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수선하면서 어느 것 하나 가볍게 여긴 요소가 있겠냐만, 그중에서도 마루만큼은 꼭 바라던 패턴으로 하고 싶었다. 내가 원하던 건 중명전 바닥에 쓰인, 또 예전 단독 주택에서 유행(?) 하던 일종의 격자 모양 패턴- 그러니까 스퀘어 바스켓(square basket), 모자이크(mosaic), 체커보드(checkerboard) 등으로 혼용되어 불리는 그것이다.
하지만 때는 바야흐로 2023년. 한국의 마루 시장은 눈부시게 밝은 색상의 광폭 마루와 헤링본에 점령되어 있던 때였으니, 무척이나 니치한 취향에(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었지만, 인정하기로 했다) 속하는 이 모자이크 패턴의 마루는 시공하는 업체를 찾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심지어 힘들게 한 곳 찾아냈더니만 중간에 공장이 망해서 없어지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렇게 긴 시간이 흘러 도저히 안 되겠으니 그만 포기하고 우물마루로 시공을 하던가, 아니면 요즘 마루 트렌드를 따라가던가 해야겠다 하고 있을 무렵, 우리 건축가님께서 짠하고 마루널을 들고 나타나셨다.
은은하게 섞인 붉은 빛깔도, 나무의 질감을 잘 살려낸 표면도, 마루널의 길이도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없는, 그야말로 정확히 내가 바라던 마루. 역시 집을 고치는 데는 그 무엇보다 건축가의 역량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었다. 선한공간연구소 만세.
이후 시공을 할 때도 소장님은 현장을 지키시며 집의 구조나 배치에 맞게 마루널을 예쁘게 배치해 주셨는데,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어디에서도 만나지 못한, 더할 나위 없이 마음에 쏙 드는 바닥이 완성되었다. 곱게 깔려있는 마루를 보고 있자면(보양 작업이 되어있어 실제로 볼 수는 없지만), 어쩐지 이사를 모두 마친 언젠가의 오후, 바닥에 싹싹 기름칠(?)을 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떠올라 괜스레 얼굴에 미소를 띠게 된다.
2022.04.12. 시공계약: 서울한옥 by 젤코바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