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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 Jun 26. 2015

웰링턴으로 떠나야만 하는 이유 5가지

모든 여행은 훌륭하다 #4

푸른 초원에서 양이 풀을 뜯고 있다. - 끝 -



잠시 당신의 머릿 속에 존재하는 '뉴질랜드'의 이미지를 상상해봤다. '청정' 두 글자로 모든 것이 설명될 것 같은 나라, 호주와 늘 엮여서 떠오르는 나라, 트래킹 좋아하는 이들에겐 휴가 때마다 욕심나는 나라- 뉴질랜드다. 그러나 뉴질랜드는 당신이 아는 것보다 훨씬 다채롭다. (우리가 삼성과 분단의 나라만은 아니듯)



웰링턴 Wellington은 그런 다채로움을 느껴볼 수 있는 도시 중 하나다. (사실 웰링턴은 뉴질랜드의 수도인데, 이를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부루마불에 등장하지 않은 탓이 크다고 본다.) 위로는 오클랜드의 '서울스러운 번잡함'과 아래로는 타운의 '스위스스러운 수려함'에 밀려 주목받는 여행지는 아닐지나, 아래의 5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한다면 분명 가치있는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




1. 아이들을 위한 바닷가 놀이터를 즐기고 싶다면

2. 성적 소수자들의 인권에 관심이 있다면

3. 커피를 하루에 3잔 이상 마시는 당신이라면

4. <반지의 제왕>, <호빗>의 매니아라면

5. 전복을 원없이 먹어보고 싶다면





1. 아이들을 위한 바닷가 놀이터를 즐기고 싶다면



웰링턴의 중심은 오리엔탈 베이다. 만약 당신에게 웰링턴에서 보낼 단 하루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그 하루를 온전히 오리엔탈 베이에서 보낼 것을 추천한다. 어린 아이들과 함께라면 특히 더.


오리엔탈 베이를 따라 걷는 내내 아이들을 위한 시설과 만날 수 있다. 놀이터, 스케이드 보드홀, 농구장, 가족자전거 대여소, 또다른 놀이터, 해변 그리고 테파파 뮤지엄.



뉴질랜드는 어린 아이를 둔 부모가 고민할 수 있는 이상적인 이민국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2. 성적 소수자들의 인권에 관심이 있다면


"비바람이 치는 바~다~ 잔잔해져 오~면"

당신은 이 노래를 안다. (이미 흥얼거리고 있을 것이다.) '연가'라 불리는 이 노래의 원곡 Pokarekare Ana는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것이다. 여기엔 애틋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마오리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아-주 커다란 호수를 사이에 두고 서로 척을 진 두 부족이 있었다. 이 두 부족의 젊은 남녀 한 쌍은 운명처럼 사랑에 빠진다. 거대한 호수 너머의 사랑하는 이를 만나기 위해 이들을 목숨을 걸고 헤엄친다. 이들의 사랑을 담은 노래 Pokarekare Ana는 6.25 전쟁 때 파병된 마오리족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진다. 여기까지만도 참 아름다운 이야기다.


하지만 2013년, 뉴질랜드 의회에서 울려 퍼진 Pokarekare Ana는 이 노래가 그저 동화처럼 아름답기만 한 노래가 아니란 걸 일깨워주기 충분했다. <동성결혼 합법화>를 두고 의회 표결이 벌어졌고, 통과한다. 표결에 참여한 의원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순간, 이를 지켜보던 2층 참관석에서 누군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노랫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두말할 것 없이, 그 노래는 Pokarekare Ana다.   


https://www.youtube.com/watch?v=DW4DXOAXF8U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 자체가 전쟁같았을 성적 소수자들에게 현실은 그야말로 그 옛날 거대한 호수보다 큰 장벽이었을 것. 그 장벽을 넘은 순간의 감동이 노래를 통해 전해진다. 웰링턴은- 그 현장이었다.



