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여있는 쿠팡 박스들을 보며, 이 회사의 적자폭을 더 키운 것 같아 미안해지기도 하지만, 누가 누굴 걱정해. 미친 거지.
박스에서 나온 물건들이 화장대, 화장실, 냉장고 속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동안난 박스들을 버리러 나간다. 요즘 분리수거 공간에 나가면 박스가 넘쳐 난다.너무 높게 쌓여 있어, 농구를 하 듯 던져서 버리고 있다.
버려지는 박스 양으로 따지면, 매일매일이 어린이날이고 크리스마스다. 그런 행복한 나날들이었으면 좋으련만.
코로나가 세상을 삼키고 있다.
미세먼지 때부터 시작하여, 아이들 데리고 밖에 나가서 마음껏 뛰어놀 수 없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오매불망 기다리던 학부 강의도 2주가 연기되더니, 첫 2주마저도 비대면 수업을 준비하라고 한다. 실질적인 개강이 한 달이 연기된 것이다. 이마저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난 온라인 강의는 싫은데.
둘째 지아는 부모 비대면 유치원 졸업식을 하더니, 대망의 초등학교 입학식도 그렇게 되었다.작년에는 나만 바닥을 칠 때 농담을 건네었지만, 이젠 모두가 바닥을 치고 있다.
영화 <달콤한 인생>의 이병헌이 말한다.
"아...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진짜 세상이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걸까.
그래도 <달콤한 인생> 최고의 명대사는 이거지.
"넌 나에게 목욕값을 줬어~"
여행스케치
슈가맨에 그들이 나왔다.
가끔 슈가맨을 볼 때, 아재 인증하며 뭉클해질 때가 있었는데, 여행스케치가 등장하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당시 여행스케치는 대학로 소극장에서 콘서트도 자주 열어 친구들과 여러 번 갔다.
25년이 지난 후, 지금 들으니 더 좋구나.
산책을 나가서 헤드폰을 끼고 흥얼거렸더니, 지우가 "아빠 뭐 들어?" 하며 헤드폰을 뺏아갔다.그때 마침 나오던 곡이 지우의 훼이보릿 노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