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ngster Apr 13. 2016

시애틀에서의 첫번째 프로젝트

에피소드 05

< 이전 편 읽기


일반적으로 디자인 에이전시에서의 프로젝트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Pursuit
Client Project
Internal Project

이번 편에서 소개할 것은 바로 Pursuit(Pitch라고도 불림)에 관련된 짤막한 에피소드들이다.

Pursuit은 클라이언트를 따내기 위해 하는 일련의 작업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음식으로 치자면 ‘맛보기’ 혹은 ‘간 보기’를 겸한, 레시피 체험 정도가 되겠다. 이 과정은 클라이언트로부터 돈을 받고 진행하는 경우들도 많지만, 대부분 에이전시에서 투자 개념으로 진행하는 만큼 대략적인 전략과 가시적이긴 하지만 완성품은 아닌 Mock-up Product들로 거래를 진행한다.

Pursuit은 게릴라 전이다.

(회사 보안상 작업의 디테일과 pursuit의 결과에 대해서는 생략한다.)

동부에서 서부로 넘어오고 나서 아직 채 이삿짐마저 도착하지 않았을 때, 나는 첫 번째 임무를 부여받았다.

랄프로 X. 그렇다. 중고등학생 시절 누구나 한 번쯤 심취했을 법한 폴 x의 브랜드. 프로젝트 타입은 Pursuit이었다. 사실 이전 직장에서 여러 pursuit에 참여해 보았기에 어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프로젝트 리더로서 진행하는 첫 Pursuit이라 많은 부분에서 내가 가진 미진한 구석들이 어떤 식으로 들통이 날지 두려워하고 있을 뿐이었다.


전체적인 브리핑을 시니어 메니져 ‘앤디’에게 들었다. Work scope(일의 범위 및 종류)는 랄프로 X 산하 모든 브랜드를 아우르는 통합 디지털 플랫폼(Front-end) 구축 및 ERM 작업(Back-end) 작업이었다. 그중 내가 맡은 부분은 디지털 플랫폼의 UX/Visual 담당. 상당한 규모의 작업인 만큼 회사에서 보는 눈들이 많았다.

한 시간 반 정도의 브리핑을 마친 후 나는 앤디에게 물어보았다. 그래서 데드라인이 언제죠?

갑자기 머리를 긁적거리는 우리 앤디…


그의 떨어지는 비듬 결에서 불안감이 느껴지는데…


Andy : Sang, we have only 5 days. Actually 4 days to finish the comps.


Sang : You got to be kidding me.


불똥이 떨어진 상황인 것이다.


놀란 마음을 잠시 가다듬고. 몇 개의 Mock up(콘셉트를 전달하기 위한 프로토타입 내지는 가상의 화면들)들이 필요한지 물었다. 그러자 유저 스토리는 3개이고 스토리당 4,5개 정도라고 했다. High-Level(초창기 단계로 주로 쓰임) User experience랑 User Story들은 준비되어 있었다. 그럼 나에게 주어진 Resource가 누구냐고 물었다. 앤디의 대답은 짧고 명쾌했다.

주니어 디자이너 한 명.


사실 메니져 역할을 경험하면 할수록 느끼는 것이 Resource 확보의 중요성인데 이때는 미처 알지 못할 때였지만, 뭐 감으로 망했다는 거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몇 시간 후.


주니어 디자이너에게 말했다.
“Allie야, 아이콘이 이게, 이게, 이게 필요한데, 한 시간 안에 만들어 줄 수 있겠니?”


주니어 왈
“나 지금 다른 거 해야 하는데?”


생 왈
“무슨 소리니? 너 지금 할게 산더미인데 다른 거라니?”


주니어 왈
“어제 시니어 파트너가 뭐 부탁했는데, 알았다고 했어.”



“…”


다시 앤디에게 뛰쳐 갔다.
“앤디! 나 주니어 써도 된다며!”

앤디 : I am sorry… She should have not said yes to the partner. I did nit know she was on it.

휴….


뭐가 필요한지 다시 집중을 해보자.

이럴 때는 그냥 다른 건 무시하고 나 혼자 한다는 생각으로 집중하는 게 상책이다. User Journey를 살짝 가다듬고 필요한 스크린을 재조정해 보았다. Web 3개, Mobile 6개, Tablet 3개 정도로 압축되었다.

이럴 때는 헤드폰 끼고 밤새 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나의 시애틀 직장생활의 첫 주는 지옥의 야근 주로 점철되었다.

항상 느끼지만 Pursuit은 마치 캐리브 해 태풍처럼 언제 불어 닥칠지, 또 어떤 강도로 다가올지 알 수가 없다.


다음 편에 계속 >

PS. 아티클이 맘에 드셨다면. 라이크 및 공유 부탁이요 :)

_
뉴욕에서 디자인 회사 만들기

에피소드 01 - 서부에서 걸려온 전화

에피소드 02 - 인터뷰 in Seattle

에피소드 03 - Karim Rashid와의 인터뷰

에피소드 04 - 동부에서 서부로 이사하기

에피소드 05 - 시애틀에서의 첫 번째 프로젝트

에피소드 06 - Pursuit은 이기면 영웅

에피소드 07 - 안정감 그리고 기회

에피소드 08 - 방아쇠를 당기다.

에피소드 09 - 전초전

에피소드 10 - 오피스의 규모와 프로젝트
에피소드 11 - 뉴 오피스
에피소드 12 - 회사를 살까? 처음부터 만들까? 
에피소드 13 - 좋은 디자이너 고용하기
에피소드 14 - 좋은 디자인 팀 분위기 만들기
마지막 에피소드 -  인생은 반면교사의 연속이다


_
다른 아티클 읽기
오바마가 말하는 미래 >>
디자이너라는 말에 수식어 따위는 필요 없다. >>
에이전시를 갈까? 인하우스를 갈까? >>
UX도 Visual도 결국엔 디자인이다. >>
포켓몬 GO의 성공 요인과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 >>



글쓴이 이상인은 현재 뉴욕의 Deloitte Digital에서 Studio lead(Associate Creative Diretor)로 일하고 있으며, 미주 지역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비영리 예술가 단체 K/REATE의 대표를 맡고 있다. 
페이스북 바로가기 >> 
인스타그램 바로기가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