이해관계가 배치된 이들의 대리 정치는 막아야 합니다.

인도 민주주의의 가장 나쁜 면 중 하나는 권력이 시가 아닌 주에 있을 때가 종종 있으며, 주는 미국의 상원과 마찬가지로 1인당 훨씬 더 많은 대표성을 갖고 있는 시골 유권자들에 의해서 지배될 때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인도의 도시들은 자신의 운명을 더 많이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윤석열이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만든 '명태균 게이트'는 인도네시아 부패와 매우 유사합니다.

인도네시아의 부패를 주제로 한 연구 결과를 보면, 인도네시아의 독재자와 같이 찍은 사진에서 독재자와 가장 가까이 서 있는 사람들이 경영하는 회사의 주가는 그 독재자가 병들어 쓰러 졌을 때 가장 많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공적 자금 투자가 필요한 깨끗한 물 공급

한편, 깨끗한 물 공급은 한국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되었습니다.

스노의 연구는 이제는 분명해 보이는 한 가지 사실에 대한 초기 증거 역할을 했는데, 그것은 도시들은 시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깨끗한 물을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90년 대 초만 해도 전두환이 사는 연희동 쪽으로 가는 수도 공급관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수질을 높이는 일은 민간의 효율에 맡길 성격은 아닌 듯합니다.

민간의 물 공급 계획이 성공한 곳도 많지만 이것은 두 가지 문제의 소지가 있다. 우선 소비자들은 수질을 쉽게 검증할 수 없다. 다시 말해서 물 공급업자들은 수익을 잃지 않은 상태에서 원칙을 무시하고 일할 수 있다. 또한 민간 공급업자가 깨끗한 물을 보증할 수 있더라도 고객들이 항상 공급업자가 수익을 낼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돈을 쓸 의사나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MB 시절 민영화에 혈안이 되었던 때, 시민들의 반대로 주저앉힌 일들을 떠올라 다행이라 여겨집니다.


한편, 다시 한번 경제학 상식을 배웁니다.

외부 효과(externality)란 어떤 개인이나 기업과 같은 경제주체의 행위가 수요, 공급과 같은 가격 결정 과정을 거치지 않고 다른 경제주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1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경제학자들은 외부 효과에 대해서는 어떤 형식으로든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는데, 물 역시 마찬가지였다.

삼다수가 제주개발공사에 의해 생산되는 점이 떠올랐습니다.

깨끗한 물 공급은 인프라에 대규모 공적 자금 투자가 이루어졌기에 가능했다. 파리의 거리에서처럼 다라비의 빈민가에서도 수인성 질병을 없애기 위해서는 정부나 혹은 적절한 보조금을 받고 규제를 받는 민간 기업들 중 하나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지역 정치인들의 선심성 행위를 막는 국민 지원금

층위마다 이해관계를 보는 시각이 달라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적인 제안입니다.

일이 제대로 돌아갈 때 연방, 주, 시 등의 다양한 정부들은 상호 견제할 수 있다. 특히 각 정부에서 권력을 잡고 있는 정당들이 다를 때 더욱 그렇다. 남부 지방의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연방 정부가 주 정부의 일에 개입하지 않았다면 시민권을 얻지 못했을 것이며, 뉴욕 시는 한 공화당 상원의원이 민주당이 장악한 시 정부의 경찰서를 조사했기 때 문에 깨끗한 거리를 얻게 되었다.

국민들과 타운홀 미팅도 하고, 국민들에게 국무회의를 생중계로 공개하는 이재명 정부는 그런 점에서 (어쩌면 지구상에서) 가장 발전한 민주주의 구현 모델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한편, 다음 문장을 만났을 때 광주와 대구를 비교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봤을 때 시민들의 교육 수준이 올라가면 부패는 줄어든다.

그러면서 비극적인 광주 민주화 운동의 여파가 만든 교육 효과라고 할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한편, 윤석열의 게엄이 실패한 이유 중에도 교육 수준이 높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인들의 태업을 떠올리게 됩니다.


국민 지원금을 반대하는 이들의 동기를 짐작할 수 있는 문장입니다.

뉴딜은 연방 안전망을 대폭적으로 강화하는 한편 지역 정치인들이 주기적인 선심성 행위를 통해서 지지를 얻을 수 있는 힘을 약화시켰다.


