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3
뉴욕 오피스를 설립하는 동안 수도 없는 많은 인터뷰들이 이루어졌고, Visual과 UX 디자이너뿐 아니라, 프로젝트 매니저, 디벨로퍼들까지 인터뷰했지만, 이들 중 기억에 남는 디자이너 몇몇 인터뷰와 일련의 과정을 통해 내가 느낀 점들 또한 기술하였다.
인터뷰 01
첫 인터뷰는 덴버 오피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Dan과 함께 들어갔다. 사실 처음 며칠간의 인터뷰는 인력의 절대적 부족으로 인해 우리보다 규모가 크고 시애틀 보다 거리상 가까운 덴버 오피스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처음 인터뷰를 보러 온 Interviewee는 미국에서 가장 핫한 Online distributor + tech 회사에 재직 중이었고, 공교롭게도 유학생 출신 한국인 디자이너였다. 사실 2세들과 유학생 출신들은 같지만 다르고 다르지만 같은 그런 희한한 카테고리이긴 하다. 나는 웬만하면 한국인을 직장에서 만났을 때 가급적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고자 한다. 쓸데없는 연대감으로 서로를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어로 그녀와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그녀는 작고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녀의 프레젠테이션 스킬이 엄청 유창하진 않았지만, 작품 자체에서 느껴지는 열정과 뛰어난 디자인적 가능성은 우리로 하여금 아주 긍정적인 피드백을 이끌어 내기에 충분했다. 특히 대학원 작업 중에 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Interactive toy들은 나를 비롯한 다른 심사 위원들로 하여금 'Very nice'를 연발하게끔 만들었다. 작품 설명이 끝나고 내가 마지막으로 물어보았다.
Why us?(왜 우리 회사죠?)
그러자 그녀는
I would like to challenge myself. (저는 도전을 하고 싶었습니다.)
결과는? 당연히 합격이었다.
이처럼 사실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된다면 작품이 그 사람의 실력을 충분히 대변할 수 있기에 미국에서도 충분히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인터뷰 02
시니어 포지션으로 지원한 멋진 영국인 남성이었다. 그는 런던에서 쭉 활동해 오다가 삼 년 전쯤 뉴욕으로 넘어온 친구였다. 꽤나 명망 있는 디자인 에이전시들을 거친 후 현재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GTA를 만든 Rock star라는 회사의 디자이너였다. 처음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니어답게 회사의 비전과 구성 등에 대해 많은 질문을 했다. 그리고 또한 작품들의 퀄리티와 methodology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이주 후 직접 만나서 인터뷰를 실시하였다. 처음 전화를 하는 순간 그에게서 느꼈던 무언가를 이내 직접 대면한 후 깨달았다. 그것이 그를 향한 긍정의 확신이라는 것을. 좋은 포트폴리오, 밝은 인상, 멋진 영국 말투(영국 악센트가 영어권에서는 확실히 좋긴 하다.) 이런 것들이 하나로 버무려져 심사위원 모두가 그에게 그린 라이트를 보냈다.
그런데 이처럼 작품도, 케미도 좋은 경우는 흔치 않다.
내 주관적인 관점에서 디자이너를 뽑는 기준들.
서구권 디자이너들의 경우 작품의 수준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한사코 말발로 극복하려는 이들이 꽤 나있다. 당연히 많은 수준 미달 지원자들이 걸러지기는 하지만 사실 단편적인 검증들로 항상 최고의 결과를 얻기란 어렵다. 그래서 면접을 보는 사람 입장에서 내가 가장 지양하는 이들은 바로 입 디자이너(입만 살아있는 디자이너)들이다. 사실 이는 한국보다는 서양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사례다. 나는 개인적으로 디자인이란 명료함이 생명이라고 생각한다. 이 명료함이란 먼저 작품으로 보여야 한다. 그다음이 레이아웃, 컬러, 타이포그래피 등등을 사용한 이유들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 명료한 제시와 설명 대신 모든 것들을 멘탈 게임으로 해결하려는 자들이 있다. 무엇을 말하던 아니라는 말이 우선이다. 또한 이렇고 저렇고 말은 많지만, 정곡은 없다. 한마디로 뭘 모른다는 뜻이다. 디자이너라면 디렉터가 시키는 일들에 대한 그들의 최선을 결과물로 보여야 할 것이고, 디렉터라면 프로젝트를 위한 최선의 방향과 디자이너의 물음에 대한 답을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한다. 둘 다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각자의 관점에서의 Bull-shit 없는 실행이 관건이란 뜻이다.
다음으로 내가 주의해서 보는 점은 당연히 열정.
사실 정말 웃긴 말이지만 열정은 때로는 이 미국 사회에서 상당히 높게 취급받는 항목이다. 한국처럼 당연히 내놔가 아니고, 누군가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였을 때 그것에 걸맞은 보상을 해준다. 그런 만큼 나처럼 외국인 출신 노동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어필할 수 있는 것이, 이런 부분이기도 했다. 영어가 안되면 손짓 발짓을 곁들여 가며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런 부분을 가진 이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마지막으로 보는 부분은 옷차림이다.
단적으로 말해 나는 옷 입는 센스가 없는 사람은 가급적이면 뽑지 않는다. 디자이너는 누군가에게 자신을, 정확히 말하면 자신의 감각을 파는 사람이다. 그런 경우 자신의 감각을 직,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 바로 이 옷차림이다. 본인을 디자인할 줄 아는 이들이 진짜 프로 디자이너다.
인터뷰를 통해 좋은 원석을 고른다는 것은 여러모로 정말 쉽지 않을 일이다.
또한 그들을 골라낸다 해도 그것을 절차탁마하는 과정이 용의 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디자인 업계는 결국에는 사람 장사고 또한 Talent 장사이다. 좋은 팀의 기준은 얼마만큼 좋은 리소스들을 한데 모으느냐 하는 데 있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본인이 누군가를 뽑는 입장이라면 자신만의 사람을 뽑는 기준을 만드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또한 취업을 원하는 이들이라면 본인의 장점을 최대한 잘 살릴 수 있는 준비 과정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다음 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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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디자인 회사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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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0 - 오피스의 규모와 프로젝트
에피소드 11 - 뉴 오피스
에피소드 12 - 회사를 살까? 처음부터 만들까?
에피소드 13 - 좋은 디자이너 고용하기
에피소드 14 - 좋은 디자인 팀 분위기 만들기
마지막 에피소드 - 인생은 반면교사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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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이상인은 현재 뉴욕의 Deloitte Digital에서 Studio lead(Associate Creative Diretor)로 일하고 있으며, 미주 지역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비영리 예술가 단체 K/REATE의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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