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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아리다 Sep 30. 2023

본질 속 카프카적 진주처럼

Emotions 18. 멸시 despectus




멸시 (despectus)란
미움 때문에 어떤 사람에 대해
정당한 것 이하로 느끼는 것이다.

<에티카> 스피노자



<멸시> 사랑이라는 감정의 막다른 골목

사랑이 미움으로 변할 때, 사랑에 수반되던 '과대평가'의 감정은 이제 '멸시'의 감정으로 변하게 된다. 과대평가가 상대방을 이 세상의 유일한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는 감정이라면, 멸시는 상대방을 평범한 사람보다 못한 사람, 한마디로 벌레처럼 무가치한 사람으로 만드는 감정이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p201



 도서

<변신> 프란츠 카프카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 프란츠 카프카

<미움 받을 용기> 고가 후미타케, 기시미 이치로


 음악 & 뮤직비디오

Rising_트리플에스 tripleS

다시는 사랑한다 말하지 마_콜드 Colde (feat. RM of BTS)

Anti-Hero_테일러 스위프트






'업신여기거나 하찮게 여겨 깔봄'이라는 뜻의 멸시. despectus는 '내려다 봄, 전망, 높은 곳, 경멸'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더 덧붙일 것도 없다. 사람을 벌레 보듯 하는 것이다. 제 머릿속에 우글거리는 벌레들은 보질 못하는 하찮은 사람의 태도다. 멸시하는 사람이나 멸시당하는 사람이나 안쓰럽기는 마찬가지가 된다.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잠자리 속에서 한 마리 흉측한 해충으로 변해 있음을 발견했다. 그는 장갑차처럼 딱딱한 등을 대고 벌렁 누워 있었는데, 고개를 약간 들자, 활 모양의 각질로 나뉘어진 불룩한 갈색 배가 보였고, 그 위에 이불이 금방 미끄러져 떨어질 듯 간신히 걸려 있었다. 그의 다른 부분의 크기와 비교해 볼 때 형편없이 가느다란 여러 개의 다리가 눈 앞에 맥없이 허위적거리고 있었다. '어찌된 셈일까?'하고 그는 생각했다. 꿈은 아니었다.

<변신> 프란츠 카프카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에서 어찌 된 셈인지 자고 일어났더니 정말 벌레가 되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그레고르 잠자는 하루 아침에 하찮고 쓸모없어져 버린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마술적 리얼리즘'은 바로 이 <변신>을 읽고 탄생했다고 한다. 소설 속 주인공은 벌레만도 못한 대우를 받았지만, 카프카는 '카프카적인' 문학의 거장이 되었다. 그러니 함부로 '멸시'해선 안 된다.



트리플에스의 'Rising'은 '앞에서 박수치고 뒤에서 비웃는 위선적인 마음'을 꼬집는다. 그러나 여기서 그친다면 성장이나 발전은 없을 것이다. 다행히도 '일어서서 고개들고 나를 믿어 보기로' 한다. 본질 속에 진주처럼 그렇게 Rising.



Rising_트리플S


[Verse 1]

알아 너의 마음

나를 보고 웃는

앞에서는 오직 박수 세례

그 뒤에선 위선 뿐

I See You Lying Me

질투 섞인 걱정 따윈 Stop it Now

세상에서 정해준 Route I Don't Mind

춤에 리듬 맡긴 채

나를 믿어볼 순간


[Pre-Chorus]

Woo Rising

이제 일어서서 고개들고 Fight It

흔들려도 피어나는 꽃 드러내

What I'm Feeling

Woo Rising

이제 본질 속에

진주처럼 Like It

반짝이는 나를 향해 Try

세상에 One and Only Baby


[Chorus]

Just 꿈이 아닌 현실의 Dejavu

단단해져 고난은 Make It True

Just 꿈에서 본 내 모습 Dejavu

고통이 지나고 달라진 Make It Move

비바람 좀 더 세게 더 강해질 내게 바래

날 믿어 Just Let Me

I Can Make It Raise It Recover It Now


[Verse 2]

자신있게 걷는 걸음 걸이

벌써 따라잡은 꿈의 거리

One Day 이루리라

today 다르리라

나만 믿으리란 다짐

관심없어 네게 신경 쓰지 않아

마치 친구처럼 Acting 하고

Reaction 해 But

I See You Lying Me


[Chorus] 반복 2번

And I Never Let dream Go


Always Closer

빨리 따라와

You Just Follow

La-La-La-La



모든 감정은 나와 타자의 마주침에서 발생한다. 돌과 마주치지 않는 한 잔잔한 호수가 일체의 동요나 파문도 일으키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까 특정 감정은 전적으로 나 때문에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또한 오로지 내가 만난 타자 때문에만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특정 감정의 원인을 나 자신에게서 찾기보다는 외부 타자에게서 찾는 경향이 있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p208



비교가 깔린 경멸이든 미움이 깔린 멸시든 이 두 감정은 ''내가 뭘 잘못한 걸까?'라고 모든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려 자책하는 것도, '나한테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라고 상대의 모든 것을 이해하려는 노력도 불필요하다. 이 두 감정 중 하나임을 알아차렸다면, 이유를 불문하고 거리를 두는 것이 두 사람 모두에게 최선이다. 서로 잘 맞지 않은 것이거나 맞지 않기로 어느 한 쪽이 작정을 한 것이니까.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후 마음을 돌린다고 해도, 다시 같은 상처는 반복될 수 있다. 어차피 그런 사람과는 Win-Win 할 수 없는 관계다.



