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는 건 힘들어도 찌는 건 순식간이다
20대에는 술을 많이 마셔봤다. 잘 마시는 것은 아니었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는 자리를 좋아했었고, 젊음의 객기로 잘 마시지 못하지만 잘 마시는 척을 했었다. 남편은 원래도 술을 마시지 못한다. 결혼식 청첩장을 돌릴 때 어쩔 수 없이 술자리가 많았었다. 그때는 분위기가 꼭 커플이 다 같이 가서 인사를 하고, 밥과 술을 사고 청첩장을 돌리는 분위기였다. 남자 친구가 술을 잘 마시지 못하다는데도 불구하고 짖꿏은 친구들이 꼭 있었다. 분위기를 망칠 수는 없어서 중간에서 내가 다 받아먹다 보니 내가 꽐라가 되었었다. 술 취하는 것을 극히 싫어하는 남편은 무례하게 굴었던 그 무리들을 두고두고 얘기했었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10년 이상을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다가 또 어떤 계기로 맥주를 한 모금씩 마시기 시작했다. 습관이란 게 무서운 게 10년을 훌쩍 넘게 마시지 않았음에도 옛날의 그 느낌이 돌아왔다. 그래서 홀짝홀짝 양을 늘리기 시작했다. 누가 술을 마시라고 막 권하지는 않는데 학교에 편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단체로 먹는 분위기가 많아졌다. 물론 그 자리에서도 음료수를 마시거나, 물만 마시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무식하게 예전처럼 취할 때까지는 마시지는 않는다. 그러나 예전처럼 마시게 될까 봐 스스로가 두려운 것도 없지 않아 있다.
근데 참 신기한 게 술은 먹기 전에는 마시고 싶고, 맛있을 것 같고,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반면 막상 먹고 나면 머리가 아프고, 속도 안 좋고, 칼로리는 또 얼마나 높은지 후회막심이다. 잠깐의 유혹을 참으면 되는데 뭔가 해방감이 든다는 생각 때문에 와인에 맥주까지 달린 적이 있었는데 아침에 달리기를 하면서 또 깨달았다. 내가 미쳤지... 토할 것 같고 힘들어 죽겠는데 미션은 수행해야 하고 정말이지 괴로웠었다. 다행히 평창의 공기가 맑아서인지 금방 회복되기는 했지만 숙취가 전무하다면 모를까 5시 30분의 기상, 운동 등 하루의 일과를 망칠정도라면 자제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술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고, 잊게 해 줄 것 같지만 그것은 착각일 뿐이니 말이다.
제발 그런 자리에 가도 자제할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운동으로 살을 빼는 것은 너무너무 힘든데 먹음으로써 그것을 원상 복귀시키는 것은 한순간이니 제발 스스로가 유혹에 빠지지 않기를 부탁해본다. 적당히만 즐겨주길!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