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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 Jul 13. 2015

베를린으로 떠나야만 하는 이유 3가지

모든 여행은 훌륭하다 #15

베를린은 진지한 도시다. 


지난 세기, 독일은 전쟁과 분단의 한복판에 있었다. 그리고 베를린은 그 독일의 심장이다. 예쁘고 로맨틱한 유럽 여행을 꿈꾸는 이에겐 베를린의 어두움이 과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다만 역사에 관심이 있고 여행의 목적을 사색과 성찰에 둔다면 반드시 들러야 할 도시다.



특히 다음의 3가지 경우에 모두 해당한다면 베를린을 아예 여행 테마로 잡아 오랜 시간 머물러보는 것은 어떨런지.


1. 위대한 정치인이 그립다면

2. 성소수자 인권에 관심이 있다면

3. 통일 이후의 한국이 궁금하다면


1. 위대한 정치인이 그립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 것이 자존심을 지키는 것일까.'

베를린에서의 가장 짜릿했던 순간은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과 마주했을 때였다. 그 답을 준 것은 독일의 정치인 빌리 브란트 Willy Brandt 였다. 


베를린 거리에 있는 빌리 브란트 뮤지엄에 걸린 삽화


그는 독일의 총리로서 1970년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를 방문한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그 날, 유태인 봉기 기념탑 앞에서 그는 무릎을 꿇고 울었다. 한 장의 사진이 많은 것을 말해준다. 


그 누가 이를 두고 '자존심도 없이 무릎꿇은 자'라고 말할까. 당시 한 뉴스 캐스터는 이렇게 말했다. 


무릎을 꿇은 것은 브란트 한 사람이지만 일어선 것은 독일 민족이었다.

그는 이듬해 노벨 평화상을 받는다. 그의 행동에 위로받았을 많은 이들이 주는 작은 메아리 정도로 여겨졌다.


베를린 빌리 브란트 뮤지움에서 그의 흔적을 좀 더 자세히 엿볼 수 있었다. 

평화가 전부는 아닙니다만, 평화없인 모든 게 아무 것도 아닙니다.
Peace is not everything, but everything is nothing without peace.





2. 성소수자 인권에 관심이 있다면


은연 중에 독일을 완고하고 보수적인 나라로 여기고 있었던 모양이다. 베를린 시장이었던 클라우스 보베라이트와 외무장관을 역임한 귀도 베스테벨레가 커밍아웃을 한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고 적지않게 놀랐다. 베를린 전체 주민의 10%가 동성애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통계도 흥미로웠다. 놀란도르프 광장은 이를 체감할 수 있었던 곳이다. 


* 독일이 2015년 7월 기준 20개의 동성결혼 합법화 국가에 들지 못하는 것은 또다른 의외였다. 동성결혼 대신 시민결합의 형태로 인정되고 있다고 한다. 참고

* 놀란도르프 광장에선 레즈비언-게이축제 Lesbisch-Schwulen Stadtfest 도 열린다. 참고

역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가게. 간판 옆에 보이는 무지개는 다양성과 동성애의 상징이다. (얼마 전 미국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되자 페이스북은 사용자의 프로필 사진을 무지개로 바꾸는 깜짝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간판 밑에 그려진 그림은 좀 더 직관적으로 이 곳의 분위기를 말해준다.

인근 거리 상점엔 이렇게 무지개 문양을 붙여놓은 곳이 적지 않았다. 동성 연인들은 자연스럽게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다.




3. 통일 이후의 한국이 궁금하다면



베를린에서 분단의 역사는 관광상품이 되어 있었다. 분단 시절 군인 복장을 한 이들이 관광객을 상대로 호객 행위를 하는 것은 흔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분단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던 순간도 적지 않았다.

특히 체크포인트 찰리 박물관에 걸려 있는 몇 장의 사진이 인상적이었다. 이 곳이 분단 국가였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실감했다. 거꾸로 지금의 베를린을 보며 통일 이후의 서울을 상상해보기도 했다. 더 이상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에 영혼을 실어 부르지 않는 시대라서일까. 상상마저 쉽지 않았다.


다만- 북에 두고 온 가족 생각에 평생을 고통스러워 하셨던 할아버지가 떠올랐다. 살아서 통일을 보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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