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ngster Mar 26. 2016

인터뷰 in Seattle

에피소드 02

< 이전 편 읽기 


첫 번째 인터뷰 시간.


나를 반갑게 맞아준 Cheryl의 인도를 따라 나는 작은 방으로 함께 들어갔다.
생각보다 푸근한 인상의 시니어 매니저인 그녀가 자기는 브루클린에서 15년 살다 왔다며 말문을 열었다. 사실 미국에서도 자기가 살던 동네 사람들 좋아하기는 마찬가지다. 인간이라는 게 대부분 공통분모가 있는 사람에게 더 끌리기 마련 아니던가? 그래서 그녀는 내가 일했던 회사 R/GA도 잘 알고 있었고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도 꽤 많이 알고 있었다. 서로 뮤추얼 프랜드 들에 관한 이야기도 잠시, 진짜 작업에 대한 이야기로 들어갔다. 내 작품들 중 내가 무슨 역할이었고, 어떤 부분에 기여했었는지 등을 상당히 디테일하게 물어보았다. 특별히 그녀는 내가 이전에 했었던 Microsoft의 Windows 8 론칭 이벤트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보였고, 그와 관련하여 내가 진행했었던 마이크로 사이트와 페이스북 엡 등의 디자인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렇게 첫 번째 면접관과의 4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나는 화제를 돌려 시애틀 오피스에서는 어떤 재미난 프로젝트들을 하는지 물어보았다. 그녀는 내게 REI와 Showtime 엡을 보여주었다. 나는 생각보다 높았던 작업물 퀄리티에 안도했다. 사실 기뻤다. 왜냐하면, 재미없는 프로젝트와 지루한 일상은 디자이너들에게 가장 매력적이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이 작업을 주로 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누구인지 또 클라이언트 매니징은 얼마나 잘 되어갔는지 등을 물어보았다. 그렇게 첫 1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갔다. 그녀는 내게 ‘Good Luck and very pleased to meet you.’라는 말을 남기며 방을 나갔다.


두 번째 인터뷰 시간.

미주지역 서부 크리에이티브 대표를 맡고 있는 Chris가 들어왔다.
그도 뉴욕에서 18년간 살다가 온 거의 뉴욕 토박이였다. 그는 Frog 디자인 에이전시 같은 유수의 인더스트리 리딩 에이전시들을 거쳐 현재 D사의 크리에이티브 헤드로 활동 중인 사람이었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나에게 ‘쎙, 난 이미 너의 포트폴리오를 모두 보았고 더 이상의 질문은 없다. 밖에 나가서 커피나 한잔 하자.’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속으로 ‘오, 짱 쿨한데?’라며, 회사 길 건너에 있던 Milstaed 커피숍에 가서 야외 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내게 시애틀이 왜 좋은지에 대해 하나 둘 이야기해주기 시작했다. 그는 사실 리드 크리에이티브이기도 하지만 아이언맨 대회(철인 삼종경기 같은 거) 준프로 선수였다. 그 당시만 해도 나름 자전거 마니아였기에 서로 자전거 이야기를 하며 30분 정도 잡담을 하였다. 그리고 인터뷰를 15분 정도 남기고 긴장이 모두 풀렸을 무렵 그는 갑자기 ‘무엇이 좋은 디렉터를 만드는지에 대해 질문하였다.’ 그래서 나는 직관과 논리라고 답했던 거 같다. 나는 디자인이라는 학문이 철학이라는 믿음이 있다. 절대로 그냥 혹은 보기에 좋아서가 디자인의 근본으로 자리 잡을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기에, 나는 디자인은 논리에 기초한 예술과 과학의 콜라보레이션이라고 대답하였다. 그리고 진정한 디렉터가 되려면 때로는 자기에 대한 믿음과 직관으로 방향성에 힘을 실어 주어여 한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는 오픈 컨버세이션으로 일을 처리하는 방법에는 반대의 입장인지 물었다. 그래서 나는 그런 의미보다는 진정한 디렉션의 묘미는 무언가 진행해야 할 때 확실한 추진력과 결단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그 후 그는 몇 가지 다시 간단한 질문을 몇 가지 한 후, 인터뷰를 마무리하였다.


마지막 세 번째 인터뷰 시간.

