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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우 Mar 02. 2020

월간 김창우 : 2020년 2월

달콤한 인생


쿠팡에서 박스 다섯 개가 배달 왔다.

쌓여있는 쿠팡 박스들을 보며, 이 회사의 적자폭을 더 키운 것 같아 미안해지기도 하지만, 누가 누굴 걱정해. 미친 거지.


박스에서 나온 물건들이 화장대, 화장실, 냉장고 속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동안 난 박스들을 버리러 나간다. 요즘 분리수거 공간에 나가면 박스가 넘쳐 난다. 너무 높게 쌓여 있어, 농구를 하 듯 던져서 버리고 있다.


버려지는 박스 양으로 따지면, 매일매일이 어린이날이고 크리스마스다. 그런 행복한 나날들이었으면 좋으련만.


코로나가 세상을 삼키고 있다.

미세먼지 때부터 시작하여, 아이들 데리고 밖에 나가서 마음껏 뛰어놀 수 없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오매불망 기다리던 학부 강의도 2주가 연기되더니, 첫 2주마저도 비대면 수업을 준비하라고 한다. 실질적인 개강이 한 달이 연기된 것이다. 이마저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난 온라인 강의는 싫은데.


둘째 지아는 부모 비대면 유치원 졸업식을 하더니, 대망의 초등학교 입학식도 그렇게 되었다. 작년에는 나만 바닥을 칠 때 농담을 건네었지만, 이젠 모두가 바닥을 치고 있다.


영화 <달콤한 인생>의 이병헌이 말한다.

"아...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진짜 세상이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걸까.


그래도 <달콤한 인생> 최고의 명대사는 이거지.

"넌 나에게 목욕값을 줬어~"



여행스케치


슈가맨에 그들이 나왔다.

가끔 슈가맨을 볼 때, 아재 인증하며 뭉클해질 때가 있었는데, 여행스케치가 등장하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당시 여행스케치는 대학로 소극장에서 콘서트도 자주 열어 친구들과 여러 번 갔다.


25년이 지난 후, 지금 들으니 더 좋구나.

산책을 나가서 헤드폰을 끼고 흥얼거렸더니, 지우가 "아빠 뭐 들어?" 하며 헤드폰을 뺏아갔다. 그때 마침 나오던 곡이 지우의 훼이보릿 노래가 되었다.


'산다는 건 다 그런 게 아니겠니'


https://www.youtube.com/watch?v=i9wVpY9DHPk


가사 중, '남편은 벌이가 괜찮니' 부분에서, 나만 뜨끔 한 건가.



계좌 이체


벌이 부분에서 뜨끔했던 난, 1년 반 동안 가정 경제에 이바지 못했다. 그래도 집에 손을 벌리진 않았다. 강사료 등으로 겨우겨우 내 공과금들과 최소한의 품위유지를 하며 살았다.

대학 때도 항상 과외비를 벌어왔으니, 수입이 없는 삶은 오히려 신선했다. 모세혈관처럼 퍼져있는 지하철과 버스론 못 갈 곳이 없었고, 가끔 와이프 카드가 연동되어 있는 타다를 타는 호사도 누렸다.


그동안 여기저기 많이 쏘며 산 편이라, 고정 수입자들의 지갑을 내 것 마냥 부담 없이 쉐어했다. 음식점에서 신발도 먼저 신고 계산대에 먼저 서서, 일행을 향해 씨익 웃으면 됐다.


오래간만에 약간의 수입이 생겨, 지영이에게 그중 50만 원을 송금했다. 얼마만의 남편 노릇인가. 내겐 5억 같은 50만 원이었다. 지영이로부터 '고마워'라는 문자가 왔다.


언젠가 내가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되면, 50만 원 같은 5억 도 보낼 날이 있겠지.



김창우


월간 김창우를 어떻게 할까 고민 중이다.

브런치 프로필에도 나와 있지만 '김창우'라는 필명은 다음과 같이 만들어졌다.


'손창우입니다. 첫째 딸에게 아빠 필명을 뭐라고 할까 물으니, 엄마 성을 따서 김창우라고 하랍니다. 그러면 본인 이름도 김지우가 된다며 좋아하네요. 그렇게 김창우가 되었습니다'


브런치 첫 글이 2016년 4월이고, 월간 김창우는 2016년 8월부터 썼네. 그 사이 난 두 권을 책을 내 이름으로 냈으니, 이제 필명은 필요 없게 되었다. 오히려 이름 하나로도 존재감이 별로 없는데, 두 개를 쓰는 건 정신 나간 짓인 것 같다.


대기업들 CI도 주기적으로 바꿔주는데,

아무 의미가 없어진 김창우란 필명을 처분할 때가 된 것 같다.


볕 좋고 기분 좋고 시간 많은 날, 하루 날 잡아서 김창우를 손창우로 모두 바꿔야겠다. 그리고 시시껄렁한 글들은, 무거운 브런치에 한 달에 한 번 몰아서 올리는 것보단, 가벼운 인스타그램을 더 자주 활용하는 걸로. 더 시시껄렁하게.


브런치만 팔로우하고 계신 분들이 계셔서.

제 인스타그램은 여기입니다. 더 작은 세상에서 더 자주 뵙겠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changwoo.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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