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여행은 훌륭하다 #3
마카오는 사실- 겉만 핥았던 여행지다. 홍콩 여행길에 잠시 들른 탓에 나라보단 도시 정도의 부피로 기억될 뿐 아니라 가서 한 거라곤 한 나절 찍고 먹고 걸은 게 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또렷히 남은 세 가지가 있다. 아마 다음의 셋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머지 않은 미래 마카오에 다녀오시길 추천한다.
1. 폼나는 사진이 중요하다면
2. 에그타르트를 사랑한다면
3. 포르투갈에 관심이 있다면
달에 간 우주조종사는 다섯 장의 사진을 찍어왔다. 그가 남자였기 때문이다.
마카오에 간 나는 오백장의 사진을 찍어왔다. 나는 여자이기 때문이다.
마카오는 사진찍기 상당히 좋은 여행지다. 그 중 으뜸은 단연 '성 바울 성당'이다. 실제로 마카오에 온 모든 이들이 이 성당에 들른다. 굳이 성당을 찾아나설 필욘없다. 홍수 난 강에서 물고기가 굳이 물살을 찾을 필요없듯 인파를 따라 가면 이 곳이 나온다. 파리에 에펠탑같은 곳이라고나 할까. 특이하게도 '벽면'만 남아 있는 탓에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각도도 거의 비슷하다.
사진을 찍으려 꽤 많은 계단을 올라 뒤를 돌아보면 방금 전 내가 섞여 이 곳에 이르렀던 인파가 아직 끊이지 않고 흐르고 있음을 발견한다.
성바울 성당만큼이나 사진찍기 좋은 곳은 세나도 광장. 성바울 성당에 이르기 전에 있는 번화가다. 건물색이 파스텔빛을 띄고 있고, 작은 분수도 활기찬 분위기를 보탠 덕에 뭔가 '작은 유럽의 봄'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바닥에 깔린 타일 역시 좋았다.
사실 1번과 3번의 추천은 무시해도 좋다. 하지만 절대, 절대, 절대. 마카오의 에그타르트는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긴말 하지 않으련다. 사진만 봐도 배가 고파서 힘들다.
참고로 위에서 언급한 에그타르트 가게는 Cafe e Nata Margaret's이다. 이 글이 발행된 후 댓글로 꼴로안 빌리지 입구쪽에 있는 Lord stow's Bakery 를 추천해주신 분이 계셨다. Cafe e Nata Margaret's는 단 맛이 강하고, Lord stow's Bakery는 영화 <도둑들>에서 김혜수가 가짜목걸이 받으러 왔던 식당으로 유명한 곳 근처여서 한국분들도 많이 가시는 코스라는 조언과 함께 전체적으로 조화가 잘된 맛이라는 팁도 함께 주신 @서보현 님께 감사드린다.
마카오는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다. 에그타르트도 그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무튼- 마카오 곳곳에선 포르투갈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포르투갈 서적을 취급하는 아기자기한 서점도 그 중 하나였다.
그보다 더 강렬했던 건 포르투갈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는 것.
마카오에 간다면 꼭 Platao란 식당에서 213번 메뉴를 맛보길 추천한다.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 배가 너무나도 고파진다.
글이 발행된 후 댓글을 통해 이 곳이 작년 11월 10일부터 문을 닫았다는 제보를 받았다. (이경님 감사합니다 :) 다행히 가게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좀 더 나은 시설로 돌아오겠다고 하니 혹 관심있으신 분들은 홈페이지를 한 번 체크하고 다녀오시길.
<모든 여행은 훌륭하다>의 다른 글
#11. 셜록 매니아가 런던으로 떠나야만 하는 이유 4가지
#18. 추억 많은 당신이 파리로 떠나야만 하는 이유 4가지
#19. 면허없는 당신이 독일로 떠나야만 하는 이유 3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