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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 Jun 25. 2015

포르투로 떠나야만 하는 이유 3가지

모든 여행은 훌륭하다 #1

포르투는 이름만으로 이미 포르투갈의 도시다. 부르마불 세번째 줄 24만원짜리 땅 리스본이 서울이라면, 포르투는 부산 쯤 되는 항구도시. 포르투를 찾았던 건 3년 전. 단 이틀 머물렀을 뿐임에도 느낌은 제법 강렬했다. 지레짐작에 이런 분께는 나만큼이나 강렬한 도시로 다가올 것.


1. 열흘 쯤 걷기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2. 혼자 커피 한 잔에 책 읽으며 상상하는 게 즐겁다면.

3. 화려함보단 차분함으로 승부하는 바다를 즐긴다면.





1. 열흘 쯤 걷기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고백컨대 포르투의 매력을 알고 들른 것은 아니었다. 포르투갈에서 스페인에 이르는 2주 간의 걷기 여행이 목표였다. 원래 리스본에서 산티아고까지 600km가 욕심났지만 주어진 휴가는 2주 남짓. 그 중 반을 자르고 나니 모서리에 포르투라는 도시가 걸쳐 있었다. (그렇다. 얻어 걸렸다.)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스페인 산티아고까지, 약 300km

그래도 앞뒤론 여행을 좀 해야겠다 싶어 걷기에 '몰빵'했던 날은 12일 남짓. 하루에 짧게는 20km, 길게는 30km를 걸었다. 발톱이 빠졌고, 살도 빠졌다. (이것도 얻어 걸렸다.) 나는 종교적 목적을 지닌 순례자가 아니었지만 중간중간 순례자를 위한 숙소를 이용한 덕에 정말 거져 여행했다. (하루에 만 원 정도면 살았다. 하루에 커피도 2잔은 사 마셨는데.)


매일 새벽, 그 날의 목적지와 걸어야 할 거리를 손바닥에 적었다. 이 거리를 다 걷고 나면 글자는 땀으로 뭉개져 따로 지울 필요가 없었다.  


매일 새벽, 걸어야 할 거리와 목표지점을 손바닥에 적었다.

일정에 맞았던 것은 물론이고, 포르투는 배낭여행객을 위한 저렴한 숙소가 많이 있었다는 점에서도 탁월한 선택이었다. 볕좋은 마당에서 망중한을 즐기며 걷기 여행을 상상하던 순간은 정말 요샛말로 심쿵이었다.


하룻밤 머물렀던 게스트하우스. 6인실이었는데 남녀노소 불문하고 깨벗고 다녀 숨어 다녀야 했다.

물론 복병은 있었다. 이른 새벽, 난 조용히 짐을 꾸렸다. 걷기 여행의 첫날이었고, 지도만 보고 다녀야 하는 일정인지라 대한민국 국보급 길치로서 마음이 급했다. 드라마에서 본 건 있었는지 과장되게 숨을 한 번 몰아쉬고 게스트 하우스 문을 밀어젖혔다.


안 열렸다.


도둑이 들까 염려되었던 것일까.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문을 밖에서 잠가버린 거다. 아뿔싸. 예기치 못한 상황에 당황했던 나는 소심하게 주인을 불러도 보고 담너머 돌도 던졌다. 아무도 깨지 않았다. 결국 1시간 후, 난 담을 넘었다. 그렇게 시작된 새벽.


여행 첫 새벽


이야기가 산으로 갔으나- 분명한 건 포르투가 걷기 여행을 시작하는 이들의 출발지로 최적이라는 점. 분위기, 물가, 위치 모든 면에서.



2. 혼자 커피 한 잔에 책 읽으며 상상하는 게 즐겁다면.


여행을 떠나기 전 내겐 한 번의 낮과 한 번의 밤이 있었다. 그 중 한 번의 낮을 바쳐도 아깝지 않았던 것이 이 곳, 렐로 서점이다. Livraria Lello. 흔히 [해리포터]가 탄생한 곳이라 이야기하는데 사실 그건 오바다. 해리포터가 수학한 [호그와트]의 모티브가 된 곳 중 하나-라는 표현이 가장 적합해보인다.


1881년에 세워진 이 서점은 사람으로 치면 나의 5대조와 연배가 비슷하다. 우리 할머니가 1920년 생이셨고, 그 땐 스무살 되기 전에 부모가 되었으니 대충 계산이 그러하다. 그 당시엔 귀족들의 모임 장소로 쓰였다고 하는데, 서점 안의 풍경은 사뭇 귀족스러웠다.

렐로 서점의 트레이드 마크, 나선형 서점

포르투에서의 짧은 일정에 심어놓은 목표 중 하나는 '렐로 서점의 첫 손님이 되어보기'였다. 워낙 많이들 들르는 관광명소였지만 문을 여는 그 순간 발을 들여놓는 1호 손님이 되어보는 건 좀 특별해보였다. 그래서 아침 8시에 숙소를 나서 서점 앞에서 발을 동동 굴렀으나, 서점은 10시에 문을 열었다. 누가 나보다 먼저 들어갈까 싶어 그 옆 카페에서 커피 한 모금에 곁눈질 한 번-하길 2시간. 미션에 성공했다.


아주 오랜 시간 열리지 않았을 책장

서점은 나의 상상대로 사람을 상상하게 하는 공기로 꽉 차 있었다. 들어간지 머지 않아 사람들로 북적이게 되었지만 어느 하나 큰소리로 떠들지 않았다. 아주 조용한 대화가 오가는 도서관같기도 했다. 사방을 둘러싼 책장과 그 안 잡는 순간 바스라질 것만 같은 책들이 모든이를 압도한다. 혼자 책보며 상상하는 것을 즐기는 이들에겐 분명 멋진 경험이 될 것.


단, 서점 안에서 사진을 찍는 건 금지되어 있다. 모든 사람들이 사진을 찍지만, 모든 직원들이 제지한다.

서점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길.

http://navercast.naver.com/magazine_contents.nhn?rid=1639&contents_id=39059




3. 화려함보단 차분함으로 승부하는 바다를 즐긴다면.


바다를 좋아한다. (싫어하는 사람 잘 못 봤다.) 지금도 바다를 낀 도시에 산다. 여행하면서도 참 많은 바다를 봤다. 화려한 색색깔의 (손바닥보다 작은) 수영복을 입은 여인들, 그녀들을 곁눈질하는 본능적인 남정네들로 넘실대는 화려한 바다. '바다'보단 '항구'의 뉘앙스가 짙은 구수한 바다. 포르투의 바다는 차분한 바다였다.


길고 가파른 언덕배기 끝에 걸쳐 있는 바다와 맞닥뜨린 순간, 모든 게 차분해진다.



이 곳을 찾은 이들은 거의 '함께'였다. 젊고 나이든 이들이 짝꿍을 보듬고 포르투의 바다를 찾는다.



조용히 맥주 한 잔 시켜놓고 몇 시간이고 바다를 즐겨도 누구하나 신경쓰지 않는다.



작게 열린 시장조차 차분한 곳. 포르투의 바다.

피서지의 시끌벅적한 화려함 대신 차분한 바다 앞에 좀 '덜' 한국 사람스런 시간을 살고 싶은 당신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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