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을 터트린 광고들의 성공 요소는?
전편의 글에서 <구글이 뽑은 유튜브 광고 Top 10>*을 살펴봤다. 생각보다 좀 약한데?라는 느낌이 들었다면, 그건 바로 구글이 선정한 알고리즘 때문일 수 있다. 구글은 Top을 선정할 때, 여러 평가 요소중 하나로 '조회수'를 꼽고 있다. 문제는 이 '조회수' 라는 항목 안에 광고 집행을 통해 확보한 AD View**를 일정 부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광고 집행을 통해 일정 볼륨 이상의 조회수를 확보해야 평가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
* 전편 글 참고. <구글이 뽑은 유튜브 광고 Top 10>
** AD View가 궁금하다면, <아직도 조회수를 믿으세요?>
즉, 광고 집행 볼륨이 적으면서 반짝이는 아이디로 무장한 광고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뭐야? 그럼 광고 집행을 덜했지만 진짜 신박한 광고들이 순위권 밖으로 밀렸다는 말이야?'라고 묻는 다면, 그럴 수 있다는 게 내 대답이다. 물론 '신박한'이라는 정의는 참으로 주관적이다. 그래서 아예 대놓고 말해본다. 지극히 주관적으로 뽑은 내 맘대로 Top 10이다. 어떤가? 벌써부터 기대되지 않는가? 구글과는 차원이 다른, 오직 휴먼 인덱스만을 사용해 봤다. 그렇게 엄선한 10편의 광고를 통해 2020년을 되짚어 보고, 앞으로의 2021의 성공 키워드도 확인해 본다면 좋겠다. 꿩도 먹고 알도 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광고도 보고 좋아요도 누르고. 아, 이건 아닌가.
https://www.youtube.com/watch?v=mK8GiTBnFq0&t=97s
https://www.youtube.com/watch?v=RII-T8HNOAw
위 두 편은 누가 뭐래도 단연 2020년을 대표하는 최고의 광고들이 아니었을까. 한번 보고 나면 자꾸 찾아보고 싶어 지는 마성의 매력을 품은 광고다. 디지털 매체의 특성을 충분히 활용한, 하나의 완성도 높은 콘텐츠라고 볼 수도 있겠다. 자세한 설명은 이전 편에서 했기에 여기선 과감히 생략하고 넘어가겠다. 우리에겐 아직 봐야 할 광고가 많다.
https://www.youtube.com/watch?v=3P1CnWI62Ik&t=6s
어떻게 하면 공공기관이 이렇게 힙한 광고를 만들 수 있을까. 이미 인디씬에서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는 이날치밴드의 퓨전 국악 위에, 엠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의 중독성 쩌는 안무를 얹었다. 게다가 한국의 색감과 문양을 오마주 한 시선강탈 의상까지! 이것 참 더 이상 뭔가를 할 수 없을 정도다.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되었달까. 창의적이면서 과하지 않고 그러면서도 우리의 멋을 뿜뿜 살린 영상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업계 사람으로서 고개가 막 절로 숙여서 키보드만 바라보게 한다. 우리 회사는 그 많은 예산과 그 많은 인력과 그 많은 그간의 경험을 자산으로 가지고 있으면서 대체 왜 이런 걸 못했지? 뭐 이런 자괴감이 자꾸 들어, 자꾸 엠비규어스 컴퍼니스 짝다리 스탭을 연습해 보게 만든다. 어쨌든 Kpop이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아주 광고까지 이렇게 잘 만들어 버린다. 기획자 리스펙트!
https://www.youtube.com/watch?v=B0wcoNbqihc&t=10s
기존 건설회사 광고나 아파트 광고의 틀을 완전히 뛰어넘어버린 광고다. 건설회사 특유의 진중함과 신뢰를 주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나, 아파트 광고 특유의 럭셔리함과 고급스러움을 덕지덕지 붙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더 신박하고 자꾸 보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한방! 부부 사이의 파이팅 넘치는 파이트가 참으로 남의 일 같지가 않다. 허구한 날 지지고 볶은 나와 그녀 사이를 누가 몰카를 설치해 보기라도 했나? 뭐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격하게 공감이 된다. 결국, 공감과 유머로 버무려진 광고 앞에 소비자는 거침없이 마음을 연다는 사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진리다.
