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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아리다 Sep 25. 2023

욕망한다 고로 존재한다

Emotions 16. 욕망 cupiditas


욕망 (cupiditas)이란
인간의 본질이 주어진 감정(affectione)에 따라 어떤 것을 행할 수 있도록 결정되는 한에서 인간의 본질(essentia) 자체이다. (...) 욕망은 자신의 의식(conscientia)을 동반하는 충동(appetitus)이고, 충동은 인간의 본질이 자신의 유지에 이익이 되는 것을 행할 수 있도록 결정되는 한에서 인간의 본질 자체이다.

<에티카> 스피노자



<욕망> 모든 감정에 숨겨져 있는 동반자

대부분의 철학자들이 인간의 이성에서 윤리학을 시작하려고 할 때, 스피노자는 자신의 윤리학을 욕망에서부터 출발했다. 이것이 바로 스피노자가 지닌 혁명성이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p182



 도서

<욕망이라 이름의 전차> 테네시 윌리엄스


 영화 & 드라마

행복배틀

블루 재스민


 음악 & 뮤직비디오

Behind_손승연 (행복배틀 OST)

Poison_엄정화

음 (Mmmh)__카이 of EXO






'부족을 느껴 무엇을 가지거나 누리고자 탐함. 또는 그런 마음'이 국어사전적 욕망의 정의다. cupiditas는 욕망, 열망, 갈망 등을 뜻한다. 부족함을 느끼는 것은 결핍이다. 결국 욕망은 결핍으로 인해 올라오는 감정이다.



라틴어에 코나투스(Conatus)라는 말이 있다. 스피노자는 이 코나투스를 인간을 비롯한 모든 유한한 사물들의 본질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했고, 이러한 인간의 본질을 '욕망'이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스피노자는 자신의 윤리학을 바로 이 개인의 욕망에서부터 시작한 것이다. 당시 사회질서를 위해 개인의 욕망은 통제되고 절제해야 하는 것이었고, 대부분의 철학자들도 윤리학을 인간의 이성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스피노자의 노선은 파격적이었고 동시에 혁신적이었다.



예전에 비해 지금은 개인의 욕망에 대해 어느 정도는 인정하는 분위기다. 문화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기주의와 다르다고 할 수 있는 개인주의가 적정한 선에서는 가능하다. 그러나 SNS의 팔로워 문화 발달로 인해 그 욕망이 실은 내 것인지 남의 것인지가 헷갈린다.



우리는 항상 헛갈린다. 내가 지금 원하는 것이 나의 고유한 욕망인지, 타인의 욕망인지, 이런 고뇌의 순간에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무엇인가 욕망하는 것이 있을 때는 반드시 그것을 실현해 보아야만 한다. 실현의 순간에 우리는 잣니의 욕망이 나의 것이었는지 타인의 것이었는지 사후적으로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p188



철저하게 나의 본질적인 욕망이나 열망이라면, 성취 후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고, 고작 남의 욕망을 욕망했다면, 쟁취하더라도 허무함이 남을 것이다. 이런 경우야 말로 욕망이 허상이 될 뿐이다. 이는 자신을 위한 야심이 아닌 갈망할수록 갈증나는 탐욕이나 경쟁심의 결과이니 말이다.



남의 행복까지도 탐하는 비뚤어진 욕망은 행복 배틀이 된다. 더 행복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 SNS 상에서 펼치는 '행복배틀'이라는 드라마는 드라마의 특성상 현실보다 과장 되었겠지만 보이지 않는 알력의 존재를 들춰 보여준다.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처럼.



Behind_손승연 (행복배틀 OST)



[Verse 1]

거짓에 물든 페이지

그곳에 진실은 없어

점점 희미해지는 모든 순간에

혼란만, 가득한 game


[Pre-Chorus]

Something is wrong

가린 눈을 깨워줘

it's over

더는 숨길 순 없어


[Chorus]

비뚤어진 믿음은 감춰왔던 불안을

먹고선 자라나

뒤틀려버린 기억

묻어뒀던 상처는 우릴 조여와 결국

다시는 never leave behind

wake up break your desire

wake up break your behavior

true or lie true or lie

walk away from this game


[Verse 2]

번져가는 그림자

숨조차 쉴 수도 없어

어둠 속에 매인 채 멈춰 서 있어

이젠 떠나야만 해


[Pre-Chorus 2]