그저 법만 그리 만들어진 건 아니다. 웰링턴에서 성적 소수자의 삶은 자연스럽다. 어느 바닷가를 지나던 길에 야외 결혼식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진부하기 짝이 없는 표현이지만 정말 영화 같았다. 바다와 석양이 세 스푼 보탰다면, 부부와 친구들의 따뜻한 미소가 일곱 스푼 보탠 행복이었다. 부부 둘 다 여성이란 것을 알게 된 건 한참 지나서였다.



웰링턴은 광고판, 시장, 거리. 모든 곳에서 성적 소수자들의 삶이 충분히 존중받는 곳이다.




3. 커피를 하루에 3잔 이상 마시는 당신이라면


예전 이탈리아 여행에서 누군가 그런 말을 했었다. "이탈리아엔 스타벅스가 없어. 여기 커피가 너무 맛있거든." 웰링턴엔 스타벅스가 있다. 하지만 많지 않다. 커피는 웰링턴의 또 다른 상징이다. 혹 웰링턴에 올 기회가 있다면 The Flight Coffee Hangar라는 카페에 들러보길 권한다. 하위 10% 정도의 미각만으로도 진가를 알아챌 수 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다. (믹스커피와 블랙커피만 구분할 줄 아는 내게도 커피의 신세계가 열린 곳이다.)



The Flight Coffee Hangar


아, 좋은 사실 하나와 나쁜 사실 두 개를 덧붙여야 겠다.

좋은 사실은 '싸다'는 것. 보통 라테가 우리나라 돈으로 3500원을 넘지 않는다.

나쁜 사실 하나는 '일찍 닫는다'는 것. 24시간 카페가 즐비한 한국과는 다르다. 어지간한 카페는 5,6시에 문을 닫는다. 저녁은 가족과 보내는 곳이다. 거의 모두가.

나쁜 사실 둘은 '뜨거운 커피만 가능'하단 것. 웰링턴에서 '아이스 커피'란 아이스크림에 커피를 부은 것을 의미한다.




4. <반지의 제왕>, <호빗>의 매니아라면



웰링턴을 대표하는 산업 중 하나가 <영화>란 것은 정말 의외다. 피터 잭슨이 세운 <WETA>는 반지의 제왕, 호빗, 아바타와 같은 굵직굵직한 영화들의 시각효과를 담당했다. 웰링턴에서 우리식으로 따지면 영화 기념품 가게인  <WETA CAVE>가 꽤 유명한 여행코스인 까닭이 바로 거기에 있다.



시간이 된다면 <WETA WORKSHOP>에서 운영하는 특수분장 현장 견학도 가능하다. (물론 유료)

웨타 케이브 뿐 아니라 피터 잭슨 소유의 영화관 <ROXY>와 피터 잭슨이 사는 집도 웰링턴에 있다.

아, 웰링턴 공항에서 볼 수 있는 거대한 조형물도 모두 <WERA WORKSHOP>의 작품이다. 반지의 제왕과 호빗에 나오는 거대한 용, 독수리- 다 만날 수 있다.





5. 전복을 원없이 먹어보고 싶다면



한국에서 전복은 비싸다. 웰링턴에서 전복은 값이 없다. 안 팔기 때문이다. 안 판다는 것은, 보통 사람들이 안 먹는다는 뜻이다. 그래서일까. 많은 전복들이 생존(?)할 수 있었고 쉽게 잡혀준다. 물 들고 나는 때를 맞춰 단단한 칼을 가지고 한 시간 쯤 물 밑을 훠이훠이 저으면 열 마리 쯤은 거뜬하다. (하루에 한 사람이 잡을 수 있는 전복의 갯수는 10개로 제한된다. 그것도 손바닥 크기보다 녀석만 가능하다.  전복은 전복계의 희망이니까.) 말이 열마리지, 한 가족이 한 끼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양이다. '공.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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