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발견_17DAY
부추는 '부드러운 추노'라는 뜻으로 반달쓰기 멤버들이 23:59까지 인증글을 쓰면 무사통과, 그렇지 않으면 자동 탈락되는 시스템인데 24:00에 누가 탈락되었는지 명단을 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붙은 별명이다. 노비를 쫓는 추노처럼 24:00에 명단을 올리니 장난으로 추노라고 했는데, 나는 리더를 돕기 위해 명단을 조사한 것뿐이므로 앞에 '부드러운'을 붙여달라고 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약속한 시간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뭐 살다 보면 꼭 그 시간을 못 지킬 때도 있지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늘 늦는 사람이 늦기 마련이다. 습관이라는 것이다. 늘 학교에서 멀었던 나는 일찍 다니는 것이 습관이 되었었고, 회사를 갈 때도 차가 막힐 것을 대비해 늘 일찍 갔었다. 개인적으로 코리안타임이 적용되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 한 사람 때문에 모든 사람의 시간은 그냥 허비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딜 가든 꼭 코리안타임이 적용된다. 아무리 좋게 말을해도 개선이 쉽지 않은 성향이 있음을 인지한 이후에는 그냥 읽어야 할 책을 읽는다. 그렇게라도 시간을 아껴 쓰지 않으면 하루는 너무 짧기 때문이다.
혼자만 잘하는 것이 의미 없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고, 리더십이 있다 보니 그냥 모른 척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어떻게든 함께 가려고 하는 마음으로 부추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남이 하든지 말든지 나만 잘해도 상관없다. 그런데 내가 배운 인생은 그렇게 살면 안 된다고 배웠고, 나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았고 영향을 받았기에 이것을 베풀지 않는 것은 너무 이기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팀이라면 공동의 미션을 수행하도록 돕고, 함께 이뤄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그럼 몇 배로 더 행복해 지니까 말이다.
졸꾸는 '졸려도 꾸준히'라는 뜻으로 목표를 세웠으면 어떻게 하든 달성하려고 한다. 잘하고 못하고는 그다지 의미 없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꾸준하게만 하면 된다. 예를 들어 운동 미션을 한다고 하면 정말 운동하기 싫은 시즌이 있다. 가기 싫으면 쿨하게 안 갈 수도 있지만 나는 내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한다. 가야 하는 이유와 가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마음속에서 논쟁을 펼친다. 결국 어떻게든 가는 쪽으로 나 스스로를 설득하거나, 정말 컨디션이 좋지 않다면 거실에 요가매트를 깔고 홈트라도 해서 미션의 할당을 채운다.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왜 일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스스로가 타협해버리고, 금방 포기하는 것이 습관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몸은 편한 것에는 너무나도 빨리 적응해버린다는 것을 깨알 았기에 제3자를 대하듯이 대하는 것이다.
한참 운동 미션을 할 때 1박 2일로 어디를 간 적이 있었는데 밤에 와인과 맥주를 좀 섞어 마셨더니 숙취가 상당했다. 그러나 미션 인증도 해야 하고, 스스로 펑크를 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정말 토할 각오를 하고 트랙을 뛰었는데 다행히 공기가 좋은 곳이라서 되려 숙취해소가 되었고, 꽐라가 되고도 달릴 수 있다는 것에 감격하게 되었다. 나와의 싸움이 있기도 하지만, 인증이라는 미션은 알게 모르게 많은 사람이 보고 있으므로 지키게 해주는 환경설정이라고 할 수 있다.
원래 책을 읽거나 글을 쓰지 않았던 나이지만 이것 역시 똑같이 적용된다. 꼭 어려운 책을 읽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꼭 글을 잘 써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읽고 쓰는 행위를 하기만 하면 된다. 쓰기 싫은 날은 왜 쓰기 싫은지, 왜 잘 써지지 않는지 솔직하게 쓰면 된다. 책도 안 읽히는 날은 좋아하는 책을 재독 하기도 하고, 소설책이나 만화책을 읽어도 상관없다. 목표를 정했으면 매일 달성하기 위해 애쓰는 노력이 중요하지, 얼마큼 달성했는지 여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깔끔에는 여러 가지가 의미가 있는데 일단은 정리정돈을 좋아하고, 미니멀한 라이프를 지향하기 때문에 물리적 환경이 깔끔하다는 것, 그리고 미련을 두지 않는 깔끔한 것도 있을 수 있다. 사실 맥시멈 리스트 친정에서 자랐다. 뭐 하나 찾으려고 하면 난리가 났다. 정리와는 거리가 먼 엄마한테 잘못하면 짜증 받이가 될 수도 있었다. 시골집은 아파트처럼 이사를 자주 다니지 않기 때문에 아무래도 묵은 살림이 많을 수밖에 없다. 드디어 혼자 살게 되었던 동경에서 예쁘고 깔끔하게 해 놓고 살았고, 결혼생활 초반에는 살림에 조금 욕심을 내기도 했었지만 점점 미니멀이 맞다는 결론 하에 이제는 심플하게 사는 것이 훨씬 좋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고, 귀가했을 때 릴랙스가 된다.
