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 이범희_성남교육지원청 교육장
교육열이 유난히 높은 우리나라는 6‧25 전쟁 중에도 피난처에서 학교 문을 열었는데 2020년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학교가 문을 닫는 사태가 발생했다. 학생들은 온라인을 통해 학습을 이어가야 했고, 학교는 준비 없이 미래 교육을 맞이했다.
미래 교육은 학생들이 장차 시민으로서 사회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다가올 시대를 적합한 기준으로 삼아 현재의 학교 교육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또한, 교사가 개별 학생들의 수준과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고려하여 적합한 학습의 내용과 방법을 안내하고 조력하여 건강한 민주 시민의 삶에 필요한 역량과 안목을 형성하도록 돕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AI를 포함한 다양한 도구들이 수업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최신 ICT 기술에 교육을 접목해 학생에게 초실감,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통계에 의하면 코로나19 이전에 원격으로 수업을 진행해 본 경험이 있는 교사가 전체 교사의 약 5% 정도였다고 하니 근심과 걱정, 불안과 공포 속에 원격 수업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그 어려움에서도 교사들은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통해 함께 배우고 함께 성장하며 극복하고, 표면적으로는 상당히 안정된 모습으로 온라인 학습이 진행되었다.
그런데 유네스코에서도 지적했듯이 원격으로 진행되는 교육 상황에서 우리는 ‘교육의 질과 교육 격차의 문제’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교육의 질은 교육적 여건이 얼마나 잘 준비되어 있고 좋은 콘텐츠의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지의 문제이다. 코로나19로 원격 수업이 더욱 촉진되고 학교의 구조나 교사의 존재 형태, 교수방식 등에서도 크게 변화될 것이 예견된다. 미래 교육으로의 진화를 위해 전국에서 진행한 다양한 방식의 좋은 콘텐츠를 담아낼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그것을 다른 교사들이 활용하며 수업의 질을 높이는 수업 혁신이 필요하다. 이제는 '지금 당장'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의 한 보고서에 의하면 연 소득 2만 5천 불 이하의 가정과 10만 불 이상의 가정 사이에 원격 수업 참여 시간의 격차는 10배가 넘는다고 한다. 교사들의 독려로 원격 수업의 참여율은 높지만, 실질적으로 무엇을 얼마나 배웠고 내면화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 7월 전국 초·중·고 교사에게 학력 격차 실태를 물은 결과, ‘심각한 편이다’ 60.4%, ‘매우 심각하다’ 20.0%, ‘심각하지 않다’ 19.6%라는 응답이 나왔다. 교사 5명 중 4명꼴로 학생들의 학력 격차가 심각하다고 진단한 것이다. 이런 현상은 학교급이 낮을수록 상황이 좀 더 심각하다. 왜냐하면 학교급이 낮을수록 스스로 공부하는 자기관리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손가정, 한부모가정, 생계형 맞벌이가정 등의 아이들은 원격 수업 기간에 학습결손이 누적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보호자의 세심한 관리나 돌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초등학생에게는 원격 수업이 더 부적합하고 그와 비례해 학력 격차도 한층 심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제 원격 수업에 따른 학업성취나 사회성 지수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여 데이터를 누적하고 그것을 많은 사람이 인식할 수 있도록 공유해야 한다. 그래야 대책을 세우고 해법을 찾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학력 격차는 점점 심해지고 그 결과 일탈이나 학교를 중도에 그만두는 학생들이 늘어날 개연성이 높아진다. 그것은 자연스럽게 사회불안을 야기하고, 사회적 비용을 지출하게 만든다.
우리 사회는 이미 계층 간 교육 격차가 심각한 수준에 놓여있다. 이 때문에 교육이 부와 사회적 지위의 대물림을 위한 통로로 작용한다는 인식이 폭넓게 자리 잡고 있다. 교육이 부와 사회적 지위의 대물림을 위한 지렛대로 기능하는 사회에서는 역동성과 활력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그러한 사회의 미래는 암울할 뿐이다. 지역에서 교사들의 원격 수업에 참여한 경험으로 수업 후에 별도로 남겨 보충학습을 시키고 그래도 부족할 경우 적절한 시간에 등교시켜 개별학습을 하는 모습에서 교육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며 절대적인 방법을 보았다.
하지만 개별교사의 열정에만 의존해서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교육부나 교육청은 계층 간 교육 격차의 실태와 배경을 정확하게 파악해 실효성 있는 정책적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기존 학교 교육의 가능성과 한계를 냉철하게 평가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학교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의 성장과 발전은 사회의 근간이 되는 ‘사람’에게서 나오며 사람의 성장과 발전을 좌우하는 것이 ‘교육’이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교사’인 우리에게 이러한 역할이 부여됐다는 것이 생각만으로도 가슴 벅찬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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