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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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편은 미국 동부에서 서부로 이사하며 느끼고 배웠던 점을 간략하게 요약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한국에서 차 타고 2, 3시간 가면 ‘아, 머네?’하는 느낌이 드는데, 미국에서는 대부분 ‘뭐야, 코앞이네?’ 한다. 시간의 상대성을 확실히 반증하는 게 아닐까 한다. 한국에서 서울 사람 다르고, 광주 사람 다르고, 부산 사람 다르고, 지역에 따라 고유의 색이라는 것이 존재하질 않던가. 미국은 땅덩어리가 큰 만큼 그 문화의 차이 또한 엄청나다. 동부에서 서부로 간다면 확실히 다른 나라에 속해 있다고 느낄 수도 있을 정도이니까. 그래서 난 7년이나 정들었던 내 제2의 고향 뉴욕을 떠나서 다른 나라로 간다는 마음으로 이사 준비를 시작했다.
이런저런 필요한 것들을 적기 시작했다.
그중 아래 다섯 가지가 나에게는 가장 큰 Task였다.
순서는 먼저 해야 했던 순서부터 나열하였다.
살던 집 정리 (뉴욕)
임시 거처 (시애틀)
운반 업체 (최저가)
살집 찾기 (시애틀)
자동차 (구매 옵션)
다들 알다시피 뉴욕은 한인 커뮤니티가 엄청 활성화되어 있다. 또한, 주변 지인 네트워크가 꽤 유용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살던 2 배드룸 아파트에서 내가 쓰던 방을 평소에 친동생처럼 아끼던 (때마침 이사를 고려하던) 동생에게 기쁘고 간편하게 넘기고 왔다. 하지만, 몇 가지 집 거래 관련 유용한 소스를 적어 보고자 한다.
A. Heykorean
사실 이건 모든 한국인이 이용하는 다양한 종류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일종의 코리안 크레이그리스트이다. 이곳에서는 부동산 (렌트, 서블렛, 바잉) 등 다양한 정보 및 자동차 거래, 중고 옷 거래 등 웬만한 건 다 있다. 단기 혹은 장기 체류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샅샅이 훑어보아야 할 사이트.
B. Street Easy
요새 엄청나게 사용하는 뉴욕 일대의 부동산 매물 검색 사이트. (세일즈와 렌트 모두) 장점으로는 상당히 똑똑한 서치 옵션과 한번 저장해 놓은 옵션으로 꾸준히 업데이트되어 전달되어지는 기능.
C. Craiglist
가장 유명한 만물 거래 사이트. 매물도 가장 많고 다양하지만, 사기 매물도 좀 섞여 있으니 조심해야 함.
임시 거처를 마련하기에 Airbnb보다 좋은 건 없다. 온라인에서 시애틀에 나와 있는 매물들은 대충 보긴 했어도, 어차피 시애틀에서 집을 직접 보고 결정을 할 생각이었기에, 에어비엔비에서 3주 정도 머물 거처를 마련하였다. 위치는 Fremont에 있는 우리 회사에서 차로 10분 정도 위치. 에어비엔비를 이용할 때 팁은, 원하는 매물들을 최대한 찾아보고, 하우스 오너에게 네고를 해보는 것이다.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80% 정도의 사람들은 올라와 있는 가격보다 약간 저렴한 가격에 집을 빌려줬다. 그리고 이렇게 딜을 하는 방법은 에어비엔비의 정식 feature이기 때문에 쑥스러울 것도 없다. ㅎㅎ
사실 임시 거처를 알아봄과 동시에 가장 많이 알아본 것 중의 하나가 이사 업체이다. 미국은 대륙 간 이사가 은근 흔해서, 하는 업체들이 찾기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미국 업체들은 주로 컨테이너를 통째로 보내는 경우가 많아서 많은 짐을 보낼 수 있는 동시에, 가격도 후들후들했다. 대부분이 3000불 이상이었다. 자 이럴 때 한국인 어드밴티지가 등장한다. 우선 뉴욕에 한인 타운에 있는 택배 업체들에 견적을 내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역시나. 1000불 미만이었다. 사실 나는 그 당시에 보낼만한 가구가 거의 없어서 더 쌀 수밖에 없긴 하였지만, 때로는 한국인 옵션을 사용하는 것이 상당히 경제적일 때가 많다.
나는 집을 절대로 온라인 사진만 보거나 혹은 일부 검증되지 않은 사설 인력을 이용하여 거래하는 것에 강력하게 비추 하는 사람이다. 하루는 뉴욕에서 시애틀에 있는 집을 온라인으로 서치 하던 중 몇 가지의 매물이 딜이 너무 좋아 보여, 직접 가서 나 대신 봐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런데 사실 시애틀에는 친구의 친구 한 명 정도 말고는 부탁할 사람도 없었고, 그런 부탁을 하기에는 좀 모호한 사이이기도 했다. 무작정 시애틀 소재 유학원을 검색해 보았다. 그래서 전화를 여러 군데 드려 보았는데, 그중 한 분이 누굴 소개해 주시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받은 연락처로 전화를 드렸더니, 자기가 아는 매물이 많다고. 자기만 믿으라고 하는 거 아닌가. 그래서 일당을 드릴 테니 제가 원하는 곳에 직접 가서 사진이랑 동영상을 찍어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며칠 후 매물 리스트를 드리고 연락을 드리고 실시간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받아볼 기대를 하였다. 그런데 그분 왈 자기가 다 가봤는데 별로라는 거 아닌가? 그리고 본인이 추천하는데 들어가란다. ㅡㅡ; 그래서 사진은 찍으셨냐고 하니까 바빠서 못 찍었다며,,, 그래서 그럼 죄송하지만 거래는 없는 걸로 해야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분 왈 수당을 달라고,,,, 물론 잘 말씀드렸지만, 나중에 시애틀에서 살며 그분이 추천해주신 매물을 우연히 지날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거기 아파트 입구가 고속도로 출구 옆이었다나 뭐라나… 참내.
