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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gster Mar 30. 2016

Karim Rashid와의 인터뷰

에피소드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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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고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온 뉴욕.


하지만 그 설렘도 잠시. 막상 동부에서 서부로 이사를 하려고 진지하게 생각을 해보니 눈앞이 깜깜하기 시작했다. 나는 패션 디자이너인 동생과 함께 5년간 사는 중이었고 또한 한인 크리에이티브 모임인 크리에이트도 이끌고 있었기에 그냥 휙 몸만 가기도 난감한 상황이었다. 크리에이트는 미국 지역에서 가장 크고 활동적인 아티스트 단체였고, 한국의 문화를 세계 속에 알리는 미션을 수년간에 걸쳐 친구들과 함께해왔기 때문에 애정이 너무나도 컸다. 그래서 D사에 간다고 말은 해 놓았으나, 자꾸만 망설여지는 애매한 나날들이 몇 주간 지속하였다. 그리고 5월경에 접어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랑 친분이 있는 디자이너 형의 초대를 받아 세계적으로 유명한 Karim Rashid 디자이너의 사무실을 방문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한국에서 국민대학교 산디과를 다닐 때부터 우상이었던 한 인간을 실제로 만나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꽤 흥분되어 있었다. 뚜 둥 그에게 먼저 다가가 먼저 말을 걸었다. ‘Hey Karim. How’s going?’ 그러자 그는 너무나도 살갑게 ‘How about yourself?’ 이러더니 바로 ‘Are you a designer?’라고 물었다. 그래서 나는 ‘Sure thing. I do digital.’라고 대답했다. 몇 마디의 피상적인 말들이 이어진 후, 정말 뜻밖의 말을 그의 입에서 들을 수 있었다.


‘Do you want a job?’ 그래서 나는 ‘엥?’ 그러자 그는 ‘Do you want to fxxking work together with me?’라고 말했다. 그러더니 내일모레 사무실로 다시 오라더라. 사실 이게 무슨 말인지 좀처럼 정리가 안 됐다. 내 어릴 적 아이돌이 보자마자 같이 일하자고 하다니. 분명 영광스러운 상황임이 틀림없었다. 일단 다시 찬찬히 말이라도 해보자는 심정에 예정대로 그를 며칠 후 만나러 갔다.


카림 라시드와의 1:1 대화.


Karim : 쌩. 네가 디지털 한다고 했지? 웹이나 앱 그런 거?

Sang : 네, 맞습니다. 그런 거로 밥 벌어먹고 있죠.

-이런저런 피상적인 대화 몇 마디-

K :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S : 존경하죠. 한국에 있었을 때부터. 하하하.

K : 내 디자인 말고 디지털 영역에서는 어떻게 생각해?

S : 솔직히 이야기해도 되겠습니까?

K : Damm straight.

S : 디지털 분야에서는 조금은 덜 Inspirational 하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말하고 땅이 꺼지는 듯한 느낌을 받긴 하였으나 입 밖으로 나와버린 이 상황에서 나는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출구를 찾아내고자 왕성한 동공 운동을 펼치려 하고 있었는데…



K : 푸하하 하하하하하. 나도 그렇게 생각해. 지금 웹사이트는 좀 오래되긴 했지. ㅋㅋㅋ
(현재는 정말 멋지게 리뉴된 상태이다.)

S : 그,,, 그렇죠? 하하하하….

K : 그래. 그래서 네가 오면 우리 웹사이트가 너의 첫 프로젝트다!

S : 좋습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이런 저럼 잡담을 하다 보니 무려 두 시간 반이나 함께 떠들었다. 그리고는 작별 인사를 나누며 어떻게 할지 이메일로 후에 자세히 이야기 나누자며 그의 프로젝트 매니저가 나를 스튜디오 밖으로 안내해 주었다.


그리고 생각을 해 보았다. 이 상황을.

01 D사로 가기로 약속했다.
02 크리에이트와 친구들이 뉴욕에 있다.
03 카림 라시드가 같이 일하자고 했다.


1번 고민. 사실 비즈니스 스트레티지와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경험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D사라고 생각했다. 이전에는 디자인으로 많이 특화된 순수 디자인 회사였다면, 이번에는 컨설팅을 베이스로 한 전략적인 부분까지 모두 겸비한 회사라는 다른 점이 있었다. 2번은 뉴욕에 나의 터전을 이토록 마련해 놓았는데 간다는 것이 새삼 너무 안타깝더라. 사랑하는 내 가족 친구들 그리고 크리에이트… 모두를 버리고 떠난다는 것이 여간 큰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 3번은 생각하지도 못한 타이밍에서 나를 흔드는 굉장한 기회였다. 과연 내가 하는 이 디지털 분야가 카림이랑 잘 맞는 분야이던가? 내가 카림에게서 어떤 면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내가 받을 수 있는 가르침이 D사와 같은 스트레티지와 컨설팅에 특화된 회사에서 배울 수 있는 것보다 더 가치 있을 것인가? 등등을 하루에도 수천 번도 더 고민했다. 


장고를 해 보았다.


답은 모험.


나는 조금 더 내가 젊을 때 가치 있게 배울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깊게 생각해 보았고, 그 결과 익숙한 곳을 떠나 완전히 새로운 환경, 새로운 자리, 새로운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한 번쯤 더 모험을 해 보는 것이 더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제 내가 정들었던 많은 것들과 이별할 시간이 진짜로 다가온 것을 직감하게 되었다.


다음 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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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디자인 회사 만들기

에피소드 01 - 서부에서 걸려온 전화

에피소드 02 - 인터뷰 in Seattle

에피소드 03 - Karim Rashid와의 인터뷰

에피소드 04 - 동부에서 서부로 이사하기

에피소드 05 - 시애틀에서의 첫 번째 프로젝트

에피소드 06 - Pursuit은 이기면 영웅

에피소드 07 - 안정감 그리고 기회

에피소드 08 - 방아쇠를 당기다.

에피소드 09 - 전초전

에피소드 10 - 오피스의 규모와 프로젝트
에피소드 11 - 뉴 오피스
에피소드 12 - 회사를 살까? 처음부터 만들까? 
에피소드 13 - 좋은 디자이너 고용하기
에피소드 14 - 좋은 디자인 팀 분위기 만들기
마지막 에피소드 -  인생은 반면교사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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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이상인은 현재 뉴욕의 Deloitte Digital에서 Studio lead(Associate Creative Diretor)로 일하고 있으며, 미주 지역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비영리 예술가 단체 K/REATE의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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