It;s all lies

모든 건 환상일 뿐

it's all fake

더는 숨길 순 없어


[Chorus] 반복


[Pre-Chorus 2] 반복


[Chorus] 반복




욕망은 모든 감정에 숨은 동반자라고 하니 사랑도 기쁨에 숨은 욕망으로 본다면, 상대를 통해 얻는 설렘 또한 욕망의 한 형태가 된다. 끼를 부린다는 말이 요즘은 '플러팅'으로 더 많이 쓰이는데, '유퀴즈'에 나와서 친절과 칭찬이 습관일 뿐 플러팅이 아니라는 요즘 대세남 '덱스'나 학창시절 인기가 많았다는 김고은은 문명특급에 나와서 플러팅의 귀재임을 확인시켜주었다. 



두 분 모두 사람을 기분좋게 하는 사랑스러움이 있으니, 홀리는 사람 잘못인가, 홀린 사람 잘못인가!? 워워~ 일단 이성을 되찾자! 선을 잘 지킨다면 센스, 그렇지 않다면 아리송한 넌센스!



유퀴즈 온더 블럭_덱스편


문명특급_김고은 편




사람들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가다가 묘지라는 전차로 갈아타서 여섯 블록이 지난 다음,
극락이라는 곳에서 내리라고 하더군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테네시 윌리엄스



욕망은 인간의 본질이자 본성이라지만, 남녀 사이에서 잘 다뤄야 하는 감정이라 여겨진다. 최근 역주행하는 곡이 있다. 원더케이(1theK) 채널에 오래전 뮤직비디오가 올라온 곡은 엄정화의 'Poison'. 욕망에 이끌려 뛰어든 건지 걸려든 건지 모르지만, 그녀의 행복을 가진, 누가 누구의 욕망었는지 모를 잘못된 관계는 결국 파국을 맞이한다.




Poison_엄정화


[Verse 1]

널 뒤로 한채 그냥 걸었어

미안해 하는 널 위해

참아온 눈물 보이기 싫어

나 먼저 일어선 거야

오늘이 올 줄 알고 있었어

우리 사랑 끝나는 날

잘못된 우릴 하늘이

분명 용서할리 없으니까


[Pre-Chorus 1]

그녀에게 미안하다고 전해줘

그녀의 행복을 내가 가졌으니

다신 이런 아픔을 남기지는 마

나 하나로만 된거야

모두를 속여가며 사랑한

넌 더 힘들었니


[Chorus]

이젠 꿈에서라도 나를 찾지마

난 니안에 없는 거야

이대로 나를 잊고

돌아가 그녀 품으로

내 품에 안겨 울던 모습도

날 위한 연극이었니

너의 사랑은 나 뿐이라고

그 말을 믿었었는데


[Pre-Chorus 2]

사랑스런 미소와 따스한 눈길

이제는 그녀와 함께 나누겠지


[Chorus] 반복


그래 누구나 한 사람만을

사랑해야 하는걸

이제 넌 그걸 잊지 말아줘




영화 <블루 재스민>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현대적인 배경으로 옮겨놓은 영화다. 재스민이라는 이름마저도 가명이었던 것처럼 본질적인 열망이 아닌, 허상을 욕망했던 실존 인물들을 가공해서 그렸다. 일본 영화 <종이달>이나 넷플릭스 한국판 <종이달>도 욕망의 계보를 잇는다.



KAI의 음(Mmmh)은 마음을 다 빼앗고 싶은 남성의 심정을 담았다. 그것이 본질적인 욕망인지, 허상인지는 알 수 없지만 빠져들고 말았다. 욕망을 '자신의 의식을 동반하는 충동이고, 충동은 인간의 본질이 자신의 유지에 이익이 되는 것을 행할 수 있도록 결정되는 한에서 인간의 본질 자체'라는 스피노자의 정의에 따른다면, 마음을 빼앗더라도 갖고 싶은 충동 또한 하나의 욕망이다.



음 (mMMH)_카이 (of EXO)


[Verse 1]

내가 너무 나빠서

네 맘을 전부 빼앗고 싶어져

Don't you worry

어느새 네가 내 세상을 가진 걸

You make me feel so


[Chorus]

Mmmh mmmh

숨을 내쉬고 뱉어 like

mmmh mmmh

경계를 넘어서 like

내 품에 널 안아 like

mmmh mmmh

다른 생각은 하지마

Mmmh mmmh

Mmmh mmmh

Mmmh mmmh

I said I said


Mmmh mmmh

Mmmh mmmh

Mmmh mmmh

I said I said


[Verse 2]

The scent of a flower,

girl is this yours?

네 곁에서 맴도는 자스민

It's kind of familiar

너도 이게 잠옷일지 궁금해


내가 너무 나빠서

네 맘을 전부 빼앗고 싶어져

Don't you worry

아마도 네가 이 세상을 전부

가지는 일이 될 테니 I got you like

그들의 질투가 네 몸을 떨게 만들어

내 자켓을 받아 걸쳐 입어

my shawty that's not your fault

그냥 내게 안겨 원하면 날 망가뜨려


[Chorus] 반복


이미 취해 휘청거려도

Girl I just want more

내게 무슨 짓을 한 거야

너의 모습만을 그려


이미 취해 휘청거려도

Girl I just want more

내게 무슨 짓을 한 거야

너의 모습만을 그려


[Chorus] 반복




욕망은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다. 오로지 이성적인 절제가 필요한 영역이 아닌가 한다. 욕망이 인간의 본질 그 자체인만큼 모든 감정이 자연스러운 것이겠지만, 인간에게 이성이 있다는 것은 그로 인한 폐해를 막기 위한 자연의 섭리이기도 하다. 단지 그 기준이 저마다 다른 것일 뿐.



하지만, 욕망없는 인간 또한 얼마나 무기력한가. 욕망은 인간이 살아있음의 방증이기도 하다. 인간 본능적 기본 욕구나 타인의 욕망이 아닌, 자신만의 주체적인 욕망에 귀를 기울이고, 열망하는 삶 속에서 성취의 기쁨을 누리는 것 역시 인간적인 것 아닐까.



데카르트가 아닌 스피노자의 말대로라면 '나는 욕망한다, 고로 존재한다'



스피노자의 48가지 감정 카테고리
(감정의 포스팅 순서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땅의 속삭임
1. 비루함(낙담)  2.자긍심  3. 경탄  4. 경쟁심  5. 야심 6. 사랑 
 7. 대담함  8. 탐욕  9. 반감  10. 박애 11. 연민  12. 회한

� 물의 노래 
 13. 당황 14. 경멸 15. 잔혹함 16. 욕망  17. 동경  18. 멸시 
19. 절망  20. 음주욕 21. 과대평가  22. 호의  23. 환희  24. 영광

� 불꽃처럼
25. 감사 26. 겸손 27. 분노 28. 질투 29. 적의 30. 조롱
31. 욕정  32. 탐식 33. 두려움 34. 동정  35. 공손 36. 미움 

� 바람의 흔적
37. 후회  38. 끌림  39. 치욕  40. 겁 41. 확신  42. 희망 
 43. 오만  44. 소심함 45. 쾌감 46. 슬픔 47. 수치심 48. 복수심

48가지 감정은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바탕으로 한 <강신주의 감정수업>의 목차를 따랐으며,
감정에 관한 포스팅은 도서 내용과 별개로 헤아리다가 선정한 음악과 이야기로 진행됩니다.




✅ 이전 포스팅


48가지 감정 위로 음악은 흐르고

48 Emotions <Prologue>


� 땅의 속삭임

Emotions 01.비루함, 낙담(adjectio) 자존감을 회복할 때

Emotions 02. 자긍심 acquiescentia in se ipso '당당히 할 수 있다'는 단단한 믿음

Emotions 03. 경탄 admiratio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Emotions 04. 경쟁심 aemulatio '권투 말고 건투를 빌며' 

Emotions 05. 야심 ambitio 야생의 생명력으로 야심차게

Emotions 06. 사랑 amor  마주 잡은 은유의 기쁨

Emotions 07. 대담함 audacia 무모한 질문에 대한 무한한 대답 

Emotions 08. 탐욕 avaritia 갈망할수록 갈증나는

Emotions 09. 반감 aversio 'Make it better'

Emotions 10. 박애 benevolentia 'We are so beautiful'

Emotions 11. 연민 commiseratio 사랑이라 믿었던 연민

Emotions 12. 회한 conscientioe 오지 않은 슬픈 나날의 두려움


� 물의 노래

Emotions 13. 당황 consternatio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Emotions 14. 경멸 contemptus 꽃 향기만 남기고

Emotions 15. 잔혹함 crudelitas 진심으로 빌게



✅ 지난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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