그래서 결국엔 시애틀로 가서 인터넷으로 본 매물들을 직접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크레이그리스트 말고 시애틀의 새로운 빌딩이나 콘도들은 본인들이 직영하는 웹사이트들이 꽤 있었다. 부동산 중개비가 사실 너무 아깝기도 해서 빌딩 소유 회사와 직접 계약하기로 했다. 그리고 찾아낸 Seattle sculpture park 바로 옆에 있는 신식 콘도. 바닷가가 바로 내려다 보이는 집이었다. 이렇게 넓고 좋아도 되나 싶었다. 왜냐하면 뉴욕에서 내던 집값보다 내는 돈은 30%가량 적었는데 퀄리티는 300% 정도 위였다. 사실 뉴욕의 집들은 대부분 작고 오래돼서 한국에서 오래 살다 온 사람들은 그것의 낙후함에 적응 못 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국민대 공업 디자인 과를 다닐 때부터 자동차에 대한 많은 관심과 애정을 쌓아온 터라 많은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뉴욕에서는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 자체가 웬만한 이들에게는 난센스이다. 워낙 차가 많고 운전이 험한 것도 있지만, 다들 지하철 혹은 택시로 이동하기에, 뉴욕에 사는 7년간 차를 애초에 소유할 생각조차 전혀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서부는 다르다. 대부분의 생활을 자가용 없이는 할 수가 없는 시스템이다. 장을 보러 가도, 커피를 한잔하러 가도, 회사를 가도 모두 자가용이 필요한 생활 패턴이다.
미국에서의 자동차 딜러라는 존재는 전적으로 신뢰하기에 약간 어려운 직업에 속한다. 기본적으로 한국에서 용산에 멋모르고 가서 컴퓨터를 사면 안 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실거래가를 Kelly’s blue book 같은 곳에서 모두 알아보고 가서 딜을 해야 한다.
A. Purchase
말 그대로 차를 구매하는 거다. 차를 구매할 때의 장점은 MSRP — 쉽게 말해 권장 소비자 가격을 놓고 봤을 때 가장 저렴하게 살 수 있다. 물론 자동차 딜러와 심하게 기싸움을 하며 네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자차이다 보니 원하는 방식의 커스텀도 가능하고 나중에 되팔 때도 상태만 좋으면 원금도 꽤 회수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나중에 되팔 때 시세가 좋은 도요타 캠리나 혼다 어코드를 사라고 추천하는 경우들이 있다.
B. Lease
사실 내가 택한 방법도 이 방법인데, 리스라는 것은 처음 다운 페이먼트와 다달이 내는 돈이 들어가는 방식이다. 기간은 대략 2년에서 — 4년 사이이다. 기본적인 개념은 자동차 장기 랜트이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반납 후 계약을 정리하던지 혹은 잔금을 납부 후 차를 완전 인수받으면 된다.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혹은 트렌드의 변화에 가장 민감한 젊은 층에게 어찌 보면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다운페이먼트 및 다달이 내는 비용들도 당연히 네고를 할 수 있으니 절대로 제시하는 가격을 덥석 받으면 안 된다.
C. Used Car
차량을 연식 혹은 브랜드에 구애받지 않고 부담 없는 가격에 타고 싶은 분들이 많이 이용하는 방식이다. 사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공식 딜러쉽에서 소유한 중고차들을(많은 경우는 리스가 끝나고 온 차들을 되파는 경우 — 퀄리티 면에서는 가장 믿을 만 하나 약간 비싸다.) 사는 방법과 중고차 전문 가게(다양한 종류와 옵션이 있을 수 있지만 거래 시 바가지의 위험이 조금 있다.)에서 사는 것이다. 중고차의 경우 사고 차인지 어떤 문제는 없는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하므로 발품을 얼마만큼 파느냐가 좋은 차 구매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 가지로 이사를 한다는 것이 단순히 몸만 며칠 움직이는 여행과 다르게, 자신의 삶을 통째로 변화 및 적응시키는 것이기에, 신중한 선택과 판단이 정착하고 나서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게다가 라이프 스타일과 주변인들이 송두리째 바뀌는 그런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면 직접 눈으로 보고 발로 뛰어 알아보는 것만큼 믿을 만한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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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이상인은 현재 뉴욕의 Deloitte Digital에서 Studio lead(Associate Creative Diretor)로 일하고 있으며, 미주 지역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비영리 예술가 단체 K/REATE의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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