예를 들어 사랑의 감정에 빠져 들었다면, 우리는 상대방에게서 그 원인을 찾는다. 사랑의 감정을 일으킨 원인을 나 자신이 아니라 전적으로 상대에게 돌리니, 과대평가는 불가피한 일이다. 반대로 미움의 감정이 발생할 때도 우리는 전적으로 상대방에게서만 그 원인을 찾는 경향이 있다. 당연히 상대방은 미움을 가져다 준 사람이라고 저주받게 될 처지에 놓인다. 여기서 멸시라는 감정이 시작된다. 멸시라는 신호를 보냄으로써 우리는 상대방이 관계를 끊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자신이 직접 미움의 관계를 단호히 청산하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그는 멸시를 통해 상대방을 막다른 궁지에 몰아넣으려고 한다. 관계의 시작과 끝에서 자신은 어떤 책임도 없다는 듯이. 그러니까 상대방을 멸시하게 될 때, 우리는 관계에 대힌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지 않으려는 비겁함을 드러내는 셈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나를 멸시한다면, 우리는 그가 모든 관계의 책임을 나에게 미루려는 연약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니까 타인을 멸시하는 사람은 비겁한 사람이라고 하겠다. 자신이 원했던 것처럼 관계가 파탄나면, 그는 희생자 코스프레를 아낌없이 하게 될 것이다. 마치 부당한 일을 당한 선량한 사람인 것처럼.

<강신주의 감정수업> p208



콜드가 RM과 함께 부른 '다시는 사랑한다 말하지 마'는 '아무도 모르게 끝이 오고 있는' 사랑의 결말을 감지해 매몰차 보이지만, 돌이킬 수 없는 관계의 끝을 노래한다. 때론 모진 마음이 더 이상 서로 비겁해지지 않기 위한 용기일 수도 있다.



다시는 사랑한다 말하지 마_콜드 Colde (feat. RM of BTS)


[Chorus]

다시는 사랑한다 말하지 마

다시는 우리라고 하지 마

지금 이곳을 나가면 너와 나

도착하는 사랑의 마지막

네가 보여줬던 마음과

주었던 사랑이란 거짓말

이제 모두 가져가

그리고 다신 나를 찾지 마


[Verse 1]

잊을 수 있을까

아무도 모르게

끝이 오고 있는

우리의 사랑을

기억은 그렇게

날 쉽게 잊은 채

마주치지 못하게

너를 빼앗아 갔네


[Chorus] 반복


[Rap-Verse 2]

Love is a violence

You did know that somebody someday is

gonna break all of the silence

We losin the balance

Lost all pilots

Lost in a dream, lost in a city

you beggin fo all the pity

그냥 가져

날 망치고 너는 또 영영 행복하렴

이제 가줘

이제 가줘

그냥

Come to the low side (low side)

거짓말이 된 모든 chemistry

To the low side (low side)

Wanna fxxkin' die when you next to me

To the low side (low side)

벌서ㅓ I can't remember how it used to be

Honesty is the policy

Don't you say you lovin' me


[Bridge]

돌아갈 수 없는 우리

더는 아무것도 아니게

끝이 어딘지 모르게

Falling -

떨어지네


[Chorus 3]

다시는 사랑한다 말하지 마

다시는 우리라고 하지마

지금 이곳을 나가면 너와 나

도착하는 사랑의 마지막

네가 보여줬던 마음과

주었던 사랑이란 거짓말

이제 모두 가져가

그리고 다신 나를 찾지마




사랑이 떠난 뒤에도 남은 현실은 그들의 이별을 가로막고 있다. 그러니 상대방이 미울 수밖에. 그러니 상대방을 멸시할 수밖에. 어쩌면 그들이 진정으로 멸시하고 있는 것은 그런 현실에 굴복하고 있는 자신들의 비겁함과 나약함이 아닐까?

<강신주의 감정수업> p206



아버지는 제게 세상 모든 사물들의 척도이셨으니까요.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 프란츠 카프카 p29


카프카의 작품 속에는 늘 아버지가 따라다닌다. 아버지의 인정을 받고 싶은 아들과 아들이 잘 되기를 (권위적인 방식)으로 바라는 아버지. 적어도 카프카의 입장에서는 그랬다. 그 두 마음이 상충하는 과정에서 카프카는 놀라운 변신을 해온 것일지도 모른다. 아버지의 방식대로 잘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아버지가 뜻한대로 그는 결국 문학계에서만큼은 카프카라는 거장이 되었고, 비록 부치지 못했지만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미움만큼 아버지의 사랑 또한 얼마나 간절히 원했는지 이보다 더 절절하게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평생 애증의 관계였던 프란츠 카프카와 그의 아버지 헤르만 카프카. 끝내 화해하지 못한 두 부자의 관계가 문학계의 거장을 낳았다.



