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발걸음 실천법 No. 15
<OKR과 하루 시간관리의 다리 놓기> 편에서 하루동안 간관리하는 방법뿐 아니라 장기적인 목표관리 연계도 필요하다는 생각에 다리를 연결하는 시도에 대해 썼다. 아래와 같은 예시를 사용했다.
개선하려는 방향을 대강 표현한 사고모형인데, 바로 아기발걸음에서 제시한 계속 써먹고 있는 행동양식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이를 목표로 점차 일상에서 경험을 통해 개선하는 방식을 아기발걸음이라고 부르고 있다. 정확하게는 아기발걸음과 정원관리의 조합이라고 하겠으나...
아무튼 지난 글에서 다리에 묘사한 업무의 예시가 빈약했다. 마치 포스트잇처럼 잊지 않을 업무를 칸반에 노출하는 쓰임새만 설명했을 뿐이다. 실제 직업 일상을 담을 수준이 아직 아니었다. 그래서 실제 칸반을 수정하면서 예시를 뽑아 글로 남긴다.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리고 문제 정의를 위해 많은 경우 공통적으로 쓰이는 기법이 현장 답사이다. 디지털 공간에서도 현장 답사는 가능하다. 늘 보는 화면을 열면 그만이지만, 현장을 답사하는 태도와 관점이 필요할 뿐이다.
첫 인상은 칸반이 제대로 작용하기 어려운 상태로 방치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다. 왜 일까? 나는 사고 모형 예시에서 할일을 통제 루틴으로 쓰려고 마음 먹었다. 그런데 통제할 루틴이 저렇게 많으면 배보다 배꼽이 큰 결과가 나온다. 내 삶에 대해 나 스스로가 지나치게 마이크로 컨트롤을 한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 무리하게 진행하면 결국은 칸반이 그대로 방치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줄여야 한다.
줄이자고 마음을 먹는 순간, 와우... 짜릿함을 느낀다. 왜? 줄이는 것 자체가 짜릿할리 없다. 분류는 뇌를 많이 쓰는 피곤한 작업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반기는 것인가?
먼저 <진화적 책장정리를 통한 실용독서 구조화>를 쓰기 전 책장 앞에 섰을 때와 데자뷰 같아 반갑다. 그때 나는 아래와 같은 6개의 분류를 만들고 '이게 잘 들어 맞으려나' 하는 마음으로 긴장과 설렘이 있었다.
긴장은 박문호박사님께 배운 표현에 따르면 분류압에 따른 것이다. 나는 강의를 통해 뇌가 기억을 만들 때 분류가 필요해지는 압력에 의해 구조를 결정한다는 인상으로 이해했다. 반면에 설렘은 리팩토링(재구조화)을 통해 관리항목과 이를 대상으로 하는 나의 활동에 균형을 줄 수 있다는 기대에서 기인한다.
차이점은 이전에는 책을 매개로 했고, 지금은 디지털 정보를 매개로 한다는 차이뿐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기에 (뜻밖에) 숙련되어 있고, (인지 못하지만) 숙련되고 있다는 뿌듯함이 나를 짜릿하게 했다.
또한,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비교가 필수인데 아주 우연히 시작한 <비교의 욕망이 산수를 만들다>편에서 배운 바를 내가 또 쓰겠구나 싶어서 짜릿했다. 비교를 위한 보편언어인 수를 어떤 식으로 내가 활용할지도 기대된다.
이제 내면의 감상에서 빠져나와 현장 탐사를 한 결과로 문제를 작고 분명하게 정의해보자. 할 일 컬럼이 너무 길다. 줄이자. 몇 개로? 여기서 나는 난감함에 봉착하고 방금 전에 기대했던 '비교를 위한 보편언어인 수'란 표현이 다시 떠오른다. 새로운 방법이나 지식을 배워 써먹는 일은 이롭지만, 당장의 문제를 풀기 위한 준비로 쓰면 삶에 낭비가 끼어든다.
일단, 더 나은 방법으로 관심이 가서 벌어지는 욕망을 자제하고 당면 문제를 푼다. 이를 위해 매직 넘버로 6을 쓴다. 책장도 그렇게 했으니. 시작하는 수는 그저 실험에 해당하니 수 자체가 그리 중요하지는 않다. 자 그럼 바로 경합이 벌어진다. 업무들이 맞이하는 경합은 분류압일 수도 있는데, 대략 머리속으로 벌어지는 생각이나 기준은 아래와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일년 단위의 목표를 조망하는 업무는 필요하다
할달동안 집중적으로 배양하거나 모니터링 할 업무가 적정 덩어리다
비슷한 업무는 묶는다
이하는 실질적인 기법을 설명해야 하는데, 필자가 두레이를 사용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음을 분명해 해둔다. 다른 업무 환경에도 적용하려면 다른 해석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먼저 두 개의 업무가 겹치는 경우 하나로 합치려고 했더니, 두 업무 모두 하위 업무가 달린 상황에서 두레이를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어떻게 할까?
둘 중에 하나를 대표 작업으로 결정한다. 이 부분은 두레이 기능이 아니라 우리의 의사결정이 들어가는 중요한 부분이란 사실을 놓치지 말자. 중요도와 함께 내가 하는 일의 방향성을 만드는 일이 바로 둘 중에 무엇이 중요한가 결정하는 일과 그에 따라 이름을 정하고 바꾸고 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암튼 둘 중 우선하는 업무가 결정되면 그 업무의 본문에 큰 제목으로 기존 작업이 차지할 공간의 이름을 부여한다. 업무를 복합 구성으로 바꾸는 일이니 사라질 기존 작업은 구성항목으로 흡수된다. 나는 사라질 업무의 유형을 전략 항목이라고 분류했다.
이렇게 하면 이제는 기계적인 수정 작업으로 바뀐다. IT 프로젝트에 익숙한 분들이 흔히 들었을 이주(Migration) 활동이다. 사라질 업무(전략 항목)의 하위에 있던 업무를 찾아가 두레이가 제공하는 상위 업무 변경 메뉴를 선택하는 일이다.
하나의 규칙만으로도 할일 컬럼 즉, 루틴 통제를 위한 칸반의 항목이 8개 정도로 줄었다. 8중에는 하위 업무도 있어서 더 줄일 여지가 있지만, 이 정도라면 쓸만한 상태라 일단 더 사용해보고 개선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