인접성이라는 도시의 장점이 사망 요인이 되는 전염병

코로나를 겪은 후에는 쉽게 공감하게 되는 내용입니다.

전염병은 사람들 사이를 연결해 주는 도시가 가진 위대한 장점을 사망의 원인으로 바꿔버린다. 혼잡한 교통도 사람들이 도시에서 돌아다니기 너무 힘들게 만들어버림으로써 도시의 장점을 완전히 없애버린다.

더불어 저자의 문장력에도 감탄합니다.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공학 기술이 필요하지만 도로의 혼잡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적 노하우 이상의 뭔가가 요구된다.

깨끗한 물 공급과 도로의 혼잡도를 낮추는 일의 차이가 뭘까요?

우리의 도로는 사람들이 과용하지 않을 때만 쓸모가 있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학자가 쓰는 도구가 동원돼야 한다. 운전은 부정적인 외부 효과를 일으킨다. 일반적으로 운전자들은 자신에게만 해당되는 비용과 혜택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운전자들은 자신이 차를 몰면 다른 사람들의 이동 속도가 늦어진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는다. 이런 외부 효과를 고치는 최상의 방법은 사람들에게 도로를 사용하는 데 따른 비용을 부과하는 것이다.

앞서 배운 외부 효과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가 됩니다.


운전자가 끼치는 피해에 대한 몰인지를 해소한 혼잡세

도로에 관한 이야기는 꽤나 흥미롭습니다.

경제학자인 질레스 듀란튼과 매튜 터너는 자동차의 주행 거리가 새로 개통한 고속도로의 킬로미터 수와 일대일 비율로 더 늘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한 후에 이런 현상을 '도로 혼잡의 기본 법칙'이라고 불렀다. <중략> 도로는 건설하는 데 많은 돈이 들고 사용 가치가 높지만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공짜로 운전할 권리가 권리장전에 의해 보장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어서 혼잡세라는 훌륭한 개념을 소개합니다.

교통 혼잡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캐나다 태생의 경제학자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윌리엄 비크리가 생각해 냈다. <중략> 그는 혼잡도가 심한 출퇴근 시간에는 비용을 인상할 것을 주장했다. 이후 수십 년 동안 일어난 일들은 비크리의 주장이 옳았음을 증명해 주었다. 도로를 더 건설해 봤자 교통 혼잡 문제는 거의 해결되지 않지만 혼잡세는 그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

혼잡세라는 개념이 훌륭한 이유는 다음 단락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운전할 때 우리는 자신이 쓰는 시간, 기름, 자동차 감가상각비 등을 생각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가 다른 운전자들에게 유발하는 비용, 즉 그들이 우리 때문에 손해를 본 시간은 고려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 때문에 생긴 혼잡 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고속도로를 과도하게 이용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학자들이 자연스럽게 찾아낸 방법은 운전자들에게 그들의 운전 때문에 생긴 모든 비용을 부과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차량이 도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운전자들에게 비용을 청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혼잡세도 넘어야 할 장애물이 있습니다.

런던은 2003년부터 자체적으로 혼잡세를 부과하기 시작했고, 현재 런던의 차량 통행량은 크게 감소했다. 그렇다면 왜 미국에서는 혼잡세를 부과하는 사례가 그토록 드문 것일까? 정치 논리가 경제 논리보다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수천 명의 운전자들에게 새로운 비용을 부과하는 것은 인기가 없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치안 상황에 대한 장기적으로 유효한 지표는 살인율

마지막 주제는 도시의 치안을 다룹니다.

대부분의 경우 범죄는 가난한 사람들이 다른 가난한 사람들의 돈을 훔치면서 일어난다. 범죄 희생자는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가난하고 나이 어린 남성일 가능성이 더 높다. 사람들이 범죄 집단에 들어가는 한 가지 중요한 이유는 다른 범죄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인센티브'를 바탕으로 한 '범죄를 장려한다'는 말이 흥미롭습니다.

1986년 조사에서는 도시 인구가 두 배로 늘어나면 살인율은 평균 25퍼센트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는 주로 도시로 오는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에 따른 사회적 문제들을 그대로 갖고 오기 때문에 범죄에 더 취약하다. 또한 도시에는 잠재적 희생자들이 밀집해 있기 때문에 범죄를 장려한다.

