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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하당 Apr 13. 2023

기와공사 사진기록

마지막 빛(2023), Pentax MX/Kodak Ultramax 400

본채 동북쪽의 팔작지붕, 1고주 5량가 구조로 가구(架構)가 가장 복잡하고 또 아름다운 곳으로 들던 마지막 빛. 이곳이 덮인 뒤 기와 공사가 시작되었다. 천장이 생기는 것만으로도 제법 집 같은 느낌이 났는데, 기와가 모두 올라앉고 나면 어떤 모습일지.

적심 놓기(2023), Pentax MX/Fuji Acros II 100

기와 잇기가 시작되기 전, 내수합판과 방수포 위에 지붕의 곡을 만들기 위한 적심이 놓였다. 나무껍질이라고는 해도 하나하나의 무게가 상당하고, 객관적인 수치 없이 와공님들의 경험에 의존해 진행되는 작업인 만큼 난이도가 상당하다.  

보토 깔기(2023), Pentax MX/Kodak Ultramax 400

적심으로 대략의 곡을 만들어 낸 뒤에는 보토(補土)를 깔아 보다 세세하게 지붕의 바탕을 만들어 나간다. 옛 방식에서는 서까래와 흙이 직접 맞닿게 되는데, 이렇게 하면 나무가 숨을 쉴 수 있어서 더 좋다고도 하지만, 흙과 직접 맞닿은 부분의 서까래는 습기 때문에 쉽사리 상한다. 우리 집의 경우에는 누수를 최대한 완벽하게 방지하는 편이 더 좋다고 생각했기에 새로운 방식을 따랐다.

암키와 잇기(2023), Pentax MX/Fuji Acros II 100

이윽고 암키와(바닥 기와)를 잇는다. 수키와 없이 가지런히 놓인 암키와의 모습은 마치 큰 동물의 단단한 외피를 연상케 했다. 지붕의 실질적인 기능을 도맡은 암키와가 오랜 시간 든든하게 버텨 주었으면.  

홍두깨흙(2023), Pentax MX/Kodak Ultramax 400

암키와의 사이사이에는 홍두깨흙을 놓고 그 위에 수키와를 올린다. 와공님들은 마당에서 진흙을 뭉쳐 이를 한 알 한 알 지붕 위로 던져 올리는데, 그 과정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또 정확했다.  

2021년과 2023년의 집(2023), Pentax MX/Kodak Ultramax 400-Fuji Acros II 100

지붕의 기와를 새것으로 바꾸면서 물매를 조금 더 되게(경사도가 급하게) 잡았고, 마당에 햇빛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들게 하기 위해 별채에서는 부고(付高)를 빼고, 용마루 기와는 세 장만 쌓았다. 옛 기와만이 지니는 다채롭고 개인적인 아름다움은 잃었지만, 또 얻은 것이 있으니 이에 마음을 두고 기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2021.05.21. 삼청동 한옥 매매 계약

2021.09.06. 설계계약: 선한공간연구소

2021.10.08. 기본설계 시작

2021.12.03. 기본설계 종료

2021.12.21. 실시설계 시작

2022.04.12. 시공계약: 서울한옥 by 젤코바코리아

2022.04.22. 실시설계 종료

2022.04.23. 공사 시작

2022.05.21. 철거 공사 전 긴급회의

2022.05.22. 지붕 철거

2022.05.30. 철거 시작

2022.06.08. 철거 종료

2022.06.27. 한국국토정보공사 측량

2022.07.06. 치목(治木) 시작

2022.07.16. 정화조 교체

2022.07.19. 목공사 시작

2022.08.07. 단독 주택 1년 차

2022.08.08. 두 번째 장마

2022.09.02. 상량(上樑)

2023.03.18. 목공사 종료

2023.03.27. 지붕공사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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