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새넷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nlys Jan 18. 2021

원격 수업과 가정교육

특집 / 새로운학교지원센터

재난의 파괴적인 힘은 기존 질서를 뒤집고 새로운 가능성을 연다. 올해 코로나19라는 재난은 등교해야 할 수 있는 것으로 알았던 학교 공부가 가정에서도 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지금은 원격 수업에 필요한 기기와 학습 플랫폼을 준비하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정신없이 보낸 일 년을 정리하고 새 학년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다. 새로운 가능성을 도약과 성장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살펴봐야 할 것이 무엇일까?


돌이켜 보면 가정교육에 대한 논의가 뜸해진 지 오래됐다. 가정의 경제적 요구와 여성인력의 사회 진출에 대한 요구가 맞물려서 자녀 교육은 유아기 돌봄부터 사회의 부담으로 전환되었다. 아이들이 집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줄어드니 가정이 교육의 공간보다는 정서적 안정과 휴식의 공간이 된 경향이 크다. 과거에는 ‘밥상머리 교육’처럼 가정교육을 강조하는 각종 정보가 넘쳤는데 지금은 사회에 돌봄과 교육기능의 강화를 요구하는 논의가 훨씬 활발하다. 기술의 발전과 사회적 변화에 따라 강약의 변화는 있기 마련이지만 재난으로 열린 가능성을 성장의 기회로 삼기 위해 사회와 학교 모두 가정교육에 대해 다시 이야기해야 한다.


원격 수업은 전환점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은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 흔적을 남긴다. 사회경제적 배경은 초등학생의 학습, 게임, 놀이 시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분석 결과로 미루어 볼 때 우리 아이들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요소를 분석하고 그에 맞는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것은 교사와 부모를 비롯한 어른의 책무이다.

  “학교에서 원격 수업을 한다지만 일 년 내내 방학한 것 같다”라고 하는 부모의 말은 두 가지로 해석된다. 우선 아이들과 함께 하며 수업에 참여하도록 하는 일이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에 대한 푸념과 그런 아이들을 제대로 관리해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학교에 대한 원망이 그것이다. 어찌 되었던 아이들의 학습은 느슨해졌고 푸념과 원망 뒤에는 자녀를 위한 가정교육에 소홀했다는 자책으로도 들린다. 학교뿐만 아니라 부모가 교육의 주체로 함께 서야 하는 시기이다. 아이들에게 학습과 배움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하는 가정과 부모의 역할을 논의해야 하는 전환의 시대이다. 더불어 앎과 삶을 연결해야 한다는 혁신교육의 과제를 실질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제 1의 삶의 현장은 가정이므로 가정에서 앎을 실현하는 것은 교육의 중요한 목표이기도 하다.


배움과 삶을 연결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


첫째, 시간을 다루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학교나 학원에 가면 공부하는 시간이 되었지만 지금은 한 공간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예전처럼 일일 계획표를 만들어서 공부와 휴식, 식사하는 시간을 나눌 수도 있고 가정의 공간을 분리하여 학습하는 자리, 휴식하는 자리, 식사하는 자리를 만들 수도 있다. 아이들과 가족의 성향에 따라 의논하여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할 수도 있다. 아이들이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점에서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시간과 공간을 다루는 능력은 자립의 필수적인 역량이므로 아이들이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도록 탐색할 수 있는 여유를 주어야 한다.  


둘째, 원격 수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말하고 듣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학교에 가서 받을 수 있는 교사의 직접적인 도움이 전화 통화와 문자메시지로 대체된 상황이기에 말을 주의 깊게 듣고, 메시지 의미를 해석하여 정확하게 의사 표현을 하는 능력은 더 중요해졌다. 가끔 학교와 가정에서 다른 방식의 언어를 사용하는 학생을 볼 수 있는데 이제 학교에서 배운 대화법─완전한 문장으로 말하기, 이유나 근거를 들어 말하기, 다른 사람의 말을 끝까지 듣기 등─을 가족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말하고 듣는 것과 같은 일상의 경험이 가정으로 제한되어 있으므로 부모는 아이들과 대화의 시간을 늘려 아이들의 의사소통 능력이 향상되도록 도와야 한다.