그는 제법 쾌적하게 느꼈다. 
온 몸이 아프기는 했으나, 고통이 점점 약해져 가다가 마침내 아주 없어져 버리는 것 같았다.
그의 등에 박힌 썩은 사과와 온통 부드러운 먼지로 덮인 곪은 언저리도
그는 어느 덧 거의 느끼지 못했다.
감동과 사랑으로써 식구들을 회상했다.

<변신> 프란츠 카프카



애증은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 다닌다. 그래서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고 한다. 미움은 그나마 관심이라도 있는 상태다. 어느 무명인은 자신에 관한 기사에 악플이라도 달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고 한다. 악플이란 게 도의적이지도 않고 감정 쓰레기통으로 사용하는 행위이지만, 관심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이기에 그런 말을 한 게 아닌가 싶다. 때로 사생팬은 안티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고, 안티는 의외의 모습을 보고 다시 팬이 되기도 한다. 이 모든 게 그나마 관심이 있을 때 일어나는 순환이다. '멸시'의 감정이 아니라면 말이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Anti Hero'에는 겉으로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이타적인 형태로 은밀하게 갖고 있는 내현적 나르시시즘(Covert Narcissism)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어쩌면 '멸시'라는 감정을 유발하거나 보여주는 사람들은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나르시시스트의 한 특성을 갖고 있지 않나 싶다. '비겁함과 나약함' 역시 나르시시스트의 특성이기도 하니까.혹시 있을지 모를 이런 특성을 살펴 보고, 나르시시스트와는 거리를 둘 수 있어야 한다. '과대평가'와 '멸시' 사이에서 롤러 코스터를 탈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우린 '미움 받을 용기'도 필요한 것이다.



인간은 '이 사람과 함께 있으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사랑을 실감할 수 있네.
열등감을 느끼지도 않고, 우월감을 과시할 필요도 없는,평온한, 지극히 자연스러운 상태라고 할 수 있지. 진정한 사랑이란 그런 걸세.

<미움 받을 용기> 고가 후미타케, 기시미 이치로



Anti-Hero_Taylor Swift



스피노자의 48가지 감정 카테고리
(감정의 포스팅 순서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땅의 속삭임
1. 비루함(낙담)  2.자긍심  3. 경탄  4. 경쟁심  5. 야심 6. 사랑 
 7. 대담함  8. 탐욕  9. 반감  10. 박애 11. 연민  12. 회한

� 물의 노래 
 13. 당황 14. 경멸 15. 잔혹함 16. 욕망  17. 동경  18. 멸시 
19. 절망  20. 음주욕 21. 과대평가  22. 호의  23. 환희  24. 영광

� 불꽃처럼
25. 감사 26. 겸손 27. 분노 28. 질투 29. 적의 30. 조롱
31. 욕정  32. 탐식 33. 두려움 34. 동정  35. 공손 36. 미움 

� 바람의 흔적
37. 후회  38. 끌림  39. 치욕  40. 겁 41. 확신  42. 희망 
 43. 오만  44. 소심함 45. 쾌감 46. 슬픔 47. 수치심 48. 복수심

48가지 감정은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바탕으로 한 <강신주의 감정수업>의 목차를 따랐으며,
감정에 관한 포스팅은 도서 내용과 별개로 헤아리다가 선정한 음악과 이야기로 진행됩니다.




✅ 이전 포스팅


48가지 감정 위로 음악은 흐르고

48 Emotions <Prologue>


� 땅의 속삭임

Emotions 01.비루함, 낙담(adjectio) 자존감을 회복할 때

Emotions 02. 자긍심 acquiescentia in se ipso '당당히 할 수 있다'는 단단한 믿음

Emotions 03. 경탄 admiratio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Emotions 04. 경쟁심 aemulatio '권투 말고 건투를 빌며' 

Emotions 05. 야심 ambitio 야생의 생명력으로 야심차게

Emotions 06. 사랑 amor  마주 잡은 은유의 기쁨

Emotions 07. 대담함 audacia 무모한 질문에 대한 무한한 대답 

Emotions 08. 탐욕 avaritia 갈망할수록 갈증나는

Emotions 09. 반감 aversio 'Make it better'

Emotions 10. 박애 benevolentia 'We are so beautiful'

Emotions 11. 연민 commiseratio 사랑이라 믿었던 연민

Emotions 12. 회한 conscientioe 오지 않은 슬픈 나날의 두려움


� 물의 노래

Emotions 13. 당황 consternatio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Emotions 14. 경멸 contemptus 꽃 향기만 남기고

Emotions 15. 잔혹함 crudelitas 진심으로 빌게

Emotions 16. 욕망 cupiditas 욕망한다 고로 존재한다

Emotions 17. 동경 desiderium 희망의 세기를 향해




✅ 지난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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