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otions 17. 동경 desiderium
동경 (desiderium)이란
어떤 사물을 소유하려는 욕망 또는 충동이다. (...)
우리가 자신을 어떤 종류의 기쁨으로 자극하는 사물을 회상할 때 그것으로 인하여 우리는 같은 기쁨을 가지고
그것이 지금 눈앞에 있는 것처럼 생각하도록 노력한다.
그러나 이 노력은 그 사물이 있다는 것을
배제하는 사물의 이미지에 의하여 곧 방해받는다.
<에티카> 스피노자
<동경> 한때의 기쁨을 영속시키려는 서글픈 시도
'가장 절정에 있었던 순간'을 꿈꾸는 것이 동경이다. 그렇지만 동경의 이면에는 이미 자신이 전성기를 지났다는 씁쓸한 자각이 깔려 있다. 이처럼 과거의 절정에 사로잡혀 현재의 삶에 충실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자신의 삶에 대한 모독이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p194
� 도서
<아우라> 카를로스 푸엔테스
<그리고 사진처럼 덧없는 우리들의 얼굴, 내 가슴> 존 버거
� 음악 & 뮤직비디오
언젠가는_이상은
Everglow_Coldplay
회상_부활
동경은 '어떤 것을 간절히 그리워하여 그것만을 생각함'이라는 뜻이다. desiderium은 소원, 염원, 그리움, 동경, 아쉬움, 절실한 필요 등의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동경'이라는 말의 뜻을 고귀한 어떤 사물 혹은 관념을 미래지향적 의미로 '원하고 바라는 것'으로 생각해 왔는데, '그리움'이라는 의미가 들어가는 순간, 과거지향적인 단어임을 깨닫게 되었다. '라캉'의 표현에서 '동경'의 단서를 찾아 볼 수 있겠다.
나는 내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내가 생각하지 않는 곳에서 존재한다._라캉
그러니까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인연이나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과 장소를 떠올리며 회상하는 것. 아련하고 아득한 마음이 느껴진다. 이 마음 자체는 좋은 감정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여기서 끝나지 않고, 그걸 현재로 끌어와 되새김질만 반복하는 경우라면 어떨까. 가령 '내가 왕년에...' 같은. 요즘은 이런 표현을 '나 때는...'에서 '라떼는...'으로 순화되었다. 과거의 커리어나 리즈 시절의 나를 그리워할 수 있지만, 그것만 붙잡고 있는다면 현재를 살지 못하게 된다. 이것이 동경의 이면이다.
날 잡지 말아요. 난 나의 청춘을 향해 가고, 청춘은 내게 오고 있어요. 벌써 들어왔고, 정원에 있고, 이미 도착했어요.
<아우라> 카를로스 푸엔테스 p57
싱어송라이터 이상은의 '언젠가는'은 그런 청춘의 그리움을 과거에서 미래로, 다시 현재로 돌아와 바라본다. '뒤돌아 보니 우린 젊고 사랑을 했구나'라며 과거를 회상하지만, 그 그리움을 마냥 부여잡고 있는 것이 아니다. 어디로 가는지 몰라도 언젠가는 다시 만난다는 메시지와 함께 미래를 향해 노래한다. 그래야만 지금,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살아갈 수 있기에.
[Verse 1]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하지만 이제 뒤돌아 보니
우리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
눈물같은 시간의 강 위에
떠내려가는 건 한다발의 추억
그렇게 이제 뒤돌아 보니
젊음도 사랑도 아주 소중했구나
[Chorus]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헤어진 모습 이대로
[Verse 2]
젊은 날엔 젊음을 잊었고
사랑할 땐 사랑이 흔해만 보였네
하지만 이제 생각해 보니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
[Chorus] 2번 반복
꽃은 한 번만 피는 것이 아니다. 모든 꽃나무는 매년 기적처럼 새로운 꽃을, 작년과 유사해 보이지만 결코 같지 않은 신선한 꽃을 피우기 마련이다. 작년에 피었던 꽃만 동경하고 있느라 올해 필 꽃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다면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강신주의 감정수업> p198
동경은 과거에 피었다 진 꽃이다. 늘 그렇듯 우리는 알고 있다. 꽃은 다시 핀다는 사실을. 하지만, 시든 꽃을 잊지 못해 다시 피어날 꽃봉오리를 상상하지 못한다. 우리가 펼쳐야 할 상상의 나래는 과거 어느 지층에 남긴 흔적이 아니라, 앞으로 쌓아갈 시간들이다. 그러니 과거는 머물지 않고 흘러가더라도 그 추억 속에 남은 느낌을 간직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면 된다.