중국에 살았던 경험 때문에 예외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도시와 범죄의 연관성은 또한 규모가 크더라도 종종 익명으로 모든 일이 돌아가는 도시에서 법 집행이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중략> 실제 경찰들도 종종 똑같이 사건을 해결하지만 이 과정에서는 고려해야 할 용의자들의 수가 훨씬 더 많기 때문에 도시에서 사건을 해결하기란 훨씬 더 어렵다.

이어지는 내용은 실전적인 데이터 해석의 사례로 여겨집니다.

치안 상황의 장기적인 변화를 평가하는 데 신뢰성 있게 사용될 수 있는 유일한 지표는 살인율이다. 다른 범죄들은 종종 다양한 이유 때문에 제대로 신고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이 특히 무능하거나 타락했을 때 사실 공식적인 범죄율은 하락할 수 있다. 사람들이 대부분의 범죄들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기 때문이다.

숫자를 그저 산술적으로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이죠. 한편, 예술과 창조성 폭발과 범죄를 함께 이야기하는 서술 방식이 흥미롭습니다.

가끔 도시에 등장하는 예술과 창조성 폭발의 '나쁜 사회적 현상'에 해당한다. 두 현상 모두 사회적 상호작용이 가진 힘의 대표적 사례들이다. 브루넬레스키와 하이든 같은 예술가는 자신이 사는 도시에서 연쇄적 혁신을 촉발할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소수의 도시 범죄자들이 도시를 안전하게 유지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규범들을 허물어서 범죄를 더 매력적인 것으로 만들 수도 있다.

어제 성악설에 대해 들었는데... 성선설이나 성악설로 사람을 규정하는 방식 자체가 낡은 생각이라고 믿는데, 다음 문장도 그걸 떠올리게 합니다.

개인의 선택과 재능은 정말로 예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범죄의 급증 같은 도시의 현상들도 그만큼 이해하기가 어렵다.

확률적인 방법이나 통계적인 방법으로 세상을 파악해야 하는 이유도 떠오릅니다.


<도시의 승리>를 읽고 쓰는 독후감

1. 진정한 도시의 힘은 사람으로부터 나온다

2. 도시는 번영과 행복의 열쇠다

3. 도시는 구조물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교훈

4. 산업화라는 보편적 혁신: 가난으로부터 번영으로

5. 진정한 환경운동은 '친환경' 도시화다

6. 도시의 콘텐츠는 콘크리트가 아니라 인간의 체취다

7. 도시를 연구하는 경제학자가 만들어내는 방정식

8. 지식은 교역의 핵심이고, 도시는 집약적 전달을 촉진한다

9. 인도의 방갈로르는 어떻게 신흥도시가 될 수 있었나

10. 인재와 아이디어 교류가 집적되는 도시의 특징

11. 아이디어들은 대륙과 바다보다 복도와 거리에서 흐른다

12. 아이디어가 궁극적으로 부의 창조자 역할하는 도시의 힘

13. 도시의 성장에 꼭 필요한 다양성

14. 끔찍한 도시의 빈곤과 비교해도 시골의 상황은 심각하다

15. 우리는 안정을 꿈꾸지만, 변화 속에 기회가 있다


지난 투자와 경제를 배우는 수요일 연재

(39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39. 기후 변화에 대한 기사는 경제적 관점에서 가치가 있나?

40. 도시의 콘텐츠는 콘크리트가 아니라 인간의 체취다

41. 인공지능이 눈치채게 한 반도체 리쇼어링 전략

42. 동생의 주식 매매에 대한 제 생각을 공유합니다

43. 좋은 친구와 책 덕분에 금융 문맹 탈출을 하게 됩니다

44. 도시를 연구하는 경제학자가 만들어내는 방정식

45. IMF가 올 거라고 경고하는 동생에게 주는 부적

46. 지식은 교역의 핵심이고, 도시는 집약적 전달을 촉진한다

47. 인도의 방갈로르는 어떻게 신흥도시가 될 수 있었나

48. 인재와 아이디어 교류가 집적되는 도시의 특징

49. 아이디어들은 대륙과 바다보다 복도와 거리에서 흐른다

50. 아이디어가 궁극적으로 부의 창조자 역할하는 도시의 힘

51. 도시의 성장에 꼭 필요한 다양성

52. 스타링크의 LEO 위성 통신과 D2C 서비스의 의미

53. 끔찍한 도시의 빈곤과 비교해도 시골의 상황은 심각하다

54. 우리는 안정을 꿈꾸지만, 변화 속에 기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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