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조례’에 따라 서울시는 한옥을 짓거나 고칠 때 지원금을 내준다- 공사 초반에 한 번, 80% 진행되었을 때 또 한 번, 그리고 모든 게 끝났을 때 마지막으로 한 번. 여기서 80% 진행 시점은 창호가 들어서는 시점으로 한다. 비단 이 80%라는 수치를 떠나서도, 집 안에서 창을 통해 밖을 바라보는 순간부터 수선 과정이 정말 끝나간다는 실감이 들기 시작했다.
사는 이의 시선으로 안에서 밖을 바라볼 때 한국 건축물의 참된 아름다움이 보인다고 한다. 창밖으로 보이는 작은 마당, 건너편에 보이는 작은 욕실, 그리고 뽀얀 창살이 창틀 속에 단정하게 들어앉은 모습이 신기하고 감격스러워 이 자리에서 한참을 있었다. 작은 새들도 고양이도 이 창밖에 자주 놀러 와줬으면 좋겠다.
문자 그대로 창이자 문인 별채의 창문. 아직은 이 생소한 건물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막막하긴 하지만, 뭔가 아늑하고 즐거운 곳이 될 거라는 예감은 있다. 가끔씩 집을 찾아줄 소중한 친구들도, 가족들도, 그리고 또 물론 우리도 이 특별한 공간을 알차게 사용할 수 있기를.
그동안 현장을 찾을 때마다 (조금 과장을 하자면) 거리에 나앉아있는 듯한 느낌이 있었는데, 문을 달자마자 마당이 금세 아늑해졌다. 잠금 장치가 거꾸로 달린다거나, 수평이 안 맞아서 문이 엄청나게 뒤틀리는 등 작은 소동도 있었지만, 문은 우리 집 마당을 우리만의 오롯한 중정으로 만들어 주었다.
2022.04.12. 시공계약: 서울한옥 by 젤코바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