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발걸음 학습법의 개발 12
아이가 불러서 옆에 가서 놀아주다가 '아하'하는 순간이 생겼다. '유아 주도 학습'이라는 말을 쓸 때에도 교육과정을 따른다는 전제는 바꾸지 못했다. 다시 말해 학습 여행이라고 하지만, 내가 주제를 정하는 틀을 그대로 둔 것이다.
그런데 겪어보니 그게 놀이인지 뭔지 모르지만 아이의 호기심에서 출발하면, 바로 '재미에 의미를 더하는 창의'가 된다.
그러고 보니 인식이라는 면에서는 <아이가 물은 단어로 학습 루틴 만들기> 편에서 꾸역꾸역 한 발 더 나아간 듯하다. 이 모든 발견의 시작은 6살 둘째가 포켓몬 피규어로 놀다가 아빠에게 말을 시킨 장면이다.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아빠 다섯 개는 홀수예요.
이때 나는 아이에 집중하지 못하고 즉각적으로 왜 그런 것인지 아느냐고 물으면서, 머리에서 '2의 배수'라는 개념이 튀어나오는 장면에서 멈췄다. 여기서 학습을 명분으로 아이에게 '2의 배수'라는 말을 꺼내면 '꼰대스럽게' 된다. 공감을 저해하여 결과적으로 소통을 막는 꼴이 된다.
다시 말해 공감을 위해 아이의 재미를 꺼트리지 않는 선에서 소통해야 한다. 다행히 나는 다음 단계로 함께 가는 데에 성공했다. 나는 이렇게 제안했고, 아이가 반짝이는 눈빛으로 긍정했다.
포켓몬을 두 줄로 세워볼까?
그다음 내 시나리오는 왼쪽에 숫자를 1부터 쓰고, 오른쪽에 '2 x 1'과 같은 식으로 구구단 2단을 구성하는 식을 쓰는 일이다. 그래서, 뽀로로 컴퓨터에서 게임으로 구현하고 형과 사촌누나가 외우는 구구단이 어디서 유래한 것인지 시각적으로 이해하는 경험을 만들어주는 것이 목표다.
그런데 어제 눈이 오고, 큰 애가 밖에 나가 눈사람 만들자고 제안하는 바람에 계획을 바로 실행하지는 못했다. 다행히 나갈 준비를 마친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포켓몬은 아빠가 지켜 주세요.
이후에 아이가 다시 포켓몬 줄을 세우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잠자리에 들기 직전 아이가 오전에 짝을 지어 줄을 세우던 것을 기억해내고 재개했다.
오전에 의도한 대로 짝의 좌측에 행 번호를 붙입니다.
그리고 우측에 식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종이를 준비해서 눈으로 확인했다. 곱하기 결과 값은 아이가 기억하도록 직접 숫자를 쓰게 했다.
그런데, 아이의 두 번째 활동이 있기 전에 저녁 식사에서 형인 큰 애가 '11, 13, 15 다음이 뭐게?'라고 물었다. 홀수를 아는지 묻는 질문이다. 아이는 대답을 하지 못했고, 이후에 이어진 설명도 알아듣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 일이 떠올라 결과를 쭉 배열한 후에 왼쪽에 위치한 피규어를 빼며 자연스럽게 홀수만 세도록 했다.
글을 쓰며 아이와 함께 한 여정을 회고해보니 비단 기업 경영뿐 아니라 삶에서 뜻대로 무언가 운영하려고 하면 우연과 변화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