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야 지붕을 올릴 때 내수합판이니 개판(蓋板)이니 하는 것들을 사용하지만, 예전에는 일반적으로 서까래 위에 흙을 잔뜩 덮었었다. 이런 흙 속의 수분과 나무가 만나게 되면 부패가 진행되는데, 막상 기와를 내려보니 우리 집 역시 거의 모든 서까래의 윗면이 썩어있었다(안에서 볼 때는 멀쩡해 보였는데). 덧서까래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서까래마저 거의 살릴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는데... 옛 서까래의 비정형적인 모습이 아쉽긴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서까래는 대부분 갈아 치워야 했다.
1930년대에 쓰였던 목재 사이사이에 새 나무가 자리를 잡는다. 이들의 모습은 일견 생경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묘하게 자연스럽다- 의구한 산천에 사람만 새로운 것처럼, 90살에 가까운 집에 (상대적으로) 어린 사람들이 주인 입네 하는 것처럼. 시작은 다소 서먹하더라도 우리 모두 점점 친해질 수 있기를.
천장에서는 거대한 강철 빔(beam)이 발견되기도 했다. 나이 많은 집을 수리하던 중 구조를 보강하기 위해 사용했던 것인데, 이런 부분은 어쩔 수 없이 신재(新材)로 교체해야 했다. 저렴한 방법으로 수리되어 적당히 살아왔던 집 입장에서는 어쩌면 옛 모습을 찾게 된 것이 제법 반갑지 않았을까.
다사다난했던 상량식 날, 부러 거친 현장을 질러 침실이 위치할 곳의 주초에 술을 부어주시던 소장님의 손. 이런 감사하고 고운 마음에 맞게 이 집에서 오래도록 바르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던 날.
개와(蓋瓦)를 한 적은 있어도 지붕 수선을 대대적으로 한 적은 없는 집이었기에, 90여 년 전 지어진 이래 천장이 열린 적은 없었다. 이번에 대수선 과정을 거치며 몇 달간 온몸에 볕을 함뿍 받고는 이제 새 지붕이 올라갈 시간. 서까래 사이로 보이는 하늘과, 하오의 따스한 햇빛이 아름다웠다.
예전과는 다르게 새 지붕에는 내수합판에 단열재에 방수포까지 올라간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모진 풍상설우(風霜雪雨) 속에서도 우리 가족을 또 든든하게 지켜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