시애틀 오피스 대표 Akim을 만났다.
그는 서핑광답게 자신의 방안을 서핑 매거진들과 서핑보드들로 멋지게 장식하고 있었다. 그는 내가 방으로 들어올 때 이미 내 포트폴리오를 자기의 대형 스크린에 띄어 놓고 있었다. 그는 엔지니어 출신답게 상당히 테크니컬 한 질문들을 초반에 쏟아내었다. ios디벨로퍼들과 일해본 경험을 얼마나 되는지, Responsive web에 대한 얼마나 많은 지식이 있는지 등등 나름 진땀 빠지게 만드는 질문 등을 퍼부었다. 사실 제대로 된 디지털 쪽 디자이너라면 디벨로퍼들과의 관계는 상당히 일상적이면서도 중요하다. 점점 다루는 툴들이 급속도로 발전되고 또한 두 분야의 경계를 넘나드는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는 이 추세에 어느 한쪽에 대한 너무 뒤쳐지는 능력치를 보유하고 있을 때는 문제가 되는 듯하다. 사실 나도 코딩을 직접 바로바로 해낼 실력은 없다. 그렇지만 대략적인 눈팅. 대충 코드를 보면 아주 대충이라도 감이 오는 수준은 되어야 그들과 일할 때도 편하고, 또한 코딩이라는 것이 일종의 논리 적층이기에 그러한 면에서 디자인과 많은 부분이 공유된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아킴과의 질문과 대답의 반복 후에 그 또한 리더의 자질 등에 대해 몇 가지 물어본 것 같다.

3번의 강도 높은 인터뷰가 끝나고 나는 오피스에서 불러준 우버를 타고 시내 다운타운에 있는 숙소로 발길을 옮겼다.


그날은 날씨가 너무나도 좋았고, 가다가 기사에게 시애틀의 명물 Space Needle에 데려다 달라고 했다. 그리고 거기 전망대에 올라 시애틀 전경을 혼자 감상하며, 과연 내가 새로운 삶의 터전을 이곳에서 마련할 것인지 아니면 다시 뉴욕의 삶으로 돌아갈 것인지 등 혼자 만감을 교차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걸어서 숙소로 걸어가며 맛있어 보이는 피자 한쪽을 먹으며 허기를 달래고 다시 걸음을 재촉하는데 핸드폰이 울리는 것이 아닌가?

받아보니 내 리크루터인 greg이었다.


Greg : Hello? Sang?

Sang : Yes. This is him.

G : Hey man. Congratulation. Everyone loved you.

S : WOW. That fast?

G : Yeap. Let’s talk about Logistics from now on.

다음 편에 계속 >



PS. 아티클이 맘에 드셨다면. 라이크 및 공유 부탁이요 :)

_
뉴욕에서 디자인 회사 만들기

에피소드 01 - 서부에서 걸려온 전화

에피소드 02 - 인터뷰 in Seattle

에피소드 03 - Karim Rashid와의 인터뷰

에피소드 04 - 동부에서 서부로 이사하기

에피소드 05 - 시애틀에서의 첫 번째 프로젝트

에피소드 06 - Pursuit은 이기면 영웅

에피소드 07 - 안정감 그리고 기회

에피소드 08 - 방아쇠를 당기다.

에피소드 09 - 전초전

에피소드 10 - 오피스의 규모와 프로젝트
에피소드 11 - 뉴 오피스
에피소드 12 - 회사를 살까? 처음부터 만들까? 
에피소드 13 - 좋은 디자이너 고용하기
에피소드 14 - 좋은 디자인 팀 분위기 만들기
마지막 에피소드 -  인생은 반면교사의 연속이다


_

다른 아티클 읽기
오바마가 말하는 미래 >>
'나' 브랜딩 하기 101 >>
디자이너라는 말에 수식어 따위는 필요 없다. >>
A balance in a portfolio 포트폴리오의 균형 >>
UX 디자인 관점에서 바라본 디지털 경험의 진화>>



글쓴이 소개
이상인은 현재 뉴욕의 Deloitte Digital에서 Studio lead(Associate Creative Diretor)로 일하고 있으며, 미주 지역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비영리 예술가 단체 K/REATE의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페이스북 바로가기 >>
인스타그램 바로기가 >>

매거진의 이전글 서부에서 걸려온 전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