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발걸음 실천법 No. 16
<문제 정의를 위한 디지털 현장 답사와 칸반 개선>편을 쓴 후에 두레이로 구현한 칸반을 쓰는데 편하지 않다. 솔직히 말하면 그냥 무시하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이런 종류의 고민을 살면서 자주 만났던 듯했다. 몇 번 해보고 마음에 들지 않아서 무시하거나 방치하는 일들. 이번에는 꾸역꾸역 다시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일단 칸반 모형에서 세 가지 불편함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 번째는 루틴 통제에 역할로 지정한 할일 컬럼에 속한 업무에서 하위 작업을 만들었더니 하위 업무가 해당 컬럼에 올라와 칸반이 다시 지져분하게 되는 문제다. 이렇게 되면 스크롤 할 필요 없게 6개 남짓으로 유지하려고 하는 기능을 훼손한다. 루틴 통제의 기능은 내가 칸반을 볼 때마다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원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세션 관리가 익숙해지니 주간 백로그 자리에 해당 업무(위 그림에서는 2022년 3월 4일)가 놓이는 일이 어색한 점이다. 주간 백로그라는 컬럼이 오늘로 바뀌면 자연스러워보인다. 그래서 아직 세션에 담기지 않은 작업을 거기 두면 Reminder 역할을 해줄 듯하다. 나도 모르게 세션 관리를 하며 하루 단위로 일을 마치는 습관이 강화된 듯하다. 왜 그럴까? 그래야 잠이 잘 오니까?
세 번째는 글자를 너무 작게 하지 않고도 스크롤 없이 전체를 볼 수 있게 컬럼을 4개로 줄이고 싶다. 두레이 플래닝 뷰가 왼쪽 2개를 고정했으니 하루 이상을 제거하고, 나머지 두 개만 쓰면 될 듯하다.
이제 하나씩 문제를 해결한다. 쉬운 것부터 하나씩 하기로 한다.
두레이 플래닝 기능은 마일스톤 당 하나의 컬럼으로 보인다. 대기와 할일은 고정이기 때문에 두 개의 마일스톤만 남기고 하나를 지워야 앞서 세 번째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다.
간단히 해결했다.
이제 세 번째 컬럼이 오늘 하루에 초점을 맞추도록 하자. 세션 관리를 보완하는 컬럼으로 두는 것이다. 수정 방법은 앞서 본 메뉴에서 편집 버튼을 누르고 이름을 바꾼 후에 저장하면 끝이다.
칸반의 틀은 이제 바라는 모습이 되었다. 이제 업무라는 내용물을 담아볼 차례다.
그래서 앞서 첫 번째 모형에서 대기에는 욕망, 충동적, 번뜩임이라는 태그를 부여했다. 물론, 태그는 마음 속에 있는 것이고 이미지에 덮어씌워 일회용으로 명시화 한 바 있다. 이와 비슷하게 할일은 루틴, 통제라고 태그를 붙였다. 2년 여간 배운 OKR의 조정 능력을 담을 핵심 컬럼이 바로 이 부분이다.
축구에 비유하면 할일 컬럼은 지단같은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해야 한다. 내 하루에 몰입하는 시간도 늘리고, 주변의 요청에도 적절히 대응하여 관계를 깨뜨리지 않으면서도 장기적인 목표를 향해 가도록 지휘자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꾸역꾸역 이런 티가 나지 않는 일에 에너지를 쏟는 이유는 그런 희망을 담아 한발한발 앞으로 가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할일 컬럼이 뼈대 혹은 줄다리기의 줄처럼 되어야 한다. 줄다리기는 어제 동료와 대화 과정에서 그에게 배운 표현이다. 내가 비전에 대해 설명하는데, 그가 이렇게 말했다. 비저닝은 줄다리기 하는 과정과 같다고, 다양한 작전을 쓸 수 있지만 결국은 동아줄을 합심해서 잡아 당기는 편이 이기는 일이라고. 멋진 비유다! 할일 컬럼은 바로 그러한 동아줄의 구현이 되어야 하고, 그 동아줄로 부터 나의 업무들이 잘 배치되고 한방향으로 내 시간과 몸과 관심을 쓰게 해야 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했다. 실체화(Realization)는 현실에 발을 딛고 시작해야 한다. 두레이 할일 컬럼을 내 의도대로 쓰려면 그들이 정한 규칙과 내가 원하는 쓰임새 사이의 교집합을 찾아야 한다. 다시 말해 두레이 규칙을 이해해야 한다. 이럴 때는 매뉴얼을 볼 수도 있지만, 일단 해보는 것이 시간을 아낀다.
몇 번 클릭을 해보니 불편함을 초래하는 핵심적인 문제를 찾았다. 나는 핵심을 찾아 빠르게 문제를 분해하는 일을 종심타격이라 부른다. 사실 밀덕이었던 컨설턴트 선배가 2004년 알려준 표현인데, 지금도 쓰고 있다. :)
(전쟁 비유를 든다) 내가 찾은 적군 대장이 주둔한 막사는 바로 할일 컬럼 업무에 하위 업무를 달았을 때 나타난다. 하위 업무의 상태가 대기(영문상태면 backlog)일 때는 대기 컬럼에 걸린다. 그리고 할일(To do)이나 진행중(doing) 상태면 할일 컬럼에 나타난다. 그리고 마일스톤을 부여했을 때 해당 마일스톤 컬럼으로 이동한다. 으흠~ 찾았다!
컨설턴트에게 기본 사고법이라고 할 수 있는 MECE가 떠올랐다. 한때, 후배들에게 설명하며 우리말로 '빠짐없이 중복없이' 혹은 '빠짐없이 망라한' 등으로 외우게 했던 기억이 난다.
MECE 하게 업무를 나누기 위해 가장 유용한 이분법부터 사용해보자. 이때 중요한 것은 두 집합 사이에 여집합이 없어야 한다. 그래서 MECE를 떠올렸다. 둘 중 하나이도록 업무 규칙을 부여한다. 두 집합 사이에서 원소인 할일을 옮길 때 책임을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명확하게 인식하기로 한다.
이제 이분법을 벗어나서 할일로 배정할 때 해당 업무를 셋 중에 하나로 결정하는 일이 남는다.
오늘 할일
이번 주에 할 일
책임은 받아들였지만 이번 주까지 할 수 있을지(혹은 해야 할지) 모르는 일
다시 시각화 해보면 아래와 같다. 할일(하기로 한 일)은 셋으로 나눠진다. 오늘과 이번 주는 얼마든지 단위를 바꿀 수 있기 때문에 마일스톤의 약자인 M과 순번을 부여해서 표기했다.
이제 남아있는 할일이 있다. 마일스톤을 부여하지 않는 일이다.
지금 내가 짐작할 수 있고 다시 경험을 해봐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다시 한번 아기발걸음 음양기호를 써먹는다.
여기서 사고모형에 담긴 의도를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루틴과 통제를 어떤 주기로 어떻게 해야 모형에 반영한 가정이 시간 관리와 목표 지향 사이에 균형을 잡을 수 있는지 경험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