수전에 물 얼룩, 화장실 바닥에 머리카락이 그렇게 싫다. 호텔처럼 뽀송뽀송하고, 반짝반짝한 화장실이었으면 좋겠다. 거실 바닥에도 뭔가가 쓸리는 느낌이 있으면 못 참는다. 그래서 청소슬리퍼를 늘 신어서 머리카락이나 먼지를 모으고, 청소기를 민 후에도 부직포로 한번 더 밀고, 물걸레로 미는 등 청소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그런데 이러다 보니 손목이 아프다. 예전보다는 많이 타협을 하고 살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깔끔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하니 대충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깔끔의 또 하나의 의미는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것이다. 내가 해결 할 수 없는 일이고 이미 발생해버린 일이라면 쿨하려고 노력중이다. (노력이라고 했지 잘 된다고 안했음) 집 청소야 몸이 좀 고생하면 되는것이지만, 마음과 생각의 정리는 계속해서 수련해야 하는 부분같다. 내가 변화시킬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있도록,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것에는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노력중이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세뱃돈을 받아도 쓰지 않고 모으는 아이였다. 엄마 아빠가 말씀하시기를 '쟤한테 들어가면 돈이 안 나오지'라고 할 정도로 나는 저축왕이었다. 가정의 넉넉하지 않은 형편으로 형성된 습관이지만 형제들 중에서 유독 나만 그렇다. 쫄보라서 투자도 잘 못하고, 부동산도 없지만 나는 지금까지도 열심히 모은다. 최대한 덜 쓰고 많이 모으는 유형이고, 공과금이나 쿠폰 사용의 노하우도 만만치 않다. 쓰는 것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쓸 수 있다. 그렇지만 절약은 아무나 할 수 없다. 그래서 나에게 낭비벽이 있는 것보다는 알뜰함이 있는 게 좋다.
14년 동안 한눈팔지 않고 정말 성실하게 모았다. 물론 주변에 아파트로 몇억씩 시세차익을 얻는 사람들을 보면 내가 뭐 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자괴감이 들기도 하지만 알뜰하게 모은덕에 빚 없이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매달 대출과 대출이자 걱정, 카드값을 걱정하지 않는 이런 삶이 나에게는 더욱더 맞는 스타일일 수도 있다. 그냥 송충이가 솔잎을 먹듯이 주어진 것에 자족하면서, 돈의 유무에 따라 울고 웃지 않고 끌려다니지 않으며 살고 싶다.
사실 인정의 욕구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었고, 기뮨에게 맡기면 100% 믿을 만하지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 그러나 남의 인정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더욱 더 많이 하게 된다. 물론 아예 필요 없지는 않겠지만 그것만 신경 쓰면서 살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결혼을 해서도 비교를 하고, 무언가에서 지면 실망을 하는 나였지만 이럴 때마다 남편은 그럴 필요 없는데 왜 그러냐고 했다. 목표지향적이고 에너지가 넘치고 나만의 일의 규칙이 강한 나는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는데, 뭐든 중간만 하는 선비 같은 남편은 뭐하러 1등을 하려고 하느냐고 늘 말했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둘이 만나서 쉽지 않았던 것도 있지만 사실은 서로에게 도움이 된 것도 많다.
장학금을 놓치면 억울해하고, 무언가에 발탁이 안되면 속상해하던 나였지만 선비 같은 남편을 만나면서 많이 나아졌다. 물론 남편이 승진에도 욕심 없고, 악착같이 끝까지 해내지 않는 것이 속상할 때도 있지만 또 어떤 면에서는 나의 직각의 모서리를 남편이 둥글게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일어나자마자 필사를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학교 강의를 듣고, 상담이 들어오면 상담하고, 살림하고, 자기 계발 모임 사람들 챙기는 등 바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나를 남편은 가끔 이상한 눈으로 바라본다. 본인의 입장에서는 너무 분주하게 보이고, 피곤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완전히 남편의 성향이 될 수는 없다. 지금도 많이 노력한 것이고, 여기서 더 프리하게 되는대로 살기는 어려운 유형이란 것이다.
물론 아직도 내려놔야 하는 부분이 상당히 있는 것도 안다. 중요하지 않은 것에 아직도 목을 매고 있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이런 성향으로 책 한 장 읽지 않던 아줌마가 리더까지 한 게 아닐까? 이렇게 살지 않았다면 매일 커피숍에서 수다나 떨면서 쇼핑만 쫓아다니며 살았겠지만 내가 원하는 삶은 정말 아니기에 그렇게 살 수는 없다. 나의 약점을 보완하되 나의 강점을 죽일 생각은 없다. 결이 같지 않아서 불편하다고 해도 나는 나다. 나의 강점은 타고난 데다가 점점 더 개발시켜서 이미 죽일 수 없을 정도로 그래프가 올라가 있기에 그냥 나를 나로 인정해줬으면 좋겠다. 목표가 없거나 미션이 없으면 아마도 무기력해질 나이다.
다행히 디퍼런스를 공부하고 나서 다른 성향의 사람들이 하는 피드백도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아마 공부를 하기 전이었다면 버럭 화를 냈을 수도 있다. 그래서 계속해서 공부를 하고, 책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것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발전시킬 부분은 발전을 시키고, 보완할 부분은 보완을 해나가면서 점점 더 성숙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12DAY 현재 당신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세 사람은 누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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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DAY 당신이 가진것과 갖지 못한 것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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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DAY 무엇이 당신을 두렵게 만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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