셋째, 읽고 쓰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책보다 영상에 익숙한 세대이고 긴 글보다 이모티콘으로 소통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믿는 세대이다. 자신을 표현하는 다양한 매체를 경험하고 활용하려면 매체를 비판적으로 읽는 문해력이 있어야 한다. 영상으로 얻어진 지식을 자신이 말로 할 수 있어야 습득했다고 할 수 있고 자신의 말을 글로 표현해야 내면의 변화가 만들어진다. 이 또한 스스로 경험하고 습득해야 배움이 되므로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하는 읽을거리를 찾아 읽고 단순한 메모부터 시작해서 글을 쓰는 경험을 하도록 해준다. 냉장고에 가득 붙어 있는 포스트잇이 글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아이들은 어느 곳, 어떤 장면에서도 배운다는 당연한 원칙이 새삼스러운 것은 그동안 학습과 배움을 학교와 학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한정한 탓이다.


자녀의 학습 욕구를 개발하기


  아이들이 학습욕구를 가지고 잘 배우면 일상생활 중에 배운 내용이 계속 떠오르게 된다. 학교나 학원에서 배운 내용이 학교나 학원에서만,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만 유용하지 않고 일상생활 중에 보이는 이미지를 설명하거나 개념을 형성하기 위해 배운 낱말을 사용하게 된다. 결국은 사고방식과 행동하는 패턴, 태도가 변하는 것이 배움의 목표가 되는데 이런 내면의 변화를 만드는 학습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아이들마다 다른 유형으로 나타난다. 자녀의 학습욕구를 개발하는 것은 재능을 찾는 것과는 다르게 호기심을 갖고 궁금해 하거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탐색하도록 돕는 것을 말한다. 다양한 체험 학습관이나 볼거리를 찾아다녔던 예전의 방법을 사용할 수 없으므로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시작은 묻고 답하기이다. 정답이 없는 질문을 주고 답을 하는 과정을 격려하면 아이들은 지금까지 보여준 것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묻고 답하는 과정을 즐기게 되기까지 부모도 연습의 과정이 필요하다. 과정은 힘들더라도 자녀들과 묻고 답하기를 통한 대화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배움의 즐거움을 함께 경험하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지금은 선생님과 부모가 협력해야 할 때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한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교사가 부모에게 ‘예쁜 아이들과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을 즐기세요’라고 하더라도 사실 이 상황을 즐기기는 쉽지 않다. 어떻게든 아이들이 학습과 배움을 이어가도록 도우려면 부모는 자신이 배웠던 과거의 방법을 떠올리지 말아야 한다. 아이들은 오감을 통한 경험으로,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 어설프지만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면서 학습한다. 부모가 배웠던 방법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자녀가 배우는 모습을 여유 있게 지켜봐야 한다. 또한, 원격수업에 필요한 기기와 공간을 준비해주어서 아이들이 수업 준비를 위해 교과서나 자료를 화면 앞으로 가져다 놓거나 배울 내용을 출력해서 미리 읽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가정과 학교가 다양한 통로로 연결되어야 한다. 학교와 부모가 서로에게 미루지 않고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에 필요한 일을 찾아 협력해야 한다. 온라인 화상 학부모회와 화상 상담 등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을 개척하는 어른들의 모습은 아이들에게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줄 것이다. 자신을 위해 전화로, 온라인으로 선생님과 부모들이 함께 모여 대화하는 것만으로 행복감을 느낄 것이다. 스스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은 어른들의 사랑에서 시작된다. 작년보다 여유 있게 대처하기 위해서 지금이 준비해야 하는 때다.




+2021 겨울호 목차+


들어가는 글_2021 새넷 겨울호


1. 시론


2. 포럼 & 이슈


3. 특집


4. 전국 NET


5. 수업 나누기 & 정보 더하기


6. 수업 나누기 & 정보 더하기


7.티처뷰_teacherview




+과월호 보기+


2020  가을호


2020  여름호


2020 3월 특별호


2019년


2018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