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곡, 그리고 앞으로 남겨진 것들
2015년 11월 12일에 3개의 곡을 리스트에 올리며 나의 브런치가 시작되었다.
- Epitaph (King Crimson)
- July Morning (Uriah Heep)
- Without You (Harry Nilsson) // 세 곡이 차례로 1,2,3번을 달고 있다.
그동안 실제로 발행된 글과 곡은 총 98개다. 이 중에 곡이 포함되지 않는 글이 하나 있어서 실제 송북에 올라 있는 곡은 97곡이다.
애초의 의미는 아니지만, 일종의 카테고리 형식으로 분류하여 만든 매거진은 8개다. 가장 많은 리스트를 갖고 있는 매거진은 '지금 여기', 24개의 곡과 글이 있다. 대충 그때 그때 생각나는 글의 모인 곳이라 당연한 결과다.
맨 처음 브런치 팀에 작가 신청을 할 때 쓴 글은 '우리 여기 함께 살고 있지 않나?'라는 글이고 '아들에게'라는 매거진이었다. 이대로 진행했다면 지금 리스트는 그대로 6개의 곡에 머물러 있었을지도 모른다. 진짜로 책을 낸다면 그나마 가치가 쪼끔은 있을 법한 시도였다.
나 말고 다른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곡은 무엇일까... 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오랜 시간 동안 검색을 통해 조회수가 많이 오른 곡'이라는 기준하에 최고 3곡은
- No Woman No Cry (Bob Marley) (최근 3개월 동안 확 올랐다. 전체 글 순위로 3위다.)
- 옛사랑 (이문세) (첫 발행 이후 한 번도 5위 밖을 벗어난 적이 없다.)
- Whiter Shade of Pale (Procol Harum) ('삼시 세 끼'에서 삽입되어 한번 오른 후에 상위권 유지 중이다.)
이다. 3곡 모두 초기 최초 발행된 10개의 글 안에 포함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는(혹은 좋아하는) 곡은
- Misguided Angel (Cowboy Junkies)
- Chopin Nocturne in Eb Major, Op.9, No. 2 (Seth Ford-Young)
- If I didn't have your love (Leonard Cohen)이다.
가장 조회수가 많은 글은
1위 굳이 사랑이 아니더라도 (서유석) //작년 이맘때쯤인가? 한번 카카오톡 채널에 소개되었는지.. 그 경로로 온 숫자가 아직 최고다.)
2위 Who'd have known (Lily Allen) //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란 제목의 글로 소개한 곡이다. 책과 함께인데, 사실 책은 그리 소개하고 싶지도 권하고 싶지도 않은 것이었는데, 곡은 좋아해서... 매치시킨 글이다. 유입은 브런치인데... 자세한 이유는 모른다. 암튼 내게는 매우 괴이하고 이상한 결과다.)
공유가 가장 많은 글은 Autumn (Strawbs)다. 98% 페이스북을 통해서인데, 류태환 셰프가 피처링한 덕이다.
1997년에 처음 만들었던 개인 홈페이지 이후 브런치는 지금까지 마지막이자, 가장 길게 살려 놓은 개인 페이지다. 홈페이지, 커뮤니티, 게시판, 블로그(국내외의 거의 모든 플랫폼), SNS(역시 한글 지원되는 거의 모든) 등 웬만한 서비스는 다 해보았다. 반은 일 때문에, 반은 그냥. 그리고 대부분 1년 안에 접었다.
글 쓰는 연습을 하려고 하긴 했는데... 묘하게도 난 쓰면 쓸수록 점점 망가져가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브런치에서 내가 가장 아끼는 글(혹은 내 스타일로 삼으려 했던)을 고른다면
- Have you ever seen the rain? 정도.... 늘 좀 그렇다.
약간 의도적으로 장르를 섞으려는 시도는 했다. 내 맘 한 구석의 잘난 척일 수도 있고, 또 싫증 날까 봐 두려워서 그런 면도 있다. 대부분의 곡들은 휴대폰에 저장되어 매일 듣고 있다. 물론 여기에 제외된 곡도 있긴 있다.
마지막으로 나의 브런치가 정말 음악에 대한 것이냐... 하면 그렇지 않다. 그냥 '나'에 대한 것이다. 때론 내가 버리고 싶은 것들의 모음이기도 하고, 내 욕망들의 모음이기도 하다. 후회, 그리움, 희망 혹은 살기 위한 안간힘일지도 모르고.... 그래서 아직은 아무것도 아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데이터는 나만의 방식으로 기록해 놓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내 브런치에 수많은 방문자가 몰리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매일 한자리 혹은 두 자리 숫자만으로도 나는 충분하다.
요즘에는 쌓이는 울화가 많아서 '삐딱하게'라는 매거진을 또 하나 만들까도 고민 중이다. 최종 목표는 '아들에게'라는 매거진에 올라갈 12곡을 고르는 것이다. 노래만 생각한다면 이미 다른 매거진으로 빠진 곡도 많지만, 12개의 노래와 12개의 이야기를 남기는 것은 내가 처음부터 목표로 한 일이다.
이제 떠날 때는 작별 인사 정도 할 여유는 생긴 것 같다. 작별 인사는 지금부터 슬슬 만들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