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튜던트’, 퇴근 후 그들은 학생이 된다
똑딱똑딱. 시계의 시침과 분침은 퇴근 시간을 향해 성큼성큼 움직인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도처에서 ‘칼퇴(근)’와 ‘워라밸’을 외친다. 한 대기업에서는 대표이사와 임원이 직접 나서 정시 퇴근 독려 캠페인을 진행한다.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가 직장에서 정시 퇴근을 하려는 것은 단순히 더 빨리 쉬고 싶어서가 아니다. (물론 회사에서 열심히 근무를 한 후 집에서 편안하게 쉬려는 것 자체를 나쁘다고 볼 수 없다.)
이들은 일하는 것 외에도 무언가를 더 배우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회사에 들어간 후에도 다양한 분야의 노하우를 습득하고자 하는 욕심과 갈증이 있는 것이다.
퇴근 후 학원에 가서 외국어 수업을 듣고, 백화점 문화센터의 요리 강좌를 신청해 ‘요섹남’이 되려고 한다. 이런 달라진 환경에서 성공적인 사업을 펼치려면, 퇴근 후 학생이 되길 자처하는 ‘퇴튜던트(퇴근+스튜던트)’의 발길을 잡아야 한다.
퇴튜던트들은 새로운 분야를 배우는 것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영어, 중국어 등 전통적인 인기 외국어부터 스페인어처럼 많은 국가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공부하러 어학원 저녁반에 등록을 한다. 최근에는 새로운 거대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아세안 지역의 언어(인도네시아어, 베트남어, 태국어 등)까지 익히려는 이들도 적지가 않다. 요리•운동•그림 등 새로운 취미생활을 시작하는 것도 즐기곤 한다.
하루 종일 일하고 피곤하지 않냐고 반문하는 이가 있을 수 있겠다. 한데 원치 않는 회식에 동참하거나 불필요한 야근을 하는 것은 힘들 수 있지만, 주체적으로 선택한 배움의 시간은 그렇지 않다.
이런 퇴튜던트들의 심리와 학습욕구를 절묘하게 파악한 곳이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문화센터다. 줄여서 ‘문센’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워라밸 문화가 확산하면서 문센의 주고객으로 2030세대의 퇴튜던트들이 부상하기 시작했다.
한 백화점은 이름부터 벌써 신선한 ‘워라밸 페어’를 진행했다. 댄스, 그림 그리기, 필라테스 등 직장인의 취미와 관심사를 반영한 강좌를 증설했다. 강좌 시간도 퇴근 후 직장인들이 수강하기에 용이한 저녁 시간대에 집중 배치했다. 유명 어학원 중 한 곳은 직장인 환급반을 선보이며 ‘워라밸 캠페인’을 실시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직장인들은 회사에 일상이 예속되었던 기성세대의 근무 개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들을 더 배우고, 더 성장하고 싶어 한다. 어디서? 회사 밖에서!
퇴튜던트들은 가치 있다고 판단하는 것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과정을 하나의 ‘멋’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비슷한 커리큘럼으로는 이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 퇴튜던트의 눈길을 사로잡을 다채로운 콘텐츠를 준비해야 할 때다.
앞으로는 퇴근 후 무엇을 배우는지, 퇴근 후 어떤 과정을 통해 성장했는지에 대한 ‘경쟁’이 시작될 것이다. 그 경쟁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에 올라가는 사진과 영상을 통해 이뤄질 공산이 크다.
하여 이들의 다변화하는 니즈를 수용할 수 있는 보다 다채로운 학습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또한 교육뿐 아니라 퇴근을 빨리 한 직장인들 간의 네트워킹을 도와줄 이벤트나 교류 플랫폼도 선보여야 할 것이다.
퇴튜던트의 성장 욕구를 누가 채워줄 수 있을 것인가, 그 경쟁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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