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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Sep 13. 2023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7 순조실록

망국의 징조, 세도정치

 개혁적 유학 군주였던 정조가 죽고 왕위의 오른 순조의 나이는 11살이었기에 자연스럽게 예순대비, 정순왕후가 수렴청정을 맡게 된다. 정순왕후는 영조의 계비로 15살에 궁에 들어와 나름의 정치적 식견을 쌓고 정치적 수완이 뛰어난 여군주였다.


 왕실의 가장 큰 어른이자 순조를 보호하는 명분을 가지고 있었던 예순대비의 말은 곧 법이자 진리였으나 선왕의 길과는 방향이 아주 달랐다.  개혁적인 유학 정치를 표방하던 정조의 방향과는 정반대의 방향을 잡으며 개혁의 고삐를 놓게 되는 아쉬운 순간이다.


 당시 세계정세는 급박하게 변화하고 있었으며 인근 청나라에도 서양의 선교사나 외교관들이 상주하며 서양문물이 전파되어 근시안적인 동북아시아의 세계관이 파괴되고, 조선에도 이양선이 자주 출몰하면서 교역을 원했지만 조선은 세계정세를 몰라도 너무 몰랐다.


 정조의 재위 시절 청나라에서 전파된 서학은 종교적 색채보다는 하나의 학문으로 조선 땅에 들어왔기에 천주교의 교리를 반대하던 유학자들은 배척을 것을 주장했지만 정조는 정학(성리학)이 바로 서면 서학이 득세할 수 없다고 하여 별다른 핍박을 가하지 않았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교리의 매력을 느낀 평민들 사이 퍼져버린 서학은 왕가의 종친까지도 신봉하는 종교가 되었기에 정치적 기반을 위협한다고 여긴 예순대비는 정조대왕과는 정반대 방향의 행보를 보인다.


 바로 <신유박해>를 통해 천주교 교인을 색출하고 심문하면서 배교할 것을 강요하거나, 유배를 보내고 사사하는 강력한 핍박을 가했다. 하지만 서학은 핍박을 가하면 가할수록 더 깊은 신앙을 가지고 민중 속으로 퍼져나갔다.


 수렴청정을 한 예순대비는 늘 명문을 손에 쥐고 있었기에 정치적 힘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왕가의 어른이라 하더라도 명분이 없는 행동을 했고 명분을 가진 이시수에 의해 저지당하는 굴욕을 맛보았다. 그리고 여군주였던 그녀도 죽음을 거스르지 못했다.


  정보의 정책과 반대 방향의 행보를 보인 예순대비 수렴청정 기간은 4년에 불과했지만 정조의 개혁 정치 실패에 대한 책임론과 아쉬움을 자아낸다. 역대 조선 왕 중 비범한 자질과 개혁 의지를 갖추었던 군주로, 개혁이 성공했으면 훗날 조선이 열강의 먹잇감이 되고, 일제의 식민지가 되는 역사의 불행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정조의 개혁 실패 원인은 외부에 있었고, 정조의 반대자들에게 있었다. 사도세자의 추숭과 정조식 탕평책에 반대했던 벽파, 그 중심에 있던 정순왕후였다. 이미 세도정치는 조선을 망국으로 이끌어가는 기폭제가 되고 있었다.


 순조는 아버지의 개혁 정치를 계승하지 못했고, 붕당정치를 이은 세도정치의 포문을 열게 해 준 군주로써 이미 많은 곳에서 징조를 보이고 있는 망국의 모습을 뒤로한 채 역사 속으로 물러났고, 순조라는 묘호는 세도정치가들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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