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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미공학자 Apr 08. 2019

#23. 카페 자영업 5년 차, 본격적인 감가상각

어느덧 5년 차


나는 공대를 졸업하고 공돌이의 직업인 엔지니어로 6년간 일했다. 공대 4년 그리고 엔지니어 6년, 공돌이로서 10년을 살았다. 그 후 나는 카페 사장이 되었다. 전업은 따로 있어 부업으로 카페 경영을 하고 있다. 전업만큼 완전하게 하기 어렵지만 그 경험만큼은 기록으로 남기고 싶고 글로 써서 나누고 싶다. 경험은 분명히 훗날 나에게 감사한 추억으로 돌아오리라 믿는다. 10년 차 공돌이의 카페 경영은 어떨지 살펴보자.


카페 자영업 5년 차, 본격적인 감가상각이 시작되었다     

카페를 연 지 5년 차에 접어들었다. 30대가 시작된 이후로 자주 느끼듯이 시간이 또 훌쩍 흘렀다. 시작할 때의 설렘과 기대, 재미, 의미 등의 다양한 자영업의 요소는 조금씩은 다르게 변해 있었다. 물론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이 공존한다. 지속적으로 가치의 빛을 내는 요소가 있기도 하고 새로운 가치를 더해서 지속 가능성에 도움을 주는 영역과 요소가 있다. 시간을 돌아보며 다시 나아갈 길을 살펴본다.


작년부터 본격적인 감가상각이 시작됐다. 먼저 말썽을 일으킨 것은 냉장고다. 사실 냉장 및 냉동 문제로 몇 번이나 수리를 했었다. 한두 번 냉매를 교체하고도 또다시 고장 나는 냉장고와 이별했다. 새 것으로 샀다. 목돈이 들어가는 감가상각의 시작이었다. 그다음은 싱크대였다. 설거지를 하는 작은 싱크대뿐만 아니라 음료를 제조하는 Bar 전체의 상판이 문제였다. 나무로 제작된 상판은 오랜 기간 물기를 흡수하고 시간의 공기를 받아들여 썩어갔다. 바꿀 수밖에 없는 비주얼로 변형되어 큰 공사를 해야 했다. 견적을 뽑아보자 다시 목돈이었다.

 

산 넘어 산이라고 이번엔 사업장이 더 큰 목돈을 요구했다. 커피 머신이 운명을 다했다. 카페를 시작할 때 있었던 커피 머신은 중고였다. 다음에 들여온 것 역시 중고였다. 중고는 여러 번 수리비를 요구했고 고정적으로 수익의 일부가 소요되었다. 이번에 또 망가지자 내 마음에 힘이 빠진 건지 힘이 있는 건지 새 머신을 사고 싶었다. 그동안 여러 차례 고생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최근 몇몇 수리를 연달아했더니 간이 커진 것이기도 했다. 고가의 커피 머신이 카페의 구성품으로 새롭게 합류했다.

 

작정이라도 했는지 다른 기계가 또 말썽을 일으켰다. 제빙기가 수명을 다했다. 제빙기 역시 몇 번이나 문제가 있었는데 이번엔 자신도 교체해달라는 표시였다. 제빙기도 비싸다. 돈이 부족해서 다시 중고로 샀다. 하지만 설치한 중고 제빙기가 금방 삐걱거렸다. 다시 마음을 크게 먹고 새 제품으로 설치했다.

 

이렇게 카페 내부가 거의 새 제품들로 탈바꿈되었다. 4년, 5년 시점에 발생한 본격적인 감가상각이 마무리되어가는 듯했다. 다행히 그 후로 문제는 없었다. 오히려 변한 것은 나의 마음가짐이었다. 자영업 5년 차에 접어들며 약간은 지치기도 했고 그런대로 운영되기 때문에 많은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었는데 나를 질책이라도 하듯이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나의 마음에는 카페에 대한 애정이 커지고 있었다. 손 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작은 부분들도 다시 만졌다. 카페 외부와 내부 페인트 칠을 하고 외관상 디자인이 필요한 부분도 고쳤다. 내부 인테리어에 포인트를 줄 부분에 새 가구를 배치했다. 사람 마음이 참 묘하다. 애정이 다시 깊어지니 힘이 났다.

 

어쩌면 10년 카페로 가기 위한 기회일지도 모르겠다. 지금 고장 나지 않고 손보지 않으면 10년 카페로 가기 어렵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고객에게 제공되는 음료와 고객의 서비스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전에 온 신호다. 혹여 고객에게 치명적인 문제로 작용했다면 더 큰 일이었다.

 

카페 경영 5년 차까지의 시간을 돌아보면 매출은 매년 8~9%씩 증가했다. 그러나 메뉴 가격이 오른 딱 그만큼의 성장이다. 물론 지난 4, 5년간 망하지 않고 또 매출이 줄어들지 않은 게 다행이다. 늘 불경기라고 하는데 최근 몇 년은 더 쉽지 않은 시간으로 느껴졌기 때문에 나름대로 잘 해온 거다. 여기까지 온 것도 잘한 것이고 지금 다시 재정비할 수 있는 마음이 들고 시간을 마련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다. 5년 차를 맞이한 올해는 또 어떤 재미있는 시도를 해볼까.


[공돌이의 카페경영 스토리]

#1. 퇴사 후 카페를 인수하다

#2. 왜 카페를 인수했나

#3. 카페 인수 이야기

#4. 경영평가의 1순위, 수익성

#5. 커피시장의 경쟁, 나만의 경영을 시작하다

#6. 카페 인수 8개월 만에 2호점을 열다

#7. 프랜차이즈의 습격과 나의 역습

#8. 카페 2호점을 설계하다

#9. 가장 어려운 인력관리: 관리를 넘어 리딩으로

(+) 카페경영 에피소드1

#10. 생각과는 다른 새로운 시장

#11. 카페 비수기를 극복한 나의 경영 전략

(+) 카페경영 에피소드2

#12.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

#13. 알바생의 취업을 돕는 사장

#14. 버티는 자영업자, 망하는 자영업자

#15. 카페 신메뉴, 어떻게 개발할까

#16. 강연과 코칭 카페

#17. 카페경영 경험을 나누다 

#18. 카페 2호점 이야기 

#19. 카페 2호점, 양도 후 1년

#20. 인터뷰 : 카페 경영 FAQ

#21. 가격을 인상할 시점

#22. 사장님, 최저시급 올라서 어떡해요?

#23. 카페 자영업 5년 차, 본격적인 감가상각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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