https://www.youtube.com/watch?v=-PFOytZ9lfI&t=2s
현대차 광고가 부쩍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일반적인 자동차 광고에 등장하는 고급스러움과 묵직함을 과감하게 생략해 버린다. 심지어 귀신이라는 좀 무리스러운 설정을 통해 현대차 N라인의 퍼포먼스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사실, 가장 어려운 광고 중의 하나가 바로 ‘기능 설명’ 광고가 아닐까 싶다. 게다가 고객이 '이걸 진짜 필요로 할까?'라는 의문이 드는 기능이라면? 난도 10 추가해야 한다. N라인의 하이퍼포먼스 기능이 딱 그런 거 아닐까? "꽉 막히는 한국 도로에서 대체 저 기능을 사용할 일이나 있어?"라고 묻는다면 이 영상을 보여주자. 귀신도 놀랄 급가속을 경험하게 될 테니. 역시 다큐에는 예능으로 받아치는 것만 한 게 없다.
https://www.youtube.com/watch?v=iA7d9R4X14U
아, 콘돔광고다. 특유의 유쾌함과 섹시함으로 어쩐지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광고가 바로 콘돔광고 아닐까. 그렇지만 이 광고는 그런 선입견을 무참하게 밟아 버린다. 그리고 마치 항공사 광고를 떠올리는 듯한 아스라한 고급스러움과 여행지 특유의 이국적인 모습을 영상에 담는다. 그리고 대 반전. 아파트 광고는 아파트 광고 답지 않게, 자동차 광고는 자동차 광고답지 않게, 콘돔광고 역시 콘돔광고 답지 않게. 기존의 편견을 뛰어넘는 게 바로 요즘 광고 성공 키워드다.
https://www.youtube.com/watch?v=iPIS05OwavM
키보드들의 관점에서 스토리를 구성하는 접근이 신선하다. 자주 사용하는 키는 엄청 빡세게 일하는 사람으로, 세게 눌리는 키는 곧 죽을 수도 있는 심정지 환자 캐릭터로 그린다. 그런데 여기서 끝났다면 그냥 한번 피식 웃고 말 광고였을 것 같다. 회심의 한방은 바로 쉬고 있는 키보드들. 예컨대, Screen Capture, Scroll Lock 같은 키보드들이다. 썬베드에서 휴양을 즐기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 빵 터지지 않을 사람이 있을지. 역시 게임 광고 특유의 Orthodox를 가볍게 뛰어넘는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https://www.youtube.com/watch?v=fZqatTLQouM&t=1s
광고가 성공했는지 확인하는 개인적인 비계량 지표 중의 하나가 바로 ‘커뮤니티’에서 공유되는 횟수다. 그러니까 클리앙, MLB파크, 여성시대 등에서 특정 광고가 공유되고 있다면, 누리꾼들의 취향을 저격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물론 기업에서 업체를 써서 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쨌든 최근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광고가 바로 이 KCC 성동일 광고다. 성동일이 십수 년 전 한 시대를 풍미했던 광고들을 패러디하며, 뻔뻔스럽게 KCC 창호와 엮는다."여보 아버님 댁에 KCC 창호 하나 놔드려야겠어요." 등의 방식으로 말이다. 그 모습이 참으로 병맛인데, '어디까지 가나' 보고 싶은 마음에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개인적으로 통신사 광고를 패러디한 "데이터 무제한! 무제한으로 세상과 연결하는 창호" 카피에서 빵 터졌다. 어쨌든 그런 B급 유머에 넋을 놓고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풉 하고 터질 수밖에 없는 광고다. 팍팍한 세상 풉 한 번이 어딘가. 그 정도 했으면 저 광고는 자기 할 일 다 한 거라 본다.
https://www.youtube.com/watch?v=ej2lJolHZjQ
아, 이건 좀 먼저 자랑을 하고 넘어가고 싶다. 내가 몸담고 있는 팀에서 담당한 광고인데 국내 아이폰 광고 중 단연 가장 잘 나온 광고가 아닌가 싶다. 우리끼리 내부적으로 자화자찬하는 말이 아니다. 무려 애플의 CMO인 토르 마이런이 내부 미팅에서 한 말이라고 한다. ‘글로벌 아이폰 12 광고 중 단연 최고’였다는 평이다. 친히 따봉까지 날려주심 ㅎㅎ
앞서서 통신사 광고 중 단말 광고의 난도가 단연 최상위권이라고 했는데, 그중 한 가지 이유가 바로 ‘까다로운 이해관계자’가 있다는 점이다. 사내 보고를 하며 한 단계씩 통과하는 것도 최배달 도장깨기 하는 것 만큼 어려운데, 카운터 파트너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검수자라면? 국내 광고주 중에는 광고 검수를 받기 위해 캘리포니아로 직접 가는 사례도 있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진다.
어쨌든 애플 광고는 그만큼 커뮤니케이션하기 어려워 담당자의 속이 까맣게 타버리기는 버닝 프로젝트로 유명하다. 심지어 광고를 찍고 다 만들어 놓고도 불방된 사례도 있다. 수억 원의 제작비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밤낮없이 쏟아부은 노력이 공중분해되는 모습을 두 눈으로 보자면. 거참 말도 못 하게 씁쓸하다. 결국, 그렇게 통과하기 어려운 애플 검수까지 무사히 통과해 온에어 한 것만 해도 한시름 놓는데, 이렇게 애플 CMO의 엄지 척 까지 받으니 어깨춤을 안출수가 없다. 잘 나가는 엠비규어스 컴퍼니의 어깨춤을 절로 따라 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제약으로 틱톡 댄스 챌린지를 진행하지 못한 건 상당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u5h7v44YkQw&t=11s
코로나 이슈를 물고 이렇게 광고를 풀어낼 수 있다는 발상이 좋다. 하이닉스가 반도체를 의인화해서 병맛 & 위트 있는 광고를 만든 게 어제오늘 일도 아니지만. 언택트 시대에 유난히 더 바빠진 반도체 얘기를 풀어낸 건 참으로 좋은 접근이다. 기업의 비전과 사명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방법이니 말이다. 일반적인 기업 이미지 광고가 기업의 신뢰도와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기 바쁜데 이렇게 파격적이면서 웃기고 심지어 의미까지 담았다니! 사실 이건 광고를 기획하고 마든 사람들보다 이렇게 파격적인 의사결정을 하고 변함없이 지속적으로 밀어붙이는 의사결정권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짝짝짝.
비록 Top 10에는 못 들었지만 눈여겨 볼만한 광고들을 좀 더 모아봤다. 특유의 전형성을 탈피하고 반전의 웃을 주고 심지어 의미까지 담은 광고들이다. 그들에게 나타나는 경향성과 공통점을 가만히 음미해 보는 것도 좋겠다.
첫째, 산업의 전형성 탈피. 자동차 광고의 전형성, 아파트 광고의 전형성, 기업이미지 광고의 전형성을 뛰어넘는 광고들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는 브랜드 마케터들도 본인이 몸담고 있는 산업의 전형성이 무엇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식료품 광고, 소비재 광고, 통신 광고 등 업계의 전형성을 생각해보고, 그 틀을 깨는 시도를 해보면 어떨까. '바른생각' 광고처럼 전혀 연관이 없는 산업의 광고 초식을 차용해 사용하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둘째, 밈으로 활용될 여지. 밈으로 활용될 여지를 열어 놓는 게 중요하다. 온라인 상에서 누리꾼들이 가지고 놀면서 패러디도 하고, ‘이거 봤어?’라며 댓글 놀이도 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완결된 하나의 이야기를 내놓기 보단, 고객들이 가지고 놀만한 ‘꺼리’를 남겨두는 것이 중요하다. 빙그레우스뿐만 아니라, 연극의 왕, 한국관광공사 콘텐츠 등은 고객이 해당 영상을 보고 재생산하며 공유할 수 있는 요소를 십분 활용했다. 우리도 우리 브랜드 만의 '놀꺼리'를 찾아야 한다. 바로 '밈'으로 활용될 수 있는 요소를 발견해 고객이 그걸로 놀수 있게 해야 하는 것이다. 그게 무었이 될지. 얼마나 고객들에게 먹힐지가 바로 2021년 우리 캠페인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
셋째, 위트가 필수인 시대. 디지털 광고에서 위트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수년째 이어지고 있으며, '피식' 한방이 최소한의 흥행 보증 수표처럼 활용되고 있다. 이는 기업 이미지 광고나 자동차 같은 고가의 고관여 상품 광고에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위트 요소는 우리 브랜드와의 렐러번스를 얼마나 잘 유지하느냐가 관건일 수 있다. 웃음으로 인해, 자칫 우리 브랜드 자체를 까먹고 광고만 기억하는 불상사가 생길수 있으니 말이다. 자, 그럼 이제 어떤 포인트를 위트로 잡을 수 있을지 우리 상품을 이리저리 굴려보자. 내가 재미없다면 그 누구도 우리 광고를 보고 웃을 수 없다.
