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 속 이야기 열여덟
새벽 4시에 30분 트랙을 걷는 것에 허덕였다.
낮시간 산책을 시작했다. 감각이 깨어나고 감정이 회복되었다. 모든 것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투썸플레이스에서 사람과 공간에 익숙해지는 수행을 시작했다
오후에 1시간씩 산책하는 일상을 시작했고 곧 정착되었다 : 점심시간에 사람들과 마주치는 것이 꺼려져 오후시간에 산책을 나갔다. 개천에서 물 흐르는 소리, 햇빛이 반짝이는 물가, 오리와 황새 그리고 후드득 몰려다니는 이름 모를 작은 새들, 산책시간이면 길가에서 휠체어에 앉아 개천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할머님. 매일 평화로운 풍경 하나하나가 눈에 띄고 마음에 스며들었고 감사했다. 마음이 편해졌다
체력이 좋아지면서 새로운 산책로를 찾았다 : 근처에 사람이 없는 마음 편히 산책할 수 있는 산책로를 발견했다. 2번 왕복으로 9 천보 채우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체력은 점점 좋아졌지만 잠을 자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 못 자다가 깜빡 잠들면 깨고 못 자다가 컴에 앉아서 게임을 하다가 꾸벅꾸벅 졸고 그러다가 잠들면 또 깨는 그런 힘든 나날들이 이어졌다.
산책로를 오가며 분식집 앞을 지나다녔고 쫄면을 먹고 싶었지만 들어갈 용기가 없었다. 새로운 곳을 가는 것은 여전히 어려웠다.
산책코스가 더 길어졌다 : 산책을 마치고 오면서 저혈당 느낌이 들어 분식집에 들어가서 쫄면을 먹고 결제를 했다. 작은 성공에 뿌듯했다
미용에 신경 쓰기 시작했다 : 잇몸치료를 받고 피부 점을 제거했다
산책코스가 많이 길어졌다 : 춥고 다리가 아파서 쉴 수 있는 카페를 들어가기 시작했다. 2~3시간에 가까운 산책을 마치고 컴포즈에서 쉬었다. 키오스크 주문을 처음 해보며 많이 당황했다. 2만 보 넘게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족저근막염에 걸렸다. 무리한 것을 후회했다.
산책로가 정해졌다 : 1시간 산책 후 카페에 들어가서 추위를 덜어내고 발에 휴식을 준 뒤 1시간에 걸쳐 되돌아오는 산책로를 개발했다
새로운 산책코스는 산과 억새가 펼쳐져 있고 전의 산책로 보다 사람이 없어 더 편하고 치유되는 기분이었다
산책하던 어느 날 은둔으로 인간관계를 일방적으로 단절한 것에서 오는 짐을 내려놓고 싶어졌다
카페에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잠수에 용서를 구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몇 사람과 화해하고 통화를 했다
용서와 화해로 마음이 말할 수 없이 편해졌다 : 회복의 큰 전환점이 되었다. 무거운 멍에가 떨어져 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마음이 가벼워졌다
10년 만에 서울 외출을 했다 : 두려웠지만 나간다는 대답을 해버린 이상 나갈 수밖에 없었다. 광역버스도 달라졌고 서울시내도 많이 달라져서 놀랐다. 시립 미술관, 전집 골목, 아르바이트했던 서울 동네길을 걸었다.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면서 오랫동안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긴장되면서도 마음은 편했다. 그럼에도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표정을 어떻게 지어야 할지 몰라서 곤란하고 머쓱했다.
오랫동안 대화를 하지 않다가 말을 하니까 단어가 잘 생각나지 않고 온전한 문장을 말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등산에 도전했다 : 가까운 뒷산 정상을 갔다. 가파른 경사로를 오르면 10-20분이면 당도하는 작은 산인데도 10번쯤 쉬어가며 오를 수 있었다
친구의 권유로 독서모임을 나갔다
전 직장 동료의 권유로 지방에 1박 2일 여행을 했다 : 간다고 대답을 해버려서 가게 되었다. 서울역을 가는 길에 전철과 시설이 많이 변했고 서울 풍경이 크게 달라진 것을 느꼈다. 외국인이 많아졌다. KTX를 탔다
여행 중에 새로운 사람들을 떨면서 만났다. 다양한 사람들에게서 각자가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모두 각자의 어려움과 고통이 있었다. 내 어려움은 어떤 분의 어려움에 비하면 사소한 일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내 어려움'에 과도하게 사로잡혀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년을 허송세월했지만 새로 시작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료의 권유로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도무지 글을 써 내려갈 수가 없었다
훈련으로 책을 읽으며 독후감을 쓰기 시작했다
동네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는 횟수를 늘리기 위해 두 번째 독서 모임을 나가기 시작했다
일상의 일부였던 산책로 카페가 사라지면서 여러 카페를 다니기 시작했다
서울에 두 번째 외출을 했다 : 처음에 비해 훨씬 수월해졌다. 인사동을 갔고 전 직장 동료를 만났다
책을 버렸다 : 자기 계발서, 철 지난 기술서, 교양서, 영어, 대학 전공서적 순서로 버릴 수 있었다. 필요해서 산 책 보다 헛헛한 마음을 채우려고 산 책들이 더 많았다. 살아남은 책들로 무엇에 가치를 두는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연락처를 정리했다 : 미련이 남은 친구, 히키코모리가 되면서 헤어진 여자 친구, 애매한 관계들. 끊어진 관계와 미련이 있던 사람들의 연락처를 지웠다.
다이어트 연재를 시작했다. 매거진에 일상을 적기 시작했다 : 과거와 회복기간의 다이어트를 돌아보고 '완결'이란 것을 지어보고 싶었다. 글을 쓰면서 과거를 반추할 수 있었고 감정과 생각을 조금씩 정리할 수 있었다. 그렇게 과거를 조금씩 덜어냈다
내 과거, 내 가치관들을 조금씩 써 내려갔다 : 과거로부터 자신을 구하고 긍정하는 시간이었다
정체와 진전이 반복되었다 : 현재에 대한 긍정, 관점 변화, 의미 발견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체중이 증가하는 일이 생겼다
건강이 안정권으로 들어섰고 몇 년 만에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
새 신자 교육을 마쳤다
서울에 3번째 외출을 했다
몸건강이 대부분 정상인 범주로 돌아왔다
페터 비에리와 니체 책에서 도움을 받고 위로받았다
2시간 등산에 성공했다. 다이어트에 마침표를 찍었다
브런치 연재 '다이어트'를 완결지었다
정신과에 들렸다가 5시간에 걸쳐 집까지 걸어왔다. '회복'에 의미 있는 선을 긋고 싶었다
잡코리아 이력서를 정리했다
'고난'의 의미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