우리는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우리 세기의 희망을 함께 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사진처럼 덧없는 우리들의 가슴, 내 얼굴> 존 버거
우리는 우리 자신의 삶을 각자 살아간다. 하지만, 홀로 무인도에 살지 않는 이상,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고,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고 받는다. 그러다 보니 이상적인 나의 모습과 현실의 내 모습에 괴리가 발생하고 우린 과거의 어느 시절을 동경하게 된다. 즉, 동경은 어찌 보면 지금의 나를 부정하는 감정인 것이다.
과거는 회상만으로도 충분하다. 우리 내면에 살고 있는 내면 아이가 품고 있는 수많은 감정들을 인정하고 토닥여주자. 그것이 현실 속에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긍정하고, 인정하는 힘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내가 현재의 나를 긍정하고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받자. 우리는 희망의 세기를 향해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니까.
[Verse 1]
오랜 그 옛날 하늘 파랄 때
엄마 되고픈 그 하얀 아이
인형 머리 매만지는
커다른 눈망울과
그 조그만 손
[Pre-Chorus]
그땐 땅이 초록이었고
냇물이 진한 노랑이었지
[Chorus]
하늘아 땅아 땅아 그땔 아니
냇물아 나의 아이야
저녁 노을이 슬픔 주는 듯
하얀 아인 멀리 가버리고
홀로 남은 인형만이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네
[Chrorus] 반복
[Chorus 3]
그 파란 하늘아
초록빛 땅아
그땔 아니 냇물아 나의 아이야
그 파란 하늘아 초록빛 땅아
그땔 아니 냇물아
오 나의 아이야
스피노자의 48가지 감정 카테고리
(감정의 포스팅 순서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땅의 속삭임
1. 비루함(낙담) 2.자긍심 3. 경탄 4. 경쟁심 5. 야심 6. 사랑
7. 대담함 8. 탐욕 9. 반감 10. 박애 11. 연민 12. 회한
� 물의 노래
13. 당황 14. 경멸 15. 잔혹함 16. 욕망 17. 동경 18. 멸시
19. 절망 20. 음주욕 21. 과대평가 22. 호의 23. 환희 24. 영광
� 불꽃처럼
25. 감사 26. 겸손 27. 분노 28. 질투 29. 적의 30. 조롱
31. 욕정 32. 탐식 33. 두려움 34. 동정 35. 공손 36. 미움
� 바람의 흔적
37. 후회 38. 끌림 39. 치욕 40. 겁 41. 확신 42. 희망
43. 오만 44. 소심함 45. 쾌감 46. 슬픔 47. 수치심 48. 복수심
48가지 감정은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바탕으로 한 <강신주의 감정수업>의 목차를 따랐으며,
감정에 관한 포스팅은 도서 내용과 별개로 헤아리다가 선정한 음악과 이야기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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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의 속삭임
Emotions 01.비루함, 낙담(adjectio) 자존감을 회복할 때
Emotions 02. 자긍심 acquiescentia in se ipso '당당히 할 수 있다'는 단단한 믿음
Emotions 03. 경탄 admiratio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Emotions 04. 경쟁심 aemulatio '권투 말고 건투를 빌며'
Emotions 05. 야심 ambitio 야생의 생명력으로 야심차게
Emotions 06. 사랑 amor 마주 잡은 은유의 기쁨
Emotions 07. 대담함 audacia 무모한 질문에 대한 무한한 대답
Emotions 08. 탐욕 avaritia 갈망할수록 갈증나는
Emotions 09. 반감 aversio 'Make it better'
Emotions 10. 박애 benevolentia 'We are so beautiful'
Emotions 11. 연민 commiseratio 사랑이라 믿었던 연민
Emotions 12. 회한 conscientioe 오지 않은 슬픈 나날의 두려움
� 물의 노래
Emotions 13. 당황 consternatio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Emotions 14. 경멸 contemptus 꽃 향기만 남기고
Emotions 15. 잔혹함 crudelitas 진심으로 빌게
Emotions 16. 욕망 cupiditas 욕망한다 고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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