지금까지 2020년 총결산 특집! 주목할만한 유튜브 광고를 살펴봤다. 대체 요즘 세상에 더 이상 새로운 광고가 얼마나 있겠냐 싶지만, 또 이렇게 쫘악 훑어보니 작년 한 해도 업계 사람들의 고민과 노고가 절로 느껴지는 것 같다. 여전히 새롭고 발칙하며 무릎을 칠만큼 도전적인 광고도 있었음은 물론이다.
그들은 각각 자기만의 재기 발랄함 똘똘 뭉쳐 확실한 성공 포인트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또한 그들 사이를 도도하게 흐르는 공통점과 경향성도 있었다. 우리가 이 공통점과 경향성에 대해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해 본다면, 아마도 2021년 성공의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3가지를 키워드로 찾아봤다. ‘산업의 전형성 탈피’, ‘밈으로 활용될 여지’, ‘위트가 필수인 시대’가 바로 그것이다. 구체적으로 각각의 브랜드가 마주할 현실적인 어려움과 한계는 여전히 존재할 테다. 그렇지만 2021년에도 그런 현실적인 벽을 뛰어넘는 새롭고도 기발하며 고객들로부터 박수를 받는 광고는 또 태어날 거라 확신한다. 바로 2020년에 그랬고 과거에도 그랬듯 말이다.
벌써 한 해를 시작한 지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이 광고들 속에서 자신만의 성공 포인트를 찾아낼 수 있길 바란다. 그렇게 내년 이맘때쯤 한해의 광고를 다 돌아볼 때쯤 당신의 브랜드와 내 브랜드가 턱 하니 리뷰에 오를 수 있긴 기대해 본다. 그리고 구독과 좋아요도 기대해 본다 ♡
/ 다음 편 계속 /
마케터를 위한 소셜 모임을 열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유튜브와 콘테츠 마케팅에 대한 글을 꾸준히 써 왔는데요
비슷한 관심과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함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을 들어보고
좀 더 새로운 사고를 할 수 있는 유연한 만남이 될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저는 유튜브 콘텐츠 마케팅을 주제로
아래와 같은 글을 썼습니다
작은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 유튜브로 생존하기 ]
1장. 유튜브, 오해와 진실
아직도 유튜브 조회수를 믿으세요?
우리 회사 '브랜딩 광고' 문제 있어?
2장. 여기서만 통하는 성공 문법
지금 우리가 취향에 주목하는 이유
유튜브 타깃 마케팅, 이것 만은 꼭 알고 하세요
누가 친일파 영상에 광고를 붙이나
모르면 손해 보는 유튜브 광고 노출 원리
혁신은 진짜 '설계'될 수 있을까?
3장. 잘나가는 이들의 비법 노트
4장. 비교하고 분석하는 성과 측정
번외편
쉬어가기) 마케터라면 알아야 할 '유튜브 광고 상품' 5개
쉬어가기) 우리 회사 마케팅 점수는요?(Feat. Bain & Company)
[ 오늘부터 콘텐츠 마케팅 ]
1장. 콘